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에 부산 구포시장 여성전용 화장실
문을 열면 클래식 음악 자연 채광에 대형 TV도
문을 열면 은은한 음악과 향긋한 오렌지 향이 흐른다. 요트 돛과 물방울을 닮은 모양의 투명한 천장 위로 쏟아지는 밝은 햇빛, LCD 대형 TV 등을 갖춘 파우더룸, 원목으로 된 기저귀 교환대·베이비 시트 등으로 이뤄진 휴게실….
별 다섯개짜리 호텔이 아니다. '5일 장'의 화장실 안 풍경이다. 지난 2월 준공된 부산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의 '여성 전용 화장실'이 그렇다.
이 화장실은 조선일보와 행정안전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1회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상은 작년까지 행정안전부 장관상이었으나 올해부터 국무총리상으로 격상됐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김원철 본부장은 "우리 화장실이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지며 저탄소 녹색성장의 다목적 기능을 갖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아주 중요한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 ‘제11회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부산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의 여성 전용 화장실./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제공
구포시장 여성 전용 화장실은 112㎡(34평) 규모. 부산 북구가 3억2700만원을 들여 지었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그렇다고 사용료를 받지는 않는다. 구포시장과 매 3일과 8일 열리는 구포장날을 찾는 여성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 "우리 구 경제의 중심인 구포시장을 자주 찾는 여성들을 배려, 더 많이 시장을 이용하게 할 것"이란 점에 착안했다. 평소 하루 1000여명, 장날엔 3000여명의 여성이 이 화장실을 이용한다.
화장실 관리·운영을 지휘하는 북구 김미수(50) 오수폐기물담당은 "이 화장실 준공 이후 장날 인파가 5000여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며 "화장실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상 다음인 금상 수상자로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점을 감안해 입구에서부터 내부 전체를 바다와 관련한 디자인으로 구성한 대천역과 관광활성화를 위해 자연과 지역의 특징을 화장실에 접목한 문경새재 제1매표소 화장실이 선정됐다.
또 지하철 서울시청역과 강원도 횡성 강릉 방향 휴게소, 제주시 다락쉼터 등 3개 화장실이 은상을 받는다. 이밖에 동두천 중앙역, 인천시 센트럴파크역, 대전시 월드컵경기장역, 아산시청 강당골여울목, 태백시 태백산 눈꽃 등 18개 화장실이 동상 수상자, 서울 방화3동 치현초등학교와 해군 제1함대 사령부 소속 경북함 승조원 화장실 등 2곳이 특별상 수상자로 각각 정해졌다.
올해 수상자는 전국 163곳의 응모자 중 1차 서류심사로 뽑힌 76곳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현장실사를 거쳐 선정됐다. 한국화장실연구소 조의현 소장은 "올해 응모작들은 대소변 구분 물내림 장치나 세면수 활용 등 물 절약과 자연채광·LED조명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3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