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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에 대한 중딩들의 성토 한마당
중2! 내 나이가 어때서
‘사춘기의 절정’ ‘북한군이 무서워 남침을 못 하는 이유’ ‘통제 불능 사고뭉치’ … 중2를 일컫는 기성세대의 표현입니다.
하나같이 부정적이죠. 중2 자녀를 둔 40~50대 엄마들은 “갱년기보다 무서운 게 사춘기”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중2들은 “중2가 뭔 잘못?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항변하죠. 일탈과 반항, 허세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중2, 그들은 과연 문제적 대상일까요. 전문가들은 아이의 ‘중2병’ 이 한철 유행하는 감기로 지날지, 심각한 질병이 될지는 부모에게 달렸다고 충고합니다.
이번에도 엄마 몫이냐고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중2, 그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통한 셈이니까요. 자, 이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편집부가 독자에게 ...
‘중2병 신드롬’ 속 함정을 조심하세요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고 구제 불능”이라는 말은 기원전부터시대와 문화를 불문하고 늘 있었습니다. 요즘 중학생들은 우리나라가금융 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 태어났기 때문에 빡빡해진 사회 속에서 ‘자기만 아는 이기적 세대’ 로 자랐다는 얘기도 있고요.가끔은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병’으로 몰아가니 아이들이 억울하다고말하는지도 모릅니다.‘중2 되면 걸리는 병’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나의 사춘기는 어땠는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중2병 신드롬’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현명한 부모가 되는 방법을 담았습니다._홍정아 리포터 |
WEEKLY THEME┃PART 1
중2병에 대한 중딩들의 성토 한마당 “ OO 하기 딱 좋은 나인데~”
자녀의 ‘중2병’에는 ‘갱년기’로 맞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부모의 이상 징후는 생의 ‘시기’로 여기면서 유독 자녀의 돌출 행동은 ‘병’으로 진단하는 것은 불공평한 잣대 아닐까? 그래서 물었다. 중2에게 중2병은 어떤 의미인지. 중학생들이 전하는 중2병이란 이런 것!
취재 임은희 리포터 yepeh@naeil.com
참고 도서 <중2병 엄마는 불안하고 아이는 억울하다>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맘 놓고 놀기 딱 좋은 나이
이시온(경기 성남동중3)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3학년이 되어보니 공부가 힘들더라고요. 중2 때가 가장 좋았어요.
이희성(서울 서운중3) 중2라면 혈기 왕성한 시기죠. 하하. 피가 끓는 시기라고 할까요? 친구들과 끝없이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는 슈퍼 파워시기입니다.
황세빈(서울 배화중1) 수험생이 되기 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시기라는 것은 틀림없어요. 요즘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때부턴 힘들어지잖아요.
유재혁(서울 서운중2)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두려움이나 창피함 없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춘기가 특별함을주는 것 같아요.
김수정(서울 서운중3) 저에게 중2는 재도약의 시기였어요. 초6 때부터 중1까지 사춘기를 겪은 뒤 마음을 다잡았거든요.
우리 얘기 좀 들어주세요!
중딩들에게 중2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심각한 병이 아니라 정체성과 자아를 찾는 꿀 같은 시기!
하지만 ‘어른들이 규정한 중2병’이라는 잣대가 자신들의 일탈과 방황을 부추긴다고 항변한다.
조혜리 스트레스가 쌓이면 좀 드러내서 풀고, 예쁘게 꾸미느라 시간을 쓰고…. 그런 걸 병으로 치부하니 답답하고 속이 상해요.
최정원 다른 때보다 새로운 것을 많이 겪어 혼란스러운 시기라는 것을 부모님도 아실 텐데, 아들과 딸을 ‘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쾌해요.
김수정 사춘기가 오는 것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특정 학년을 가리켜 병든 집단으로 만드는 건 옳지 않아요. 그런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멀쩡한 중2 학생도 ‘뭐 어때! 나 중2잖아’라고 생각하며 엇나가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재혁 정상(?)적인 중2도 많아요. 또 중2병이 아니라 사춘기예요. 왜 우리한테 병이라고 그러는지 알 수 없어요.
이주영 만약 병이라면 어른들이 도움을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병을 이기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훌륭한 멘토를 만나게 해주시던가요. 그저 병이라고 단정 짓고 말면 아이들은 체념할 거예요.
유재혁 맞아요. 이 시기에는 여러 형태로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요. 게으름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잠시 일탈하는 것뿐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조혜리 사실 말 안 듣는다고 무조건 혼낼 때 속상해요, 중2라고 막무가내로 야단치실 때 억울해요.
