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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9. 11.24(일) / 1호선 회룡역 3번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11명 (갑무, 정남, 종화, 진오, 경식, 승렬, 원무, 삼환, 전작, 양기, 천옥)
◈ 산행코스 : 회룡역-회룡탐방지원센터-회룡샘-회룡사-사패능선(8부)-<원대복귀>-뒤풀이 장소-회룡역
◈ 동반시 : "화양연화" / 김사인
◈ 뒤풀이 : 생오리고기 구이에 소·맥주·막걸리 / "산에 산"<의정부시 호원동 (031) 837-5289>
오늘은 산행지인 사패산이 멀리 의정부에 있고, 지하철 파업이 예고되어 있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대부분 산우들은 지하철파업 때문에 지각할 것 같다고 카톡이 난리다. 승렬이만 이미 도착했다고 카톡에 뜬다. 역시 생도출신은 다르다.
나도 다행히 정시 전에 도착하여 회룡역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렬이와 반가이 수인사를 하고 좀 있으니 원무 회장님과 진오가 도착하여 서로 또 수인사를 하였다. 수인사하는 찰라의 순간에 날카로운 진오가 정시에 도착한 네 사람 모두 장성(長城) 사람이구만! 하고 공통점을 찾는다. 역시 진오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아 네 사람은 추위를 피할 겸해서 사패산 방향으로 천천히 먼저 올라가기로 하고, 출발하여 도로 따라 한참 올라가니 이름이 멋진 'Man's Estate' 라는 카페가 있어 이 곳에서 커피 한잔씩을 하며 기다렸다.
좀 있으니 카메라를 목에 맨 사진작가 천옥이가 오더니 네 사람은 다 장성사람이라고 하며, '장성4인방'이라는 애칭도 붙여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산우들 고향까지 기억하는 천옥이도 대단하다. 11시 15분경에 11명 전원 도착하여 '사패산'을 향하여 출발이다.
맑은 개천을 따라 십여분 올라가니 경기도 보호수인 수령 460여년(1982년, 수령420년 지정)된 화룡골 회화나무를 지나 화룡교 앞에 도착하여 갑무 총장님이 북한산둘레길종합안내판을 보며 산우들에게 날씨를 감안, 화룡사 계곡길에서 시작하여 사패산 능선을 따라 석굴암 쪽으로 내려오는 무리하지 않는 안전한 코스로 한다고 브리핑 후, 만약 비가 한 방울이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회귀하자고 한다. 이제부터 총장님을 선두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금 올라가니 길가에 있는 초가지붕의 '사패공방'에서 나무꽃병에 꽂혀있는 노란국화와 나무판에 새겨진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등 많은 아름다운 글과 목각작품을 보았다. 엉성한 누옥이지만 공방장인의 맑은 영혼과 숨결이 느껴진다.
삼삼오오 산우들과 다시 전진이다. 계곡의 넓은 암반 위를 흐르는 옥색 맑은 물과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들을 보며 산우들과 이런저런 세상얘기를 나누며 걷고 걷는 사이 어느덧 갈림길에 도착하여 회룡사쪽으로 계속 전진이다.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조선건국에 얽힌 전설이 있고, 김구선생의 상해망명 전 도피처였던 회룡사에서 대웅전과 사찰경내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출발이다.
호젓한 낙엽길을 한참 올라가니 벤치가 있는 화룡안전쉼터가 있어 이곳에서 산우들 각자 가져온 따뜻한 차와 떡과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세상얘기를 나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좋고 시산회 산우들과 산에 오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평온함을 느낀다. 우리 시산회 산우들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늘은 점점 비가 내릴 듯, 산을 오를수록 구름이 잔뜩 끼여있다. 서둘러 다시 출발이다.
이름 없는 나무다리 무명교를 몇 개 지나 약간 경사가 있는 낙엽이 널브러진 호젓한 오르막길을 걸으며 사진도 찍으며, 8부 능선에 다다를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무 총장님의 올라 올 때 했던 우천시 회귀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하산이 시작된다.
잠시 비도 피할 겸 간식을 먹기 위해 널직한 무명교 다리 밑으로 이동하여 돗자리를 펴고, 각자 사모님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떡, 김밥, 과일, 막걸리 등을 차려 놓았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동반시를 낭송할 시간이다. 동반시는 김사인 시인의 '화양연화' 이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화양연화' /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리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우리 시산회의 산우들 모두 지금 이 자리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다. 지난번 수리산 산행 뒤풀이에서 양기가 한우가 아닌 젓소등심으로 포식한 얘기와 공군학사장교 출신인 경식이의 초급장교 시절 비슷한 시기에 임관한 사관학교 출신 소시적 친구 장교에게 반말했다가 다른 장교한테 혼났다는 추억담을 재미나게 들으며 간식을 맛나게 먹고, 바로 옆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인증샷을 찍고 서둘러 하산하였다.
하산하면서 뒤풀이는 이지역 터줏대감 삼환이가 추천한 참나무장작구이 참숫생고기 유황오리 전문점(오리 앞에 형용사가 북한식으로 엄청 길게 붙은) '산에산'에서 친절한 고흥댁 아줌마가 친정오라비 모시듯 차려준 막걸리, 소주와 명품 유황오리로 맛나게 몸보신을 하고, 오후 3시경 화룡역에서 해산하였다.
오늘 그동안 몸이 좋질않아 오랫동안 재활운동을 하여 건강을 회복하고 끝까지 산행을 함께 한 정남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산회 친구들아! 우리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위하여 파이팅! 하세. 좋은 날들을 기대하면서...
2019년 12월 12일 전작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