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는 '4가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4가 백신은 네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백신으로, 세 가지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닐 수 있는 3가 백신보다 가격이 비싸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흔히 H5N1처럼 H와 N으로 구분하는 바이러스는 A형이고, B 형은 '야마가타' 형과 '빅토리아' 형 두 가지로 나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해 3월(북반구 기준), 그 해 말 겨울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한다. 이를 바탕으로 A 형 가운데 유행 조짐을 보이는 바이러스 2종, B 형 가운데 한 종을 선정해 항체를 섞어 3가 백신을 만든다. 4가 백신은 여기에 B형 항체 하나를 더 섞은 것이다.
많은 경우 이 예상이 맞아 3가 백신만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B형 바이러스가 WHO의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 인플루엔자 경보를 발령하면서 현재까지 발견된 총 29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H1N1형 2건, H3N2형 17건 등 A형이 19건 확인됐고, B형은 야마가타 형이 10건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춘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장은 "한국이 포함된 북반구에서 유행할 바이러스로 WHO가 권고한 것은 빅토리아 형이었는데 야마가타 형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3가 백신의 경우 포함된 바이러스가 달라 백신 역할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보다 안전하게 인플루엔자 독감에 대비하려면 (올해에는)3가 백신보다 4가 백신을 맞는 게 효과가 있을 것”고 말했다.
하지만 3가 백신을 맞았더라도 면역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B형 바이러스는 종류가 다른 바이러스에게도 면역 효과를 일부 일으키는 '교차 면역'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빅토리아 형 백신도 야마가타형 바이러스에 30%정도 교차 면역 효과를 낸다"며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을 폐기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WHO는 남반구는 9월, 북반구는 3월 경에 3가 백신에 포함될 바이러스 종류를 결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백신이 생산되면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 4개 국가에서 모인 10~15명의 전문가가 효능을 입증한 뒤 각 국가에 제조법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