이시온 “아, 중2야? 그 무섭다는?” 그냥 장난처럼 던진 말이지만 그 말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전 사춘기가 심하지 않았는데도 중2만 되면 중2병 걸린 문제 학생으로 모는 건 부당해요.
반항하기 딱 좋은 나이
유재혁 무서움이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스타일에 집중하고, 신경이 까칠해지는 상태. 가끔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잘난 척하며 왕처럼 행동할 때 중2병 걸렸다고 하지요.
양성수(경기 문원중3) 맞아요. 특히 관심을 받으려고 안 좋은 행동을 대범하게 하는 아이들보고 우리끼리도 중2병 걸렸다고해요. 예를 들어 선생님 말씀에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굉장히 예의 없게 행동하죠. 매사에 불만이 많은 상태로 보여요.
이주영(경기 GLCS 글로벌리더스기독중2) 여학생들 시각은 좀 달라요. 감정 기복이 굉장히 심해져요.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에 어느 날은 폭발할 정도로 반응하고요.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막 울고 …. 감정을 자제하지 못할 때 중2병이라고 해요.
임지은(서울 서운중2) 공부를 소홀히 하고, 화장을 하거나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살아도 중2병으로 진단해요.
진로고민하기 딱 좋은 나이
조혜리(경기 상현중2) 여러 친구들과 절친 맺기와 절교를 반복하면서 저의 존재를 고민하기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황세빈 본격적인 수험생이 되기 전에 미래를 고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시기죠. 여유로운 미래 고민이라고 할까요?
김수정 충분한 방황 뒤 재충전할 수 있는 시기죠. 주변에 고등학생때 중2병 앓는 선배가 있는데, 그때 공부를 많이 놓쳐 대입에 실패하더라고요.
최정원(서울 개포중3) 중학생 때는 ‘흑역사’를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시온 행복하기 딱 좋은 나이! 중2 때 가장 행복하고 많이 웃고 친구들도 좋았어요.
이주영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고민한 만큼 성장할 수있겠죠?
내 아이, 이런 때 중2병 같다!
자녀의 사춘기 방황에 마음고생 하는 엄마들. 엄마들이 말하는 내 아이 이런 때 중2병 같다!
“아침마다 바뀌는 딸아이 입술색을 보면 중2병이구나 싶어요.”
_임수희(44·서울 성동구 옥수동)
“중1 아들이 친구들에게 빠져 학교가 놀이동산만큼 재미있다고 하기에 마음의 준비 중입니다.”
_이영민(40·서울 강남구 개포동)
“중2 아들 눈빛이 달라졌어요. 가끔 초점이 없을 때도 있고 무섭기도 해서 중2병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_송주하(42·경기 성남시 수내동)
“중2 딸이 친구 ‘생파’ 준비를 한다며 한 달째 계획을 세웠다 고쳤다 해요. 중2병이겠죠?”
_신지혜(42·서울 도봉구 쌍문동)
“중1 딸에게 신문에서 읽은 재미있는 기사를 말해주는데 중간에 ‘안물(안 물어 봤어)!’ 이러네요. 중2병이 왔나 봐요.”
_박지선(43·서울 마포구 성산동)
WEEKLY THEME┃PART 2
“중2병은 정말 치료제도 없을까?”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부터 중2 학급을 대상으로 ‘복수 담임제를 자율 운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중2가 학교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공공의 적’이니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전국 초·중·고생 10만2천1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위기 실태’에서도 청소년 폭력 10건 중 7건은 중학생이 가해자라고 하니 학교 폭력의 중심에 중학생이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모든 병에는 치료법이 있게 마련이지만 유독 중2병만큼은 증상과 원인 분석만 있을 뿐 치료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 애들이 이상하다,중2가 문제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하며 아이들에게 화살을 돌릴 뿐이다.
중2병은 정말 치료제가 없을까. 질병이라기 보다 일시적으로 지나는 일종의 증세에 가깝다는게 전문가의 중론.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서서히 사그라질 것을 아는 부모가 넓은 가슴으로 그들을 품어야 하는 시기, 바로 내 아이의 중2가 아닐까.
