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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있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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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런데 건이 오빠."
"응?"
데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여진이 약간 꾸민 듯한 목소리로 건을 불렀다.
실컷 먹어서 부른 배를 툭툭 치고 있던 건이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소우 오빠 말이야.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아. 이쏘 새끼?"
"응. 그 오빤 어때?"
"뭐가?"
"그냥... 어떤 사람이야? 세준이 오빠보다 좋아? 괜찮은 사람이야?"
"아니. 조올라 재수 없고, 싸가지 없고, 거만하고, 자기 잘난 맛에 푹 빠져 사는 새끼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하기 전엔 자기가 손해볼지 안 볼지를
먼저 따져본 후에 하고, 말 하는 거 졸라 정 떨어지게 하고... 아무튼 상종하고 싶지 않은 그런 놈이지.
완전 제기랄이라니까... 그 새끼 보기 싫어서 집에 들어가기도 싫을 정도다."
"후후. 그 정도야?"
"그래. 근데 왜?"
"아니, 그냥... 인기 많던 세준 오빠 대신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생긴 건 정말 예쁘장하게 생겼던걸? 현욱이 오빠보다 더 예쁘더라."
"쳇! 사람은 외모가 다가 아니라구.
그 새끼가 요리를 못 했더라면 우리 집에 발붙이지도 못 하게 했을 거다."
건은 아까 촬영 할 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떠오르는지 이를 으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여진이 예쁘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건의 팔에 매달렸다.
여진의 부드러운 팔이 건의 팔을 유혹적으로 자극했다. 건이 킬킬대며 고개를 돌려
여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웬만하면 여자들은 다 예쁘게 보는데 말이지.
이소우. 그 새끼는 그 맨들맨들 예쁜 얼굴로 여자였더라도 거들떠도 안 봤을 거다."
"피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우 오빠 같이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거들떠는 볼 거잖아."
여진이 귀엽게 칭얼댔다.
"쳇! 예쁜 여자에게 눈이 가는 건 남자의 본능이라고... 그리고 지금으로선 소우 새끼
닮은 인간도 보기 싫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지. 오빠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여자를 바꾸잖아.
아아. 나도 이제 오빠에게서 유통기한이 다 되어 가는 거 같아."
"크크큭."
건은 이렇다 할 변명 없이 웃기만 했다.
여진과 만나게 된지는 이제 보름.
여진의 말대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여자를 바꿔가며 만나는 건으로서는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건은 아직 여진과 깨질 생각이 없었다.
여진은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 성격을 가진 여자였기 때문이다.
일주일 정도만 사귀고 나면 사귀던 여자가 지긋지긋하게 보여서 깨지던 건도
여진은 일주일 이상 사귀었음에도 여전히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원래 깊이 생각을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잠깐만 이상하게 생각하고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다.
건의 차를 알아본 여고생들이 꺅꺅대며 손을 흔들었다.
"어째 갈수록 인기가 많아지는 것 같지 않냐?"
건이 씨익 웃으며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진이 웃었다.
"응. 그런 것 같아. 좋겠네, 우리 건이 오빠는..."
"훗. 별 거 아니지, 이 정도야..."
여진의 동네는 그다지 차가 많지 않은 곳이기에, 건은 좀 빠르게 여진의 집까지 달렸다.
여진의 집 앞에 차를 세운 건이 말했다.
"다 왔다."
"응. 오늘도 데려다줘서 고마워, 오빠."
"그렇게 고맙냐?"
"응."
"그럼 여기에 뽀뽀 한 번 하고 가라."
건이 장난스레 웃으며 긴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쳤다.
여진이 눈웃음을 치며 건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립클로즈를 발라 약간은 끈끈하고, 약간은 촉촉한 입술이 건의 볼에 분홍빛 자국을 냈다.
건이 웃으며 여진의 머리를 부비부비 흐트러뜨리고는 여진의 볼을 톡톡 쳤다.
"잘 자."
"응. 오빠도 잘 자. 조심해서 들어가고..."
