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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과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를 3박 5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나토정상회의 연설을 포함해 사흘간 무려 16건의 외교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9월 이후 무려 4년 9개월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각 공조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나토정상회의 무대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아울러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주요 회원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세일즈 외교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무난히 소화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글로벌 다자외교 성공적 데뷔전
- 4년 9개월만의 한미일 정상회담 북핵 대응 3각 협력 강조
- 한일관계 개선 청신호 주목…김건희 여사 깜짝 활약도 관심사
정파적 이해에 기반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해외 첫 순방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룩악수와 일부 회담 취소를 둘러싼 잡음 등 ‘옥의 티’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첫 나토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노골적인 반발이라는 악조건을 고려해본다면 윤 대통령 외교초보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글로벌 가치동맹 외교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3대 목표에 내세웠던 △가치규범 연대 △신흥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효과적으로 달성한 셈이다.
4년9개월만 한미일 정상회담…‘北 비핵화’ 압박
윤 대통령은 나토정상회의 참석 일정 중 최대 하이라이트는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비록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이 나토정상회의 일정 등의 여파로 아쉽게 불발됐지만 문재인정부 초기 이후 무려 4년 9개월만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약 40일 만에 재회했으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정세 불안정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약 5년 만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지역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3국이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북한 당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더불어 한미일 3각 협력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일 정상도 적극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미일 3각 협력은 우리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 중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형식의 대화가 지속돼 3각 공조가 강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 역시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번에 개최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미일 동맹, 미한 동맹의 (전쟁)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 한미일 공조강화가 불가결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정상은 이밖에도 지역 및 글로벌 문제 대응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 등 가치연대도 재확인했다. 야당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서 했던 활동이나 모양이 일단 성공”이라면서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합격점을 내렸다. 이밖에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3각 협력을 강화한 것에 대해 “역사적인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평화·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글로벌 협력에 대한 대한민국의 기여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대한민국과 나토는 2006년 관계를 수립한 이후 정치·군사적 안보협력을 증진해 왔다”며 “이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역량을 갖춘 국가로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착국면 벗어날까? 물꼬 튼 한일관계 정상화
한일관계 개선의 청신호가 켜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 등 과거사 문제로 수년째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5차례나 조우했다. 스페인 국왕 주최 환영 갈라 만찬,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 AP4 및 나토 사무총장 기념촬영 등이다. 특히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만찬에서 4분 가량 대화를 가져 사실상 약식회동을 가지면서 양국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공식적인 회담은 아니었지만 양국 지도자가 톱다운 방식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일 정상회담 직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와 관련,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한일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마무리되는 7월 10일 이후 한일 셔틀외교 복원이 조심스럽게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회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정을 양자회담에 할애했다. 사흘간 16건의 외교일정을 소화한 윤 대통령은 한·호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네덜란드·프랑스·폴란드·덴마크·캐나다·체코·영국 정상과 연쇄 접촉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외교안보에 치중한 것이라면 양자회담은 대유럽 경제외교의 본격적인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나토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해외 각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세일즈 외교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첨단산업의 공급망 강화는 물론 미래성장 산업의 협력기반도 구축했다.
반도체·원전·방위산업 세일즈외교 성과
최대 관심사는 원전과 방위산업이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 및 체코와의 정상회담에서 원전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였다. 원전산업의 경우 국가간 신뢰는 물론 정상간 우호관계 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특히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상호 우호와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과 인프라투자, 에너지, 방위산업에 이르는 다방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국내 원전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뛴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는 만큼 원전 수주에 성공할 경우 이는 국가적 경사다. 폴란드의 경우 원전 이외에도 방위산업 협력이 주요 관심사였다. 폴란드는 K2 전차를 비롯해 차세대보병전투장갑차(레드백), FA-50 항공기 수출 건이 걸려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 △호주와는 그린수소 및 방산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공급망 △체코와는 전기차배터리 △프랑스와는 원전기술 및 우주산업 △덴마크와는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유럽과의 협력은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소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추진을 위한 밑바탕을 마련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도 한국과 유럽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아울러 무역분야에서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면서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유럽시장 진출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마드리드 프레스센터 현지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렸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변화의) 결과물로 우리가 반사적으로 얻던 혜택이 줄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유럽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연보다 빛난 조연 김건희 여사, 박지원 90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내조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행보를 뒷받침하는 조연에 불과했지만 화려한 패션과 단아한 외교로 인해 뉴스가치만큼은 윤 대통령을 능가하는 주연이었다. 특히 평소 관심사였던 패션과 환경분야에서 단독 일정을 과감하게 소화하면서 영부인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박지원 전 원장은 김 여사의 행보와 관련, “세계 정상의 부인들이 얼마나 옷을 잘 입고 멋있는가. 거기서 우리 영부인이 꿀리면 우리 기분이 어떻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언행도 얼마나 좋았나.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호평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김 여사는 다른 정상 부인과 친분을 쌓는 등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 성과에도 최대 부담은 중국 측의 반발이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면서 동북아에서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신냉전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측은 주요 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비토해왔다. 국내 일각에서는 과거 사드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과 관련, “특정 국가·지역을 배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 결코 아니다”고 부인했다. 최영삼 대변인은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여러 핵심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 무대에서 외교초보의 이미지를 씻고 비교적 선방했다. 김건희 여사 또한 특유의 내조외교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며 “나토정상회의에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이 왜 가느냐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3박 5일간의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세일즈 외교 성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해외 첫 순방이라는 점에서 ‘옥의 티’로 불릴 정도의 작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이는 글로벌 외교무대에서의 경험이 축적될수록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향후 중국의 반발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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