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행
거제도 산달도 트레킹
"거제 칠면 다 댕겨도 산달도가 최고다"
8km 해안도로, 해발 235m의 당골산 등 트레킹 코스로 최적
"법동여객선착장! 여기 있네요."
거제시 거제면 고당마을 앞, 지형도에 또렷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업그레이드가 덜 되었는지 승용차에 있는 네비게이션은 선착장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 기계를 대신해 두 눈 동그랗게 뜨고 거제면 서남쪽 해안도로를 달리며 선착장을 찾았다.
소랑마을 앞, 사슴산을 지나자 멀리 커다란 배가 정박해 있었다. 거기다 싶어 달려가 보니 과연, 커다란 배 '산달페리'는 승용차 다섯 대가 들어가고도 남을 널찍한 '속내'를 드러낸 채 산달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달도는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에 속한 자그마한 섬.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길쭉한 타원형의 땅 위로 세 개의 봉우리가 사슴의 뿔처럼 봉긋하게 솟아있는, 장난감처럼 생긴 섬이다. 면적 278만 8112제곱미터에 약 240명 124가구가 산다.
섬의 이름은 섬 안에 3개의 봉우리 뒷들산, 소토골산, 건너재산 사이에서 달이 솟아오른다 해서 지어졌다. '삼달'이라 불렸던 것이 오늘날 '산달'이 되었다.
겨울에는 굴, 가을에는 유자로 유명세
산달페리 신동률(54세) 선장에 의하면 예전에는 산달도 산전마을과 섬의 서쪽 맞은편 아지량 마을을 오가는 나룻배가 있었다. 뭍으로 볼일을 보러 나가려면 "여기, 배요!" 라고 소리 지르거나 깃발을 이용, 혹은 불을 피워 뱃사공을 불렀다. 힘있는 젊은이들은 헤엄을 쳐 건너기도 했다고. 카페리호가 생긴 지 올해로 15년. 이제 내 후년, 다리가 놓일 일만 남았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아 산달도 실리마을 정태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온다고요? 낚시하러 들어오는 갑네. 아니라고? 그럼 뭐 특별히 할 게 없을건데. 그럼 와 보이소 마. 우리는 오늘 점심 때 마을 전체가 바지락 캐러 나갈낀데. 알아서 여기저기 둘러 보이소."
배를 타고 5분쯤 가니 산달도의 선착장이었다. 섬을 찾는 이들이 꽤 되는 듯 들어서자마자 예쁘게 꾸며놓은 안내판이 제일 먼저 눈이 띄었다. 섬에 당나귀도 사는지 '당나귀 타기' 안내판도 있었다. 이장님 대신 산달교회 이윤종(56세) 집사가 섬 안내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 나왔다. 그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섬 일주를 했다.
섬에는 산전, 산후, 실리 총 3개의 마을이 있다. 이 마을들을 잇는 외곽도로는 8km 정도 된다. 승용차로 천천히 돌면 1시간 남짓 걸린다. 마을 주민들은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까지 걸어다녀야 하는데 선착장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실리마을에서는 약 5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섬 중간에 도로를 냈지만 오르막이 심해 노인들이 대부분인 섬에서 이 길을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산달도의 주민들은 굴 양식으로 생계를 잇는다. 해안도로 곳곳에서는 굴 양식에 쓰이는 가리비와 굴 껍데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달 양식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 가구당 200만원 정도 된다. 산달도 주변 바다는 청정해역. 여기서 길러진 굴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으로부터 인정받아 미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유자 또한 유명하다. 매년 11월 수확하는데 일손이 모자랄 정도다. 산전마을 63가구 중 25가구가 한 해 170톤 가량의 유자를 생산한다. 40년 전에는 유자 1개에 1400원~1500원 선이었으나 최근에는 1kg 당 1000원 정도 나가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산전마을에 산달초등학교(거제초등학교 산달분교장)가 있다. 1946년 개교한 이래 2003년 3월 폐교되기까지 1140명의 학생이 졸업했다. 신덕수(64세)씨가 이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600여 명의 학생들로 학교가 북적였다. 지금은 교회에서 수련회 용도로 쓰이고 있다. 곳곳에서 보스를 위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섬을 떠날 무렵, 이유종씨가 산달도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선 말엽, 농악대가 정월 대보름을 맞아 산달도에 원정 놀이를 갔다. 휘영청 달이 밝도록 놀이는 계속 됐다. 그런데 이 달빛이 청마루에 앉아 구경하던 아낙네들의 속치마 안까지 비추는 것이 아닌가. 당시는 속옷이 없어 못 볼것들이 훤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아낙들은 농악군의 재주에 넋을 놓고 있었는데 상모꾼들이 이 광경을 그대로 지켜봤으며 더욱더 신이나 여인들 앞에서 온갖 재주를 다 부렸다. "너도 봤다 나도 봤다 거제 칠면 다 댕겨도 산달도가 최고다" 라는 농악놀이의 가사가 여기서 흘러나왔다.
*길잡이
2017년, 거제면 법동리와 산달도를 연결하는 산달연륙교가 놓일 예정
산방산 정상에서 세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 산달도를 볼 수 있다. 둔덕면 바로 아래 위치해 있지만 행정구역은 거제면에 속해 있다. 섬 안에 있는 세 개의 산은 각각 당골산(235m), 뒷들산(214.8m), 건너재산(209m)으로 불리고 있다. 오랫동안 인적이 없어 등산로가 없다. 정상에 올라도 빼곡한 나무에 가려 조망이 시원찮다. 섬을 둘러싼 8km의 해안도로 일주가 할 만하다. 걸어도 2시간 밖에 안 걸린다.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섬의 곳곳을 둘러볼 수도 있다. 산달도 중간에 산전마을과 실리마을을 잇는 도로도 나 있는데 길을 따라 고개를 넘는 것도 꽤 재미있다. 고개 정상에서 섬 최고봉인 당골산까지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아직까지 섬 안에서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교통
(구)거제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1018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둔덕면사무소와 하둔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법동고개를 지나면 고당마을이 나온다. 고당마을 앞, 법동여객선선착장에서 산달도로 가는 카페리가 있다. 07:00~19:10까지 매시 10분 선착장을 떠나 산달도로 간다. 요금은 일반 2,000원. 차량은 10,000원~11,000원. 10분쯤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섬 안에 숙박시설이 없다. 그러나 가기 전, ㅁ비리 연락하면 교회나 마을회관에서 잘 수 있다. 막영구를 가져가면 학교 운동장 등에서 야영을 할 수있다. 섬 밖에 숙박시설이 있다. 거제면 법동리에 물 위에서 잘 수 있는 법동해상콘도(055-633-4726)가 있고 소랑리에 라온제나펜션(633-9922), 산타모니카(632-1517)가 있다. 모두 펜션급이며 하루 200,000원 정도다. 법동여객선선착장 맞은편에 해송굴구이(633-3722)가 유명하다. 산달도 청정해역에서 재배된 굴을 재료로 한 요리가 맛있다.
글쓴이:윤성중 기자
참조:섬산 산행
참조:폐왕성지~산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