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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최근 경기들을 챙겨 봤습니다. 느낀 점들을 간단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조쉬 스미스의 럭키 버저비터 3점슛으로 역전승을 거둔 뒤 구단주 탐 고어스가 선수들과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에서 나름 열정을 느꼈습니다. 고어스의 롤모델은 마크 큐반이었으면 좋겠네요.
the Goods
1. three bigs do work
처음부터 걱정이 기대보다 더 많았죠. 실제 게임을 보면 세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쉬 스미스는 가면 갈수록 3번에서 정착하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해서 골밑 공략을 아예 안하지도 않아요. 스미스가 포스트업을 시도할 때에는 먼로가 위크 사이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드루먼드는 퍼리미터에 있다가 타이밍을 맞춰 오펜스 보드를 잡으러 들어갑니다. 스미스는 동 포지션에서 놀라울 정도로 시야와 패싱 센스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만약 포스트업 후 더블팀이 붙었을때 빠져나오면서 컷인하는 먼로에게 찔러 넣어주는 에이패스도 종종 나왔죠. 먼로는 파워 포워드로 옮긴 뒤에도 생산성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예요. 프리시즌이라 당연한 거지만 더 적은 시간을 뛰면서 더 많은 파울을 얻어내고 있습니다. 미드레인지를 익혀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인트존 안에서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풋웤이나 펌프페이크 동작이 전보다 더 부드러워진 느낌입니다. 피스톤스 공격의 1/3은 먼로의 포스트업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게 먼로의 시야나 드루먼드/스미스의 퀵니스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대단히 효율적입니다. 드루먼드는 공격에서 딱히 많은 터치를 가져가지 않아도 풋백이나 앨리웁만으로 평균 10점은 가능할 정도가 됐구요.
수비에서는 먼로가 확실히 페인트존을 지키는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낍니다. 여전히 높이는 없지만 지난 시즌보다 한발 더 빠르게 돌파하는 선수의 루트를 파악하고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됩니다. 드루먼드의 보드 장악력과 조쉬 스미스의 헬프 디펜스 능력과 합쳐져 피스톤스는 rim protection 에서는 리그 최상급의 팀이 되는 것 같습니다.
2. spacing is better than many expected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부분인데요, 사실 조쉬 스미스의 퍼리미터 게임은 거의 발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먼로 역시 엘보우에서 던지는 점프슛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효율이 낮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스텝업이 아니더라도 피스톤스는 충분히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싱글러, 천시, KCP, 그리고 3점을 장착한 듯한 예렙코등이 코너에서 스팟업 슈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싱글러는 특유의 좋은 스팟업 3점 능력만으로 로테이션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예렙코는 빌라누에바가 컨디션 난조와 등부상으로 자동으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면서 3,4번을 오가는 백업 빅맨으로 살아 남을 것 같습니다. 부드러워진 3점슛 능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스톤스가 공간을 창출해 내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일종의 변형된 드리블 드라이브 모션 오펜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탑에서 볼을 잡고 있는 포인트가드가 빅맨의 픽을 받고 안으로 들어가면 피커의 역할을 하는 드루먼드나 먼로의 빠져 들어가는 무브가 워낙 좋기 때문에 수비가 몰립니다. 이때 스윙맨 두명은 각기 다른 코너에 서 있는데 그곳으로 적절한 시점에 킥아웃 패스가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먼로나 스미스의 포스트업부터 공격을 시작할 경우 컷인해 들어가는 스윙맨이 수비수를 페인트존으로 몰아 넣으면 엑스트라 패스에 의해 위크 사이드에 공간이 나고요. 심플한 작전인데 이게 프리 시즌에는 먹히네요.
아마 평균보다 훨씬 낮은 3점슛 시도/성공 횟수를 가져가겠지만, 최소한 공간이 너무 빡빡해서 답답해 보이는 광경은 생각보다 많이 보지 않게 될거라는 겁니다.