사춘기의 작은 영웅 중2 언어 설명서
중딩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항변하는 말에는 “내가 봐도 이상하긴 해. 하지만 바꾸고 싶진 않아”라는 간절한 외침이 담겼다. 15세 사춘기 아이들을 ‘중2병’으로 옭아매는 사회적 잣대가 더 큰 문제 아닐까. 무섭게 반항하고 대들며 욕하는 내 아이, ‘도대체 쟤가 왜 저러지?’에서 ‘아프냐? 엄마도 아팠다’로 생각의 관점을 바꾸자. 반항적 언어로 살펴본 마음 읽기,
중2는 사춘기의 작은 영웅이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이진아 소장(브랜드유리더십센터)·한영주 소장(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15세연구소)
이귀숙 부장(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부)·김운기 교사(서울 영란여자중학교)
강나영 교사(부산 광안중학교)·임재인 원장(서울수클리닉)
임영주 소장(부모교육연구소)·최성환 소장(메타코칭에듀케이션)
참고 도서 <중2병 엄마는 불안하고 아이는 억울하다> <중2혁명> <중2병의 비밀>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중2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지만 본인은 다 자랐다고 착각하기 쉬워서 말 그대로 ‘천상천하 중2 독존’인 시기다. 세상이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에 실속 없이 허세와 객기를 부리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자기가 겪은 사소한 일을 무용담처럼 포장해 ‘뻥’을 치는 모습에 엄마들은 기가 막히다.
허세 작렬인 친구를 보며 손가락질하다가도 슬며시 따라 하는 모순을 보이는 것도 특징. 엄마의 화장이나 옷차림을 보고 “꼴이 그게 뭐냐”고 지적하는 대범함(?)도 갖췄다.
Solution_ 세상만사를 자기 발아래 두고 허세를 부리는 시기가 중2라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관심의 끈을 놓지 않되, 때론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전 세대보다 자신의 욕구 표현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이 ‘병’으로 보이는지도 몰라요._ 한영주 소장(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15세연구소)
“내가 어디로 튈지 나도 모른다고!”
부쩍 자아가 강해지는 시기인 만큼 결과물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자기 의지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이 집 저 집에서 ‘겁 없는 반항아’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 어른에 대해 이유 없는 적대감을 보이며 “건들기만 해봐. 터져버릴 테니까”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말과 행동으로 부모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 일쑤다.
방문을 잠그고 입을 닫거나, “열라” “짜증 나”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이 많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항아들은 술과 담배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른들이 정한 금기를 깨기도 한다.
Solution_ 어렵겠지만 일방적인 부모 중심의 힘겨루기 태도부터 버리세요. 이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존재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내뱉는 심한 욕설도 부모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그냥’인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내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하고 억장이 무너져도 끝까지 참고 믿으며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면 아이는 반드시 돌아옵니다._ 강나영 교사(부산 광안중학교)
“남친, 여친 없으면 루저라고?”
자녀의 이성 교제에 쿨한 부모는 많지 않은 반면, 아이들은 ‘이성 교제는 당연한 것’ 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나보다 이성 친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띤다.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집착, 콤플렉스가 생기면서 “왜 나를 이렇게 낳았냐” 고 따지는 아이들도 있다.
정작 여자 친구(혹은 남자 친구)도 없으면서 자신의 이성 교제를 인정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해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도 다반사. 이성과 스킨십에 대해 겉으론 개방적인 척하기도 한다.
Solution_이성과 연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아이라면 일상생활 속 화제로 대화를 이끌어 관심사를 돌려주세요.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사생활 침해’를 들먹이며 아이가 대화 자체를 거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성 친구와 스킨십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성교육도 중요해요. 단 ‘이성 교제 = 스킨십’을 떠올리는 부모를 ‘변태’라고 느 끼는 아이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_ 이진아 소장(브랜드유리더십센터)
“시험 좀 망쳤다고 세상이 무너져?”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아이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하지만 성적이 나쁜 것 은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이번엔 무조건 100점!” 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시험문제가 이상하다, 학원이 나랑 안 맞는다, 마음을 안 먹어 그렇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1등은 문제없다 등의 말로 핑계 거리를 찾는 것 도 이 시기 아이들의 특징. 전교 1등을 놓친 아이가 자존심 상한다며 등교 거부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Solution_ 중학생이 되면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공부에 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 지치지 않도록 아이를 격려하고 시간을 주는 게 해법이에요. 이런저런 핑계 거리를 찾는 아이들의 마음도 결코 유쾌할 수 없겠죠. 오히려 학생들은 “중2가 되어도 난 달라진 게 없는데 부모님이 먼저 예민하게 반응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얘길 자주 합니다. 아이들을 중2병이라는 테두리에 가두지 마세요. _ 김운기 교사(서울 영란여자중학교)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