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동부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이었던 신분당선이 드디어 개통했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소식을 접하셨겠지만, 지난 28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에서 신분당선 개통식이 열렸는데요. 저도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오후 열린 개통식은 판교역 광장에서 진행된 공식행사와 함께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역까지 다녀오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저 또한 탑승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참고로 이날 하루 동안 모든 이용객에게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승 소감부터 말씀드리자면 ‘획기적’이란 말밖에 떠오르질 않더군요. 용인에 살고 있는 저로서 기존노선을 이용해 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엄청난 시간단축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당 정자역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16분. 이제 두 도시의 시간적 거리만 보면 하나의 권역이 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건데요. 기존 분당선을 이용했을 때 45분이 걸리던 것과 비교해보면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민들이 분당선을 타고 정자역에서 강남역으로 갈 경우 환승에 대한 부담과 소요시간이 긴 단점 때문에 지하철이 아닌 광역버스를 많이 이용했었는데요. 신분당선은 35분에서 45분 걸리는 광역버스 보다도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출퇴근길 광역버스와 자가용을 이용하던 시민들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죠. 이처럼 두 도시의 간격이 기존 교통수단보다 2배 3배 빨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수도권 생활패턴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신분당선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신분당선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광역철도 가운데 처음으로 운영되는 무인운전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무인운전이라 하면 말 그대로 기관사가 탑승해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과 정지는 물론 차량출입문 작동 등 모든 것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시행되는 것을 얘기하는데요. 이는 종합관제센터에서 원격 조정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더욱 안전한 지하철 운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인운전인데 더 안전하다니 무슨 말이야?”라고 반문하시는 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게 되면 오히려 무정차통과와 졸음운전 등 인재로 발생하는 열차사고 및 장애를 줄일 수 있다는군요.
무인 시스템은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100여개 노선에서 보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신분당선의 경우 무인 시스템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싱가포르 SMRT사와 MOU를 체결해 각종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는 승객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안심하고 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개통 초기에는 일정기간 동안 기관사 자격증을 가진 안전요원을 탑승시킨다고 합니다.
신분당선의 두 번째 특징은 최신형 전동차답게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직접 탑승해 본 신분당선은 다른 전동차보다 쾌적한 환경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소음이 적다는 게 인상적이더군요. 신분당선의 전동차는 비행기에서 사용되는 ‘전기식 플러그인 도어’를 객실 출입문으로 채택했다는데요. 이 때문에 차내 소음이 80dB 이하로 유지될 수 있다고 하네요.
또, 객실간 연결통로가 완전 개방돼 있어 객실간 이동이 더욱 자유롭다는 점과 운전실과 객실이 통합돼 누구나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묘미가 있다는 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면 옆면만 보고 갈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신분당선의 경우 확 트인 전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른 부분이죠. 또, 전동차 앞뒤에는 비상탈출문이 설치돼 비상상황 발생시 안전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차량 내에 설치된 냉난방 인버터 제어시스템 또한 쾌적함을 유지하는 하나의 이유였는데요. 이 시스템은 차량 내의 온도와 공기질에 따라 제어가 가능해 승객 편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더군요.
입석 승객과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습니다. 모든 차량 내부에는 중앙에 안전봉이 설치돼 서서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했고, 객실마다 휠체어 전용 탑승 공간이 마련돼 있어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분당선은 ‘16분의 기적’을 현실로 만든 차량의 빠른 속도와 효율적 노선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노선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요.
신분당선의 총 영업구간은 성남 정자역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총 17.3km입니다. 이 가운데 차량이 멈추는 역사는 총 6개(강남, 양재, 양재시민의숲, 청계산입구, 판교, 정자)로 마치 정류소의 개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광역급행버스(M버스)와 유사했는데요.
기존에 정자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출발하면 2호선을 거쳐 강남역까지 정차하는 역이 17개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신분당선은 5개 역사밖에 정차하지 않아 무려 28분의 시간절약 효과를 가져다 줬습니다.