3. will make a real noise around the rim
드루먼드는 보드 장악력이 크게 향상된 느낌입니다. 최소한 박스 아웃에서는 자신의 덩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네요. 무게 중심이 많이 낮아져서 쉽게 밀리지도 않고요. 먼로의 수비 리바운드 능력도 워낙 좋고 조쉬 스미스도 결코 리바운드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기에 보드 장악력에 있어서는 대단히 좋은 효율을 보일 겁니다. 오늘 상대한 케빈 러브처럼 리바운드 괴물이 한명쯤 있는 팀을 상대해도 팀 리바운드에서는 밀리지가 않네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림 사수 능력에서도 상당한 효율성을 보일 것 같습니다. 즉 간단히 말해 상대팀보다 페인트존에서 더 많이 넣고 덜 실점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 같다는 건데요, 대부분의 효율적인 공격이 페인트존과 3점 라인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골밑을 장악하는 것만으로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높은 효율성을 공/수에서 기록할 것 같습니다. 이건 상대적으로 약한 퍼리미터 디펜스를 보완해줌과 동시에 요즘 트렌드가 된 돌파형 콤보 가드를 페인트존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4. the bigs can run
모 칙스가 공격에서 강조했던 부분, 즉 오픈 코트에서 마무리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임 플랜이 먹히는 것 같습니다. 조쉬 스미스는 동 포지션 대비 최고의 속공 피니셔중 한명이고, 먼로와 드루먼드 둘이서만 속공을 전개해 마무리짓는 모습도 종종 나왔습니다. 즉 먼로와 드루먼드가 동시에 코트 위에 있다고 해서 피스톤스가 항상 하프 코트 바스켓만을 가져가지는 않을거라는 거죠. KCP 와 윌 바이넘 역시 속공 전개 능력이 뒤쳐지는 선수들이 아닌 만큼 프리 시즌에서는 코트를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정규 시즌에 돌입하면 제닝스와 천시가 코트 위에서 흐름을 조율하는 상황이 주로 나올텐데 이들이 빅맨 세명을 잘 활용해서 적절한 속공 플레이를 선보였으면 합니다.
5. talent plus system make a playoff run
드루먼드와 먼로의 성장, 조쉬 스미스의 영입, KCP 의 빠른 적응.. 이것만으로도 피스톤스의 탈렌트 레벨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아직 공수에서 손발이 잘 맞지 않는 상황임에도 피스톤스는 꽤나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고요. 즉 가지고 있는 재능의 크기 자체가 커진 느낌이고, 여기에 적절한 시스템만 정착된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컨텐더가 될 수 있습니다. 제닝스가 제 컨디션으로 돌아와 봐야 제대로 된 큰 그림이 보이겠습니다만, 최소한 현재의 빅맨 트리오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 피스톤스는 충분히 상대팀의 골치를 썩게 할 수 있는 팀이 되었고, 여기에 더해 KCP 같은 좋은 스윙맨들이 안정적으로 외곽슛을 꽂아 준다면 플레이오프를 놓고 경쟁하는 팀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겁니다.
the Bads
1. free throw is a real problem
먼로, 드루먼드, 스미스 모두 자유투 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합니다. 오늘 피스톤스는 접전 상황에서도 꽤 많은 자유투를 얻어냈지만 1-6 을 기록하면서 경기 막판에 역전을 허용했는데요, hack-a-drummond 를 걱정하기 전에 그냥 hack-a-pistons 자체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자유투는 매커니즘과 집중력이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기본적인 매커니즘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드루먼드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나중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골칫거리로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2. parameter D struggles
천시, 제닝스, 싱글러, 바이넘.. 모두 좋은 디펜더가 아닙니다. 오히려 구멍에 가깝죠. 다행히 KCP 가 수비에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스텝업한다면 나쁘지 않은 퍼리미터 수비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포인트 가드 스팟에서 웨스트브룩과 같은 돌파 유형의 콤보 가드에게 털링 가능성이 심각하게 높습니다. 요즘 트렌드에서 정형화된 볼 핸들러에 대한 압박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볼 핸들러에게 패스를 특정 스팟으로 강제하는 디나이 디펜스도 사실상 거의 없는 그런 수비 조직력인데요.. 아무리 드루먼드와 스미스가 짐승같은 운동능력으로 페인트존을 사수한다고 해도 1선에서 쉽게 뚫려 버리면 extra chance 를 쉽게 내주죠. 요즘처럼 코너 3점을 자주 사용하는 트렌드에서는 중앙에서의 돌파가 그만큼 뼈아픕니다. 빅맨들이 3점 라인 밖까지 헬프 디펜스를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3. stop the run
속공 수비 능력은 피스톤스의 또다른 숙제입니다. 한명에서 두명이 반드시 오펜스 리바운드 경합에 참여하는데 대부분의 "나쁜" 공격 마무리는 윌 바이넘같은 포인트 가드의 돌파에 이은 턴오버/샷미스에서부터 비롯됩니다. 퍼리미터 샷 실패는 사실상 속공으로 연결되지 않죠. 1선에서 속공을 지연시켜줄 포인트가드가 페인트존까지 깊숙하게 들어왔는데 슛을 실패할 경우 상대팀의 잠재적인 속공을 저지할 수 있는 선수가 팀내에 전무합니다. 결국 파울로 끊거나 아웃넘버 상황에서 골을 헌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합니다.
4. shot selection maybe the most serious problem for Pistons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봅니다. 천시부터 제닝스, 윌 바이넘, KCP, 스미스 모두 샷 셀렉션이 좋은 선수들이 아닙니다. 나쁜 편에 속하죠. 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extra ball movement 를 통한 weak side 에서의 공간 창출밖에는 없습니다. 이들중 한명이라도 이기적으로 플레이할 경우 팀 공격 효율성은 급격하게 떨어질 겁니다. 오늘 윌 바이넘이 그랬죠. 이 친구는 항상 스탯으로는 훌륭한데 실제 경기를 보면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나치게 볼을 오래 끌고 자신의 에이 패스로 공격을 마무리하려는 욕심이 있어서인데요, 피스톤스는 1대1에서 혼자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는 에이스가 부재합니다. 더 많은 패스와 더 많은 위크사이드 움직임만이 살길이예요.
