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양효숙 기자 |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미사를 주례한 전종훈 신부는 “올해로 유신 40돌을 맞는데 40년이면 족하다. 인생 40년이면 불혹이다. 더 이상 흔들릴 필요가 없고, 미혹에 빠져서도 안 된다”며 “출애굽 40년 만에 약속의 땅에 들어선 히브리 백성처럼 우리도 그만 눈물 나는 고생을 접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까마득한 과거로 생각했듯이 유신체제를 직접 체험하지 못한 세대는 유신을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 생각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40년 전 잔혹한 독재를 현 세대가 실감나게 깨닫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억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유신의 잔재와 그늘 아래 살고 있기에 가슴이 무겁고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함세웅 신부는 “유신 40년을 기억하며 불의한 독재의 타파를 실현하고 다짐하는 우리는 거룩한 선택의 시점에 와 있다”며 “그 선택이 올해 12월 대선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함세웅 신부는 대선에서 민족, 민주주의의 가치와 평화통일 원칙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자를 배제하고, 분명한 역사의식과 민주공화주의에 대한 확신, 남북공존 · 평화통일 원칙을 지닌 후보를 지지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
함세웅 신부 “박근혜, 역사 인식에 근본적 하자 ...
후보자만이 아니라 국민으로서도 자격에 큰 문제”
박정희 정권의 ‘한일유착’과 정치자금,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묻는 시민단체들의 공개질의서에 문재인 · 안철수 후보는 성실하게 답변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답변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함세웅 신부는 “박근혜 후보의 민족사관과 한일관계 인식에 근본적 하자가 있으며, 후보자만이 아니라 국민으로서도 자격에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두 후보가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를 실천하길 기대하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용산참사 관련자를 위해, 또 “유신 독재의 완전한 청산을 위하여” 보편지향기도를 바쳤다. 사제단은 미사를 마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 “80년대에는 박정희의 후계자들이 독재정권을 이어갔고, 그 결과 90년대에 이르러 경제위기와 지역갈등이 심화되었으며 2000년 이래 양극화는 극심해졌다”면서 “지난 40년 내내 대한민국은 유신통치의 연장이나 다름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킬링’의 주체들이 오히려 ‘힐링’을 떠든다”고 비판하며 “힘들고 괴로울수록 연민의 정을 나누며 참여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사제단은 10월 29일 오후 6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월요 미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신 40주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
악을 끊어야 선이 살아난다! “평화는 정의의 작품”(사목헌장 76항) 1. 유신독재는 모든 면에서 악한 체제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으며 근본적으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거룩한 본성을 무시하였기 때문이다. 2. 악은 쉽게 수그러들지도 저절로 뿌리 뽑히는 법이 없다. 1979년 10월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유신독재 7년, 철권통치 18년이 마감되었지만 지난 40년 내내 대한민국은 유신통치의 연장이나 다름없었다. 80년대에는 박정희의 후계자들이 독재정권을 이어갔고, 그 결과 90년대에 이르러 경제위기와 지역갈등이 심화되었으며 2000년 이래 양극화는 극심해졌다. 이 모든 병폐는 국민들을 희생시켜가며 재벌들을 살찌운 70년대 박정희 통치로 말미암은 결과다. 3. 용산에서 중산층들이 당한 참변과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연속 자살 외에도 지난 5년간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유산도 무수히 파괴되었다. 무참한 개발로 대부분의 강은 아예 만신창이가 되었고, 산과 바다도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많은 곳에서 생명이 사라졌고 평화는 깨졌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 5년은 박정희 유신체제의 완벽한 재현이며 끔찍한 부활이었다. 4. 이제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힐링’이라는 말마디가 우리사회의 유행어가 된 참이라서 그랬는지 유력 대선주자들마다 중병이 든 이 나라를 한 번 살려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힐링’을 외치게 만든 ‘킬링’의 현실과 그 책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킬링의 주체들이 오히려 힐링을 떠들기 때문이다. 이 땅에 독재의 병균을 퍼뜨리고, 독재의 병을 창궐케 한 이들이 나라를 살리겠노라고 강변하는 통에 순박한 민심들이 속고 있다. 5. 자고로 살리겠다는 자들이 죽임의 죄악을 저질러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생하던 민주주의를 살해한 것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살려보겠다는 자였고, 노동자들에게 세계 최장노동시간을 강요하면서도 결국 경제를 시들게 만든 것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자였다. 강이란 강마다 죄다 썩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강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자였다. 6. 이제 유신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와 남북화해를 되살릴 기회가 왔다. 성경의 출애굽 역사가 40년 만에 완성되었듯이 우리도 탈 유신을 이룩할 수 있는 40년을 맞았다. 하루하루 걱정이 끊이지 않으나 대통령 선거의 승리로 우리는 선하고 지혜로운 지도자와 함께 허리가 꺾였던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7. 악을 물리치고 선을 실천하자면 우리의 정신이 굳건해야 한다. 고요한 데서 기도로 단련한 힘으로 세상의 거짓과 폭력 그리고 불의를 잠재우도록 하자. 힘들고 괴로울수록 연민의 정을 나누며 참여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자.
유신 40년을 맞이하여서울광장에서 |
ⓒ문양효숙 기자 |
ⓒ문양효숙 기자 |
ⓒ한수진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