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정 우 민
1982년,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에 왔다. 그런데 맨해튼, 시카고, 워싱턴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이다. 우주선은 석 달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거대한 UFO는 고장난 채로 상공에서 떠 있게 된다. 그 UFO 안에는 기아 상태에 놓였던 수 백만명의 외계인들이 갇혀 있었고 여기서 풀려 나온 그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도움을 받아 UFO 바로 밑의 구역에서 정착해서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로 부터 2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규모가 상당하기 그지없는 UFO는 요하네스버그 상공 위에 붕 떠 있고 이 황당한 광경이나 외계인들은 시민들의 일상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이다.
남아공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인근 지역 외계인 수용구역 ‘디스트릭트 9’에 임시 수용된 채 28년 동안 인간의 통제를 받게 된다. 외계인 관리국 MNU는 외계인들로 인해 무법지대로 변해버린 ‘디스트릭트 9’을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을 멀리 떨어진 척박한 곳 ‘디스트릭트10’으로 이주 시키려 한다. 사설 기관 MNU 직원인 비커스 판데메르베(샬토 코플리분)는 좋게 말하면 머리가 단순한 사무직원인데, 그는 인척관계 덕분에 막 승진해서 디스트릭트 9의 철거 임무를 맡았다. 그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별 경험이 없는 사무직원인 그가 지휘하게 된 철거 임무를 지켜보고, 그 과정에서 고양이 먹이에 환장하곤 하는 프론(외계인들이 새우를 닮아서 ‘프런’이라고 부른다)들의 빈곤한 생활상이 더 가까이서 보여 진다. 프런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쓰레기를 뒤지면서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 온갖 범죄를 일으키며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요하네스버그시민들은 왜 우리가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며 외지에서 온 외계인들을 모두 다 200Km나 떨어진 사막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데 동의한다. 프런들은 그들이 가진 고성능 무기들을 나이지리아 갱단들에게 넘기고 고양이 먹이 통조림을 받아간다. 그러나 그 무기들은 인간들이 작동할 수는 없게 만들어져 있다. 나이지리아 조폭 두목은 프런들을 잡아 먹어서라도 그들의 유전자를 흡수하여 그 무기들을 작동시키고 싶어 한다. 비커스는 자신이 하는 일이 프런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개념이 없는 채, 이주 서류 서명을 강요한다. 반항하는 프런들을 무참히 사살하면서도 즐거워 하거나, 프런들의 알이 가득한 창고를 잔인하게 불태우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다큐멘터리같이 녹화되고 방송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책임자 비커스가 외계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한다. 비커스는 조심성이 없게도 , 카메라 앞에서 신이 났는지, 함부로 이리저리 헤집어 대다가 검은 윤활유같은 유동체에 노출된다. 이 검은 액체를 담은 릴레이 바톤만한 크기의 원기둥은 그 속에 검은 윤활유 같은 물질이 들어 있는 데 두껑을 열다 비커스는 검은 기름을 뒤집어쓰고 그 후 갑자기 자신의 몸이 외계인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비커스는 불청객 외계인 ‘프런’에 대해 다른 이들과 똑같이 못마땅해 하고 폭언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로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그는 점점 더 자신이 혐오하던 존재로 변해간다. 나중에 이 원기둥은 프런중에서 영리한 크리스토프 존슨이 집안 지하에 숨겨진 비행선을 타고 공중에 떠있는 모선으로 가는 연료봉이 된다. 크리스토퍼 존슨은 그 조그만 양을 모으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비커스. 비커스의 왼손이 서서히 프런의 손으로 변해가자 MNU에서 비커스를 잡아가서 변이된 손으로 외계인의 무기를 작동시키는 데 , 여태껏 인간의 손으로 작동되지 않던 그 무기들이 모두 다 작동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게 된다. 정부는 비커스가 외계 신무기를 가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죽여서라도 그를 연구하여 무기 작동을 하려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비커스는 탈출하여 외계인 수용 구역 ‘디스트릭트 9’으로 숨어든다.
비커스의 왼손이 프론의 손으로 돌변한 덕분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노리는 대상이 되고 덕분에 그는 악몽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된다. 보안업체일 뿐만 아니라 무기 업체이기도 한 MNU는 외계인들의 무기들을 이용하고 싶어 하고, 프론들에게 고양이 먹이 통조림을 팔아 외계 무기를 잔뜩 쌓아둔 나이지리아 갱단들도 마찬가지이다.