5. clutch time weakness
앞서 말씀드린 모든 단점들, 즉 나쁜 자유투 능력, 나쁜 퍼리미터 디펜스 능력, 아마도 게임 후반에 중첩되어 있을 파울 갯수들, 나쁜 샷 셀렉션들이 합쳐지면 클러치 타임 필패라는 답이 나옵니다. 비록 워싱턴과 미네소타를 상대하면서 접전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습니다만, 승률 6할 이상의 강팀들은 클러치 타임을 전담하는 에이스와 좋은 퍼리미터 디펜스, 좋은 자유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합니다.
프리 시즌 경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 팀의 플레이오프 런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분명히 많이 달라졌고, 농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difference" 가 있습니다. 그게 리그 최강의 높이이든 말도 안되는 샷 셀렉션이든 뭐든 간에 최소한 전보다 훨씬 재미있는 농구를 할 것이고, 그 와중에 팀은 "이미" 부쩍 성장해 있다는 거죠.
드루먼드는 리그 전체에서 거론되는 선수가 될겁니다. 먼로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FA 를 노려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조쉬 스미스는 전과 다르게 조용하게 팀을 이끄는 법을 배워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그에게 바랬던 업그레이드 프린스 버젼을 그가 보여줄 수 있을까요.. KCP 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루키입니다. 샷 셀렉션을 더 많이 배워야 하지만, 스팟업 3점, 레인을 차단하는 스틸 능력, 속공 피니쉬 능력 모두 합격점입니다. 제닝스는 경기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닝스가 피스톤스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수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가 튀지 않고 시스템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그의 장점인 빠른 볼 전개, 좋은 3점슛, 돌파 후 킥아웃 패스 등에만 집중한다면 팀의 재능을 한단계 더 높여줄 수 있을겁니다.
최악의 상황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제닝스와 스미스가 퍼리미터에서 난사를 시작하고 드루먼드의 자유투 성공률은 30%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드루먼드가 엘보우에서 성공률 35% 의 샷들을 던지기 시작할때 이 팀은 나락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그만큼 이 팀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럭비공과 같은 팀입니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이 없을 거예요. 10경기는 지켜 봐야 감이 나올 듯 하네요. 하지만 한가지 제가 확신할 수 있는건 이팀이 비로소 에너지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전처럼 맥빠진, 게임 시작 5분 뒤부터 질 것을 직감할 수 있는 힘없는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블락슛이든 스틸이든 덩크든 뭐든 게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됐어요. 지켜봐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첫댓글 완전 정독해서 잘 읽었습니다. 추천 꾹~!
제가 지켜본 조쉬는 롱2 쏘느니 차라리 3점 쏘는게 낫습니다.
디트에서 재능충만한 어린 빅맨들과 재미나게 농구했음 좋겠네요.
조쉬에 관해서는 동감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페인트존 안에서 더 효율적인 빅맨 먼로와 함께 뛰니 조금은 더 나은 스팟업 슈팅 기회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전 스미스가 아주 뛰어난 패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퍼리미터에서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프리시즌 마무리가 깔끔하니 좋네요. 시즌이 기대되기는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매년 기대를 하긴 했지만 올해처럼 두근거려본 적은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오늘 경기 전체를 다 지켜봤지만 역시 자유투 문제가 심각해보입니다..드루먼드는 확실히 이번시즌 기대가 되며..먼로 역시 포스트에서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네요..조쉬의 3점이 40%가 되기를 기대하는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ㅎㅎ
애석하게도 지유투는 포기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강팀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 정도로 이해하려고 노력중입니다 ㅋ
KCP도 맘에 들고, 드러먼드도 좀더 빅맨 다워졌습니다. 자유투도 2개중 1개는 넣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있네요. 먼로의 스킬은 좀더 완숙해진 느낌이고, 스미스의 찔러주는 패스가 이리 좋을줄은 몰랐네요. 싱글러는 BQ가 정말 좋은건지 어떻게든 자신의 역할을 찾아넵니다. 제닝스와 팀의 합을 못본게 아쉽지만 분명 기대감을 갖게하는 프리시즌이었습니다. 프리시즌은 프리시즌일 뿐이지만 오랜만에 위닝시즌을 예상해봅니다. 이번시즌 예상성적은 41~43승으로 7위로 플옵 진출하여 시카고와 1라운드에서 4-1로 탈락할 것 같네요. 디트도 오랜만에 봄농구좀 해봅시다.
저도 위닝시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닝스를 비롯한 가드들의 역할이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프런트코트는 늘 제 몫을 충실히 잘 해줄 것 같아요. 제닝스와 천시가 좋은 슛 셀렉션과 수비를 보여주기만을 바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