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경찰로 거듭 나려면
청장님! 요사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자주 청장님 얼굴을 뵙습니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원래 청장님은 늘밝은 미소로 호감을 주는 분이었는데 굳은 표정을 보니 경찰의 현주소를보는 듯합니다.
청장님! 경찰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이며, 절체절명의 쇄신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죄 피해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거친 대응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빗발치는 분노로 경찰청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각종 언론매체에도 경찰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는 상황입니다.
청장님! 저는 경찰학을 연구하는 교수로서 그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경찰이 시민의 경찰, 사랑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첫째, 경찰공무원의 인사관리시스템 정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신규채용과승진임용시 부적격자를 거르는 여과장치를 만들어 제대로 가동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민에 봉사하는 마음, 희생정신, 도덕성 등이 부족한 사람을 분명히 가려내야 합니다. 시민은 무조건적 희생과 도덕군자 같은 경찰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감성과 직업윤리와 사명감을 가진 경찰을 원합니다. 그러한 경찰이라면 성폭력 피해 여고생을 수사한다는 핑계로 술을먹이고 성추행을 하거나, 피해자 가족에게 발길질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둘째, 임기응변식 처방은 부메랑이 되어 경찰의 신뢰와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면 강력계 형사를 학교근처에 집중배치하고, 연쇄살인이 문제가 되면 범죄심리학전공자를 채용하고, 남자 경찰관의 비위사실이 밝혀지면 여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하는 식의조치는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임기응변식 조치는 경찰관들의 근무의욕을 떨어뜨리고 시민의 냉소만 살 뿐 입니다.
셋째, 경찰행정 특히 범죄수사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시민 제보로 강력사건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우가 70%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는 50%수준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신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경찰이 귀찮게 할까 봐” 등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신고보상금을 아무리 많이 지급해도 신고자에 대한 경찰의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범죄신고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먼저 경찰의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유영철을 검거하면서 사실로 판정이났지만 이미 작년부터 서울에는 홍대 괴담, 구로동 괴담, 연쇄살인범 발생등 여러 괴담들이 시민들 사이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경찰은 “아무 일 아니다” “연관성 없다”면서 괴담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경찰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여 시민의 협조를 구했더라면 좀 더 빨리 범인을 검거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경찰기관이나 FBI를 통해서, 일본은 파출소나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범죄정보를 게시하거나 전단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민의 신고를 유도합니다.
넷째, 유전자은행을 시급히 설립해야 합니다. 프라이버시 침해소지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인권국가임을 자처하는 미국도 이미 1998년에 유전자은행을 FBI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범죄자 인권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시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하여 유전자은행을 설치한다면 범죄예방과 수사에 획기적진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청장님, 불미스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찰은 시민의 안전망이자 보루입니다. 어려울 때, 두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면 당연히 경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시민 개개인이 갖도록 해 주십시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첫댓글 셋째, 경찰행정 특히 범죄수사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시민 제보로 강력사건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우가 70%에 이릅니다.
경찰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여 시민의 협조를 구했더라면 좀 더 빨리 범인을 검거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경찰기관이나 FBI를 통해서, 일본은 파출소나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범죄정보를 게시하거나 전단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시민의 신고를 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