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주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둘째 아이도 어린이 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겨서 막내딸은 두 아이의 학부모가 되었다. 두 아이가 동시에 생활환경이 바뀌었으니 그 뒷바라지 하느라 딸은 몸도 마음도 바빠 보였다.
초보 학부모가 된 딸에게 “첫째 아이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의 느낌이 어때?” 하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긴장이 되었는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야”라고 한다. 유치원 다니는 작은아이도 다니던 어린이집에 대한 생각을 좀 하는 것 같지만 그런대로 유치원을 좋아하고 잘 간단다.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을 딸에게 물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카페에 모여서 차 마시고 논다고 이야기가 돌던데, 정말 그래?”
딸은 빙그레 웃더니 “차 마시고 놀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곳은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나누는 곳이어서 기회가 되면 나도 함께 하지요”하고 말하며 그동안 느낀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 한다.
첫째 고민은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교과서가 있기는 한데, 그걸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있는 사물함에 넣어 두고 학교에서 사용하니, 사실 엄마들이 그 책을 볼 기회가 없단다. 교과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책을 집으로 가져 오라고 해 챙겨 보지 않는 한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가 없어서 도움을 주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둘째는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라고 한다.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학교가 끝나도 아이들이 빈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을 열어 돌본다고 하지만 부모가 돌아오는 저녁시간까지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은 엄마들이 직접 찾아야 한다. 안전하고, 내용도 알차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찾아 아이들을 맡기는 일이 급선무라고 한다. 학과를 보충할 수 있는 교과목 학원, 재능개발을 위한 학원, 운동을 가르쳐 주는 학원, 놀이를 가르쳐 주는 학원 등을 너나없이 어딘가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따라서 애들을 보낼 수밖에 없단다. 아이들은 혼자서 그 과정들을 따라 다닐 수 없으니 이들의 이동을 책임져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을 학원들이 알아서 해 주고, 마지막 끝나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엄마들의 관심은 주로 이 과정에서 어디가 더 잘 가르치고, 더 안전하게 아이들을 돌보고,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인가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단다. 그러다 보니 서로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같은 곳에 보내고, 친구 관계를 맺게 하고 그룹형성에도 대개 이를 기준으로 하게 된단다. 학교는 숙제를 내 주지도 않고, 시험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학원은 숙제를 내주어 그에 따른 공부를 하게하고, 자신들이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도 본다. 여기는 치열한 경쟁의 자리가 된다.
셋째는 학교교육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학교에 교육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입시교육이 목표임이 분명한데, 입시를 위한 배움은 모두 학원에 미루어 놓고, 그렇다고 인성교육이나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자율성을 키워 주지도 못하고, 학원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의무교육이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입학할 때 한글을 못 깨우치고 오는 아이들이 간혹 있는데, 학교에서는 그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서 학교 보내라고 한단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엄마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좋은 대학에 보내어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얻어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게 하는 것’ 이것이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궁극적 목적일까?
교육이 부재한 학교 교육 앞에서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그러니 엄마들이 모여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단다. 절대로 수다 떨고 놀려고 엄마들이 카페에 가는 게 아니란다.
어떻게 해야 이 나라의 교육이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