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연예인, ‘삭발’ 하면 성공하는 걸까? ★...팝의 요정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머리를 돌연 삭발해 충격을 준 가운데, 국내외 여배우들의 삭발 당시 모습이 또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일반인이라도 여자의 삭발은 쉽지 않은 일. 여배우라 해도 머리를 미는 순간 닭똥 같은 눈물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팬들에게 오랜 인상을 남겨 준다.
특히 신인이라면 모를까, 이미 톱스타급인 여배우들에게 삭발은 대단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다음 작품 선택과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대개 특수 분장이나 가발로 대체하곤 한다. 지금이야 워낙 특수 분장이 발달돼 굳이 삭발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과거 연기파 배우들은 대의를 위해 삭발을 불사했다. 톱스타들이 삭발 연기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80년대 월드스타 강수연. 그는 1989년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비구니 역할을 맡아 완전히 머리를 밀었다. 당시 그를 취재하기 위한 열기가 국내외적으로 뜨거웠고, 이 영화는 그에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할리우드에선 데미 무어가 이와 비슷한 경우다. 데미 무어는 1900년 영화 <사랑과 영혼> 이후 <은밀한 유혹> <폭로>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1997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지 아이 제인>에서 여군으로 파격 변신을 하며 연기의 영역을 넓혔다. 그는 네이비 씰 특전 훈련을 통과하는 최초의 여성 군인 역을 맡아 삭발을 감행했다. 최근에는 나탈리 포트만의 삭발 투혼이 화제였다. 영화 <레옹>에서 귀엽고 당돌한 소녀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지난 해<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 소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신인 연기자들의 경우엔 삭발의 이유가 다른다. 이들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 삭발 투혼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삭발 연기 때문에 유명 배우가 섭외가 안돼 자연스레 기회가 이들에게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살려 스타덤에 오른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명세빈과 김정은. 명세빈은 1997년 무명일 당시 쵸코파이 CF에서 백혈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자신도 삭발하는 감동적인 연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김정은은 1998년 MBC TV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삭발한 채 병원을 쏘다니는 엉뚱한 정신병자 역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그 전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해바리기>를 계기로 최근 종영한 SBS TV 드라마 <연인>까지 근 10년 가까이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 채민서 또한 1995년 스물네살의 어린 나이에 영화 <가발>에서 삭발 연기를 펼쳐 주연급으로 자리 굳히기에 성공했다.
이 외에 윤석화는 1995년 영화 <덕혜옹주> 이후 2005년 연극 <죽음도 나를 막을 수 없다>에서도 삭발해 두번이나 머리를 밀어 화제에 올랐으며, 시고니 위버가 영화 <에일리언>에서 보여준 삭발 투혼, 지성파 배우 엠마 톰슨이 2001년 <위트>에서 선보인 삭발한 암환자 연기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오래도록 기억돼 왔다.이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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