물론 시간이 줄어든 데는 정차 역이 적어진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분당선은 현재 서울지하철의 표정속도인 30~35km/h의 두 배인 62km/h의 표정속도를 자랑하는데요. (표정속도란 출발한 역부터 도착한 역까지의 주행거리를 실제 소요시간으로 나눈 속도를 말합니다.) 16분 주파의 힘은 여기에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최고속도는 90km/h를 보이더군요.
또한 6개의 정차 역 가운데 3개의 역에서 다른 노선과의 환승이 가능해 이용범위를 더욱 높였는데요. 정자역에서는 기존 분당선과 환승이 가능하며, 양재역과 강남역은 각각 3호선과 2호선으로 환승을 할 수 있으니 매우 효율적인 노선이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판교역에서는 향후 개통예정인 성남~여주선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고, 현재 추진 중인 정자~광교(2단계), 광교~호매실(4단계) 구간과 용산~강남(3단계) 구간이 개통하게 되면 그 폭발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판교역에 마련된 대규모 환승주차장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매우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이곳 역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분들은 자가용을 타고 판교역까지만 오면 쉽고 빠르게 출퇴근이 가능할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분당이 아닌 용인 등 수도권 남부에서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경우라면, 승용차로 판교역에 도착해 차를 세운 뒤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으니 딱 좋겠죠? 이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분당~수서 혹은 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의 차량이 줄어드는 등 교통량 분산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혹시 주변 다른 역사의 환승주차장처럼 주차공간이 부족할 것을 걱정하셨다면 “고민 타파!” 판교역은 무려 1,000대까지 주차가 가능하다니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차비도 주변 환승주차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데요. 환승만 한다면 하루 종일 주차해도 3,000원이랍니다.
지금까지 신분당선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이번 신분당선 개통으로 더욱 기대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입니다.
아직 GTX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GTX는 수도권 전역을 1시간 내로 연결할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말하는데요. 경기도가 국토해양부에 제안한 사업으로 내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제가 갑작스레 GTX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번에 개통한 신분당선과 GTX가 서로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하는데요.
신분당선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 1조 5,808억원 가운데 경기도와 정부가 투자한 예산은 각각 272억원(1.7%)과 1,913억원(12.1%)에 불과합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이죠. 사업비의 대부분을 민자와 판교개발부담금으로 해결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을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 GTX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GTX 사업 역시 민자로 추진하기 때문에 일부 개발부담금을 확보한다면 추정사업비 13조 638억원의 3.1% 수준인 4,135억원만 경기도가 부담하면 된다는군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러한 이유로 이번 신분당선 사업은 경기도의 GTX 추진에 있어 의미가 남다릅니다.
다른 하나는 급행기능을 가진 빠른 속도의 지하철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신분당선의 표정속도는 서울지하철의 두 배인 시속 62km라고 말씀드렸는데요. GTX는 그것보다 더 빠르다고 합니다. 표정속도가 무려 시속 100km에 최고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한다는군요.
지금의 신분당선과 비교하면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10분 만에 주파가 가능하다는 거죠. 더욱 놀라운 건 강남에서 동탄까지 18분(현재 66분)이면 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GTX를 두고 수도권 교통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GTX의 제안 노선은 총 3개인데요. 앞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후 실시설계, 민자협상 등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고 하네요. 역사의 위치 또한 그때 확정됩니다.
수도권 시민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GTX의 등장,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GTX는 착공만 하면 5~6년 내에 완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도권 교통의 일대 혁명을 일으킬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GTX의 축소모델로 평가되는 신분당선이 수도권 교통체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신분당선과 GTX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세요.
첫댓글 이제는 속도전쟁입니다. 신분당선 2단계와 GTX가 모두 완공되면 광교-강남 25분, 수지-강남 20분, 분당-강남 16분,
동탄-삼성 18분, 구성-삼성은 12분이겠죠. 구성 용인 Win 입니다.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는 동탄 수서(이미 시작된 KTX 구간 병형) 구간을 왜 점선으로 처리했을까요 옥에 티네요 ㅎㅎ
같은 실선으로 해도 될걸 공유노선이라 일부러 점선으로 했을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