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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대8회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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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동기회 스크랩 겨울 부산 금정산 사진과 <소설 `물목` 멋진 대목>을 찾아가다
庭光文培 추천 0 조회 43 10.12.18 13: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소설과 김인배의 <물목>의 글 소개, 2010.12.12 금정산을 걷노라면.....


<물목>

소설가 김인배

 

 밤이 되자 풀벌레가 울기 시작한다. '말밭나루'에 낮에 소금배가 닿았다.

이제부터 우다위가 설치는 시기다. 밤의 식은 땅에서 짓밟힌 잡초의 비리치근한 풀밭 냄새 같은 것이 끈질기게 울어대는 밤벌레 소리에 실려온다.  서해 명산 새우젓 항아리와 소금 가마니를 잔뜩 실은 상선에 알곡과 바꾸려고 몰려든 바꿈이들이 종일 들끓더니, 지금은 관솔불을 치켜든 뱃사람이 두엇 파수를 보고 있다. 저녁 안개가 흐름을 이룬 채 강기슭에 뻗친다. 동강과 옥동천을 흘러온 뗏배들이 그 기슭에 매이기 시작하고, 이제부터 밤이면 뙤창 너머 풀벌레는 내내 울어댈 것이다.

 

 객주집 봉놋방엔 뜨내기 장사치들로 우꾼했다. 거느림채까지 군불이 지펴지며 등잔불이 밝혀진다. 상선들에 묻혀온 한양 소식이 봉놋방 화제로 떠돌았다. 소금배에 얹혀온 남사당패거리가 한바탕 펼치는 공연장의 소란이 멀리서 들린다. 전쟁판 같은 희미한 그 고함소리와 함께 짓밟힌 잡초 덤불섶에서 우는 찌르레기 울음이 마치 사람이 하듯이 봉창문을 흔들고선 밀려드는 추억 같은 그 끝없는 회한을 간단없이 불어넣어준다.

....귀뚜라미가 끊임없이 울었다. 머잖아 닥칠 월출의 전조로서 눈앞에 드러누운 남한강의 검고 질긴 살갗이 희끄무레한 밝음 속에 무수한 너울의 잔주름을 접으며 유장하게 굽어져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옷자락에 달라붙은 도꼬마리 가시에 찔린 듯 모기가 가끔씩 거꿀네의 드러난 살갗을 따금하게 쏘아서 근지러웠다. 반짝이는 수면에 부각된 두 사람의 검은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 강둑 너머로부터 눅눅한 여름방의 강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결을 타고 항아를 유인해 온 사내의 목소리가 시방 희미하게 들려온다. 거꿀네는 귀를 바싹 기울였다.

이제 막 떠오르는 희붐한 달빛을 받고 있는 강물은 체온이 없는 비정의 광물성 몸뚱이를 희멀겋게 드러내 채 번들거리고 있었다.

밤에 우는 부엉새 소리가 멀리 맞은편 강의 대안 너머 어둠이 엉긴 산그늘에서 음산하게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포나루에서 강을 거슬러온 상선들이 남한강 최상류의 포구인 이 말밭마을에 닻을 내리게 되면서부터 어느새 은성한 저잣거리로 변한 요즈음엔 객주집과 주막들이 맨 먼저 흥청거렸다. 먼 강길을 타고 온 서해 명산 소금이랑 새우젓, 다시마 따위을 알곡과 바꾸려고 몰려드는 산협 사람들, 태백산을 분수령으로 영마루의 동서 지방을 번갈아 넘나드는 등짐장수들, 방방곡곡을 누비며 일용잡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방물장수들도 때맞춰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상선들을 기다렸다. 포구의 객이 된 이들은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이 시기엔 온통 바꿈이가 되는 것이다. 이때를 노려 몰려온 남사당 패거리가 낮엔 풍물을 잡고 앞장선 상쇠를 따라 공연을 예고하는 농악을 울리며 저잣거리를 떠들썩하게 해 놓았었다.


떠나간 임에 대한 줄기찬 그리움에 의해 한 여인의 가슴 안쪽에로 보이지않게 스며 흘렀던 강, 그 남한강의 본류가 지금그들의 눈앞에서 유장하게 굽어지고 있었다. 그 강은 또 다른 한 여인에게 있어 난봉꾼인 서방이 꽁지갈보와 눈이 맞아 한양으로 줄행랑을 쳤던 불행한 과거에 대한 회한의 의미로서 흐르는 강일 수도 있었다.그러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이 고장의 꽃다운 처녀들에겐 불만스런 이승의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 딴 세상으로 흘러드는 강일 수도 있었다. 제가끔 경험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그 강은 인간의 역사와 삶의 양태가 드러나는 상징의 강이었다.

시야의 한쪽으로 멀리 바라다뵈는 산모롱이의 어딘가로 행방을 감추며 묘연히 사라져 버리는 저 강물은 온갖 슬프고 괴로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그대도 이곳이 아닌 딴 세상, 행복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좋은 딴 세상을 희구하여 실제로 그곳으로의 이주도 가능한 번화한 수도 한양을 거쳐 서해까지 무사히 흘러들 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물목 중에서)


소설가 김인배

경남 삼천포 출생

현재:경남 마산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1975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중편소설[방울뱀}으로 등단

1983년 '작가'소설가 동인으로 활동(동인으로 이문열, 윤후명,손영목,정종명,김원후,김인배,김채원,강석경,황충상,등이 활약)

1987년 소설집 [하늘궁전]<문학과지성사>출간

92년 소설[후박나무 밑의 사랑]<문학과지성사>출간

2008년 소설<비형랑의 낮과 밤>문학세계사 출간

2010년 '덤불속에서' 중편발표(한국문학)

기타 저서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 , 전혀다른 향가 및 만엽가, 임나신론, 고대로 흐르는 물길 등 한일고대사에 관한

저서를 공동연구자 김문배씨와 함께 출간하였다. 재야사학자로서 활동중이다. 

 

오후에 비가 예보가

 있던 흐릿한 날

살얼음이

드디어 얼었다

동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 원효암괴가 보인다

 

 

 

 

 

 

 

 

 

 

민락동과 광안대교쪽

강물과 바닷물이 합수하고 있다

황령산이 우뚝

바다를 막고 섰다

 

 

 

 

 

 

까마귀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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