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때 먹은 '돌솥비빔밥'. 오른쪽 된장국은 따라 나온 것이다
어제 점심 때 회사 인근 식당에서 돌솥비빔밥을 먹었습니다.
한식당에서 가끔 접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가 ‘돌솥비빔밥’이죠.
투박한 돌솥 바닥에 밥을 깔고 그 위에 갖가지 나물을 얹어 불에 데운 다음,
그 위에 계란 후라이 한 장, 고추장 한 숟갈을 얹어서 나오는 게 보통이죠.
우동 국물이나 혹은 된장국 한 그릇이 따라 나오는 것도 기본이구요.
한국인의 대중음식 가운데 하나인 돌솥비빔밥.
이 돌솥비빔밥을 영어로는 대체 어떻게 표기할까요?
최근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해온 한 고위공직자 블로거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돌솥비빔밥의 영문표기를 보고는 그 ‘장황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를 놀라게 한 블로거는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입니다.
일전에 빌딩농장 인터뷰 차 수원으로 김 청장을 찾아갔었는데요,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때 김 청장이 자신의 저서 두 권을 선물로 주시더군요.
집에 와서 그 두 권의 책들을 펴보고 저는 자못 놀랐습니다.
공무원이 쓴 글답지 않게 유연하고, 현장 감각에다 정보도 풍부했습니다.
알고 보니 김 청장은 한국음식 세계화에 숨은 공로자였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화로 김 청장님에게 그 내용들을 그냥 책으로만 묵히지 말고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를 좀 하시라고 권유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 관련글들은 ‘김재수의 푸른농촌 희망찾기’ 블로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김 청장이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중인 내용들은,
그의 저서 <한국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백산출판사)에 실린 내용 중 일부인데요,
참고로 이 책은 김 청장이 주미한국대사관 농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쓴 것입니다.
김재수 농진청장이 펴낸 <한국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
김 청장의 블로그에는 22일 현재 '한국음식 국제화'를 5회째 연재하고 있는데요,
문제의 돌솥비빔밥 영문표기 관련 내용은 제4회에 실려 있습니다.
그럼, 문제의 '돌솥비빔밥' 영문표기는 어떻게 실려 있을까요?
rice topped with vegetables, meat and optional red pepper paste, served in hot stone pot
위의 내용을 우리말로 풀이해 본다면,
‘쌀밥에 야채와 고기, 고추장을 얹어 뜨거운 돌솥에 담은 음식’ 정도 될 텐데요,
어떻습니까? 우선 쉽게 이해, 혹은 동의가 되십니까?
사실 ‘돌솥비빔밥’ 같은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 쉽게 설명하려면
우선 음식의 내용(구성)과 그를 담은 용기에 대한 설명을 뺄 수가 없겠죠?
그러다보니 영문 표기가 다소 장황해진 감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면 돌솥비빔밥의 본가(本家)랄 수 있는 ‘비빔밥’의 영문표기는 뭘까요?
끝부분(served in hot stone pot), 즉 ‘뜨거운 돌그릇’ 설명만 빠졌군요.
(* 대부분의 경우 날계란이나 후라이를 얹어주는 게 보통인데 왠지 이건 빠졌군요^^)
이 글에는 가나다순으로 ‘가락국수’에서부터 ‘해물파전’까지
총 38가지 한국음식의 영문표기가 소개돼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갈치조림, 깍두기, 낙지볶음, 된장찌개 등 반찬류를 비롯해
갈비정식, 국밥, 냉면, 떡국, 볶음밥, 비빔밥, 삼계탕, 칼국수 등 식사류,
감자전, 두부김치, (해물)파전 같은 안주류와 후식인 식혜도 포함돼 있군요.
그런데 영어로 표기하면 복잡할 것 같은 것들이 의외로 단순하기도 하군요.
예를 들면, ‘식혜’는 설명이 복잡할 것 같은데 의외로 ‘rice nectar'이 전부군요.
곱창전골도 그럴 것 같은 데 ‘spice beef tripe hot pot'가 전부구요.^^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우리 사무실에 한국서 태어나 7살 이후 캐나다서 자라고 공부한,
그래서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인 한 친구가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에게 그럼 돌솥비빔밥을 먹어 봤느냐고 물어봤더니 먹어봤대요.
옳다구나 싶어 그 돌솥비빔밥을 영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 친구는 의외로 짧게 답하더군요.
“stone pot 비빔밥”
다시 물어봐도 이렇게 답하더군요.
그래서 이걸 외국인들이 ‘돌솥비빔밥’으로 알아듣느냐고 했더니 그렇답니다.
한국의 비빔밥이 이제 외국에서도 상당히 알려져서 이렇게만 말해도 된답니다.
특히 한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비빔밥 사진이 있어서 이렇게만 설명해도 된다네요.
비빔밥!
돌솥비빔밥!
이제 한식당을 벗어나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전면광고’ 게재 화제
묘하게도 마침 비빔밥이 언론에서도 화제군요. 미국 <뉴욕타임스> 21일자(현지시간)에 비빔밥 광고가 실렸답니다. 그것도 올 컬러로 초대형 전면사진으로 실렸다고 하네요. 비록 정식 기사가 아니라 광고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놀라운 일입니다. 미국 중심가에 '비빔밥'이라니요.
'오늘 점심 비빔밥 어때요?(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라는 제목의 이번 광고는 최근 한식 세계화를 위해 뉴욕에서 '식객편'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던 MBC '무한도전'팀이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함께 게재한 것이랍니다.
이번 광고는 비빔밥에 대한 소개에 이어 뉴욕 32가 브로드웨이의 한인 타운에 있는 금강산 등 17개 음식점의 이름과 전화가 새겨져 있다는데요, 향후 이 광고를 보고 미국인 손님들이 한국식당에 길게 줄을 섰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