디스트릭트9에서 비커스는 전에 이주 서명 받으러 다닐 때 만났던 프론인 크리스토퍼 존슨과 그의 아들의 거처에 숨게 되는데, 크리스토퍼 존슨은 자신의 허름한 집에서 몰래 오랫동안 모선UFO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외계인 ‘프런’들은 지구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안드로메다 갤럭시에 위치한 어떤 행성 출신이다. 그들은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조국에서 필요로 하는 온갖 자원을 채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가 까닭모를 바이러스로- 아마 그들이 어디선가 가져온 자원에서 비롯된- 우주선의 지도자층이 모조리 몰살된다. 이 종족은 원래 꿀벌이나 개미들처럼, 맨 꼭대기의 권력자 층이 온갖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아래 계층은 지시받은 역할만 수행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우두머리들이 몰살당하고 나자 그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자신들을 발견한 뒤 폭력을 가하는 지구인들에 맞서 싸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낸다. 그렇게 20년 넘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중 누군가, 한명이 마침내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가 크리스토프 존슨이다.
이 영화 속에선 그 어느 누구도 선한 인간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외계인을 잔인하게 사살하고 그 알들을 불태우는 인간들 ,
주인공 비커스가 외계인이 되어가니 냉정하게 그를 외면해버리는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
비커스가 외계인의 무기를 가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생체실험하려는 이들,
외계인의 신체를 먹으면 그들의 무기를 가동할 수 있다고 믿는 나이지리아 갱단 , 그들은 굶주린 프런들에게 고양이 먹이 통조림을 극소량으로 주고 프런들과 엄청난 무기교환을 한다.
비커스가 프런들과 성행위를 해서 외계인으로 변했다고 하면서 모든 사건과 진실을 조작하는 방송뉴스, 또 그런 뉴스에 동의하는 시민들.
주인공인 비커스도 선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그는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함께 공생하기로 했던 외계인을 매몰차게 버려버린다.
물론 나중엔 그 매몰차게 버린 크리스토프 존슨이 다시 그들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목숨 바쳐 싸우지만, 그것도 그를 예전같이 사람으로 5년 뒤에는 고쳐 주겠다는 크리스토프 존슨의 약속을 받아낸 뒤의 일이다.
'크리스토퍼 존슨'과 그의 영리한 아들은 끝내 비행선을 타고 UFO모선으로 돌아가 거대한 우주선을 몰고 자신들의 별로 떠난다.
자신들의 종족의 생체실험 현장을 목격한 ‘크리스토퍼 존슨’은 자신들의 별에서 군대를 끌고 와서 지구를 쓸어버릴 것인가? 속편이 기대된다.
쓰레기더미위에서 남겨진 채 한 송이 꽃을 접으며 희망을 꿈꾸던 비커스의 마지막 모습이 긴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정책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정부에 의해 1948년에 법률로 공식화된 인종분리정책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한 흑인차별정책을 취해 거주지분리, 출입구역 분리, 혼인금지 등 온갖 비합리적인 차별을 만들어 백인들만의 권리 유지 강화에 이용된 악법이다. 케이프타운의 도심부 주거지역인 디스트릭트 6는, 1966년 정부에 의해 ‘백인 전용’으로 명명되었고 그에 따라 6만명의 흑인들이 강제로 철거되어 25km 떨어진 지역으로 이전되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잃고 유색인종 집단 지구로 쫓겨났다.
이 정책은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인 1994년에야 폐지되었 다.
1979년생,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출신인 닐 블롬캠프는 어린 시절부터 ‘SF광’이었다. 그는 특히 80년대의 SF액션영화들에 강하게 매혹되었다. 에이리언,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로보캅같은 영화들이 어쩌면 디스트릭트9을 만들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18살 때 캐나다로 이민간 뒤 그는 비주얼 이펙트 아티스트로 정식 커리어를 시작했고, 20대에 접어들어 각종 뮤직비디오와 상업광고, 단편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가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니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날아온 블롬캠프의 오랜 친구, 샬토 코플리가 비커스를 연기했다. 코플리는 장편영화 출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이지만, 블롬캠프는 그의 숨겨진 재능을 잘 알고 있었다.
보통의 SF영화는 외계인의 침공에 대한 인간들의 영웅적인 활약이나 외계인의 잔혹성이나 기괴한 모습등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영화인데 감독이
오랫동안 준비한 이야기가 색다른 내용으로 흥미진진하다.
다만 이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같이 생중계 하듯 진행하여 카메라를 많이 흔들어 보여주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보기에 시야가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
첫댓글 영화줄거리 만으로도 흥미진진한데..제작배경까지 곁들이니 SF소설을 읽는 느낌이 드네..잘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