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밀양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송전선' 아래 농성장에서 사용하던 전기를 끝내 끊었다. 한전은 31일 오전 11시30분경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농성장으로 연결된 전기단자함의 전기를 차단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는 이곳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주변에서 지난 26일부터 '시험송전 중단'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주민들은 전기장판 등에 사용하는 전기를 한전 인부들이 사용하는 컨테이너에 붙어 있는 전기단자함을 통해 공급받아 왔다. 그런데 한전은 30일 오후 1시를 기해 '공급 중지'를 통보했다. 한전은 화재와 누전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려고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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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과수원에 있는 송전철탑 아래에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공급 중단을 해 주민들이 크게 항의했다. 사진은 주민들이 눈이 내리는 속에 전기단자함을 지키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
ⓒ 밀양송전탑대책위 | 관련사진보기 |
한전이 전기 공급 중단을 통보하자 주민들은 30일부터 컨테이너 전기단자함 앞을 지켰고, 이 과정에서 한때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31일 오전 이곳에는 눈이 내렸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눈을 맞으며 '전기공급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한전은 31일 오전 11시 30분경 전기를 끊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한전 측과 대화시점인 1월 7일까지만이라도 전기 공급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한전측은 전기 대신에 발전기를 빌려주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300m 가량 거리에 있는 마을에서 전선을 연결해 다시 농성장에 전기를 설치했다. 대책위는 "애초에 자신들이 제공했던 전기를 혹한의 날씨에 끊는 한전의 형태에 분노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백지화및공사중단을위한경남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이날 "엄동설한에도 농성장 전기 끊은 반인륜적인 한전, 단전 철회하고 '거꾸로 송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한전은 주민들과 대화를 예정하고 있는데도 고작 전기공급을 가지고 혹한기에 고령의 주민들을 협박하는 꼴이라니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그들도 부모가 있을 터인데 추운 겨울밤부터 오롯이 몸으로 추위를 막고 있는 노인들을 앞에 두고 입 다물고 있단 말인가"라고 따졌다.
공대위는 "지금도 밀양은 추운날씨가 계속되고 있으며, 눈이 하얗게 내려 쌓이는 와중에도 한전의 단전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차가운 맨땅에서 농성을 이어간다고 한다"며 "눈을 잠시 피하고자 한전 콘테이너 앞에 비닐 치는 것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 도저히 21세기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을 일으키는 한전의 뻔뻔함에 입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대체 하루 종일 추위에 농성하는 노인들이 잠깐 몸을 녹이는 농성장에 전기를 끊는 것을 누구와 협의 했길래 주민들의 이야기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전을 한단 말인가"라며 "무리한 시험 송전임이 밝혀졌으니 한전은 시험 송전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밀양 4개면 주민 260여 세대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한전의 보상을 거부했고, '115번 철탑' 아래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은 '한전 사장의 공식 사과'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실사를 통한 실질적 피해 보전', '노후원전 폐쇄, 전력수급계획변경 등 여건 변화시 철탑 철거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새해에도 당분간 이곳에서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전은 송전선로 공사를 마무리 짓고 지난 28일 '시험송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