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박명(佳人薄命)
佳 아름다울가
人 사람인
薄 엷을박
命 목숨명
가인(佳人)이란?
임금 같이 귀한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美人과 마찬가지로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다.
그리고 이 고사성어(古史成語)는 여자의 용모가 너무 빼어나면 운명이 기박하다는 뜻이다.
송(宋) 나라의 대문호 동파(東坡: 蘇軾의 號) 소식(蘇軾)은 관직에 있을 때, 늘 폄하를 당하는 등 정치적 운이 좋지 못하여 경제적 생활도 궁핍하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인박명은 1086년에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 박명가인(薄命佳人)에 나오는 말로 그는 이詩에서 예부터 아름다운 여인들은 대개가 운명이 짧다고 읊었다.
그런데 이 詩에는 가인명박이라 씌어잇는데 그것이 가인박명으로 바뀌었고 또 오늘날에는 사인박명보다는 美人薄命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엉긴 우유 같은 두 볼에 칠흑 같은 머리를 하고 눈빛이 발에 드니 주옥처럼 빛난다. 하얀 비단으로 선녀의 옷을 짓고 입술연지는 본바탕을 더럽 할까 봐 바르지 않았네.
오(吳) 나라의 말소리는 귀엽고 부드러워 아직 어린데 무한한 시간 속 근심은 알 길이 없네.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은 대개 기박하니 문 닫고 봄은 다하니 버들꽃이 떨어지네.
이 詩는 작자가 황주(黃州). 양주(楊州) 등의 지방장관으로 있을 때, 우연히 절간에서 나이 삼십이 이미 넘었다는 어여쁜 여승을 보고 그녀의 아리따웠을 소녀 시절을 생각해 보며, 미인의 운수가 기박함을 쓴 것이다.
요즘엔 이 말을 美人 단명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듯 하나 반듯이 수명의 짧음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동파(東坡)의 詩에도 보이는 것과 같이 무언가 순탄치 못한 것이나 그렇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표명한 것뿐으로 미인은 불행해지기 쉽다는 것이 원래의 뜻이다.
지나치게 외적인 美人을 추구하는 요즈음의 세태에 너무 아름다우면 오래 못 산다는 말이 별로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위로가 있을는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