여진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건이 기지개를 한 번 크게 피고는 차를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신호에 걸려 흥얼거리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건의 눈에 문득 포장마차가 들어왔다.
'술 한 잔 하고 싶네.'
문득 술 생각이 나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핸드폰 저쪽에서 들려오는 소우의 목소리.
[여보세요.]
"에? 왜 네가 받냐?"
[다른 녀석들이 다 자고 있기 때문이겠지.]
"쳇."
[그리고 다른 녀석들이 다 자고 있다는 건, 지금은 전화하기에 상당히 늦은 시간이라는 거겠고...
집에 늦게 들어올 거면 조용히 들어올 것이지, 이 시간에 개념 없이 전화를 하는 이유는 뭐지?]
"이 늦은 시간에 넌 안 자고 뭐 하고 있었냐?"
[네 전화 받잖아.]
"호오..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네놈 헛소리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끊어.]
뚜욱.
건이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가차없이 전화를 끊어버리는 소우.
진한 눈썹을 치켜올리며 투덜대던 건은 다시 집으로 전화를 했다.
이번에도 소우가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를 그냥 끊고 난리야!!"
뚝.
다시 끊겨버린 전화.
건은 치켜 올라간 눈썹을 더 치켜올리며 핸드폰을 옆에 집어던져 놓고는 빠르게 차를 몰았다.
"이쏘우 쌔끼. 재수 없는 쌔끼. 내가 언젠가 그 잘난 얼굴을 못 들게 만들어주고 말테다!! 제기랄!"
"귀찮은 놈..."
마지막 걸려온 건의 전화를 가차없이 끊어버린 소우는 갑자기 느껴지는 두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서랍 속에서 약을 찾았다.
병원에 자주 가기 귀찮아서 잔뜩 받아온 두통약이 한 뭉치 딸려 나왔다.
봉지를 뜯자 손바닥으로 떨어지는 희고, 노란 약들...
하도 약을 많이 먹어서인지, 요새는 약을 먹어도 두통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약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처음엔 여러 알을 한꺼번에 삼키기가 힘들어서 물을 한 컵 다 사용하고도 모자랐는데,
이제는 약간의 물로도 쉽게 넘길 수 있다.
'별로 익숙해지지 않아도 되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군.'
소우는 차게 웃으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5년 전의 여행에서 만난 앤드류와 메신저로 대화를 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소우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학교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집안 사정이 어렵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만 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남다르게 조숙했던 소우가
"나라에서 다니라는 학교 따위는 내 삶에 윤택함을 가져다줄 수 없어.
난 틀에 박힌 교육으로가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내 삶을 만들어갈 거야."
라고 말하며 학교를 그만 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우의 보호자 역할이던 강우는 주위에서 소우를 학교에 보내라는 많은 압박에 시달렸지만,
소우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압박들을 견뎌내며 소우 뜻대로 하게 놔두었다.
그리고 소우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산으로 혼자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여행을 할 때의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활동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긴 했지만,
소우는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거의 전 세계라 할 수 있는 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돌아올 때마다 소우에겐 재산이 하나씩 늘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우정.
그것이 소우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얻어낸 것들이었다.
초등학교조차 안 나왔다고 해서 소우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소우는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그 나라 고유의 무술을 익혀 강해졌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범죄율이 많은 나라에서 약해빠진 여행객은 범죄자들의 좋은 먹이감이었기에...)
첫댓글 소우의 매력을 맴버들도 조금씩 느껴야 하는건데 말이예염~ 아직은 음식만 잘하고 성격드럽다는 편견으로 소우를 대하는것같아여~
http://cafe.daum.net/bananagirlnovel여기는 소설카페입니다.들어와보세요.
재밌네요 ㅋㅋ 쏘우는 누구랑 되는거지요 ? 건이 ? - - 반전드라마는 아니겟지욤?ㅋㅋㅋㅋㅋㅋ
저 성격으로 사람을 사귀었다는게 신기하네요 ㅋㅋ 선우는 과연 언제쯤 여자인데 탄로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