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찾아간 곳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서 지난 달 오프로드 도전기의 종착점이었던 정선군 북면 구절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른 곳도 많은데 하필 지난 달과 가까운 곳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꼭 이 달에 소개하고 싶었다. 구절리∼대기리 구간의 오프로드가 내년에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의 수해로 공사가 늦어졌지만 말끔하게 포장된 구간이 많아 옛 모습이 사라졌다. 2004년 여름 정도에는 ‘대기리 오프로드’라는 말조차 낯설게 느껴질 듯 하다.
겨울이 되면 강원도의 스키장들이 개장을 하고, 바다를 보기 위해 대관령을 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루쯤 일정을 비워 대기리 오프로드를 찾는다면 전혀 색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눈을 만나지 못했지만 주민에게 물어 보니 눈이 많이 올 때는 길이 끊겨 며칠씩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송천을 따라 이어지는 노추산 계곡을 낀 대기리 오프로드는 햇볕이 드는 시간이 짧아 눈이 오래 간다.
이번 오프로드 도전기에는 벤츠 ML270 CDI가 함께 했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고, 차고조절 기능이 없는 독립식 서스펜션을 달았음에도 부드럽게 골을 타고 넘었다. 무엇보다도 커먼레일 엔진의 넉넉한 힘과 500km를 넘게 달려도 여유가 있는 연료 게이지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벤츠 M클래스는 두 번째 동행이다. 2002년 1월 겁 없던(?) 시절에 아무런 준비 없이 태백의 함백산 주변 오프로드를 찾았다. 돌을 밀고 눈길을 헤치느라 고생은 했지만 ML320이 본격적인 오프로더이면서 벤츠의 이름값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기회였다. 이번 대기리 오프로드에서는 높은 경제성과 고속주행성능이 인상적이었다.
포장공사 중이지만 유실된 곳 많아
대기리 오프로드로 들어가는 길은 두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가 정선 쪽 5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다시 동쪽으로 꺾인 삼척행 42번 국도를 타는 방법이다. 지난 달 오프로드 도전기에서 소개한 진부 신기리에서 들어가 봉산재를 넘을 수도 있지만 신기리 오프로드만 18km가 넘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했다면 짧은 겨울해 때문에 대기리 오프로드는 한밤중에 지나게 된다. 차라리 강릉이나 동해안에서 하룻밤을 잔 후에 아침 일찍 출발해 대기리-구절리-신기리 오프로드를 즐기는 것이 낫다.
강릉 톨게이트를 나가 공사 중인 동해고속도로를 잠깐 탄 다음에 성산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35번 국도는 임계를 지나 태백까지 이어지는데, 태백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뻗은 길이라 꽤 험하다. 35번 국도는 456번 지방도와 함께 쓰는 구간이 있는데, 서쪽으로 계속 달리면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대관령에 오르게 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3.7km를 가면 35번 국도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성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강릉 저수지를 끼고 4.8km를 더 가면 말구리재라는 작은 언덕을 넘고, 오른쪽으로 대기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2003년 최신지도에는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대기리로 이어지는 410번 지방도는 지난 여름 수해 피해를 단단히 본 곳이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밑면이 쓸려 나갔고, 복구공사 중이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대형 트럭과 포크레인 등이 다니는 통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오프로드 못지않은 스릴을 느낄 수 있다.
35번 국도 갈림길에서 10km를 달리면 닭목재를 넘어 오른쪽으로 피동령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한국통신의 1층 건물 옆으로 들어가면 틀림이 없다. 피동령에는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가 있고, 고갯길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눈이 오면 스노 체인 없이 오르기 힘들다. 피동령을 넘으면 용평 리조트 옆으로 빠지게 된다. 오후 4시가 넘어 대기리 오프로드에 들어섰다면 이곳을 넘는 것이 낫다. 대기리 길은 갈림길이 많고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피동령 갈림길에서 3.4km를 더 가면 배나드리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야 대기리 오프로드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까지는 포장길이지만 이미 송천 계곡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진다. 갈림길에서 9km쯤 달리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오프로드가 펼쳐진다. 오프로드라기보다는 공사를 위해 다져 놓은 길이지만 숲길 못지않게 한적하다. 2km쯤 더 가면 새터 마을이 나오고, 한터교를 건너면 대기리 오프로드가 시작된다.
송천 따라 달리는 계곡 오프로드
새터 마을을 빠져 나가면서 시작되는 오프로드는 차 한 대가 넉넉하게 지나갈 정도로 넓고, 노면도 그리 험하지 않다. 로 기어를 넣고 느긋하게 달리면 바닥을 긁지 않고 지날 수 있다. 언덕을 오르거나 거친 바위를 타고 넘는 하드코어 코스가 없는 대신 무공해 계곡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달 신기리 오프로드를 소개하면서 12월 중순쯤 다시 찾으면 눈이 깊게 쌓여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달에도 눈 밟는 것은 실패했다. 12월 말∼1월 초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니 이곳을 찾을 생각이라면 두 대 이상의 차에 스노 체인, 견인 장비, 삽 등을 갖추는 것이 안전하다.
새터 마을에서 2km쯤 달리면 송천 옆에 넓은 돌밭이 펼쳐진다. 하드코어 오프로드가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500m는 족히 되는 돌무더기에서 회포(?)를 푸는 것도 좋겠다. 기사가 나갈 즈음에는 송천이 얼어붙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음에 올라가면 위험하다. 물이 깊어 바퀴의 절반 정도가 얼음 구덩이에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못한다. 윈치가 있더라도 와이어를 걸 수 있는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조난이라도 당하면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몇km를 걸어 나가 연락을 해야 한다. 게다가 견인차가 들어오지 못해 트랙터나 경운기를 불러야 한다.
대기리 코스는 전체적으로 흙길이지만 눈이 녹으면 꽤 깊은 물구덩이가 생긴다. 눈이 쌓일 정도면 단단하게 얼어 지나는데 별 문제가 없으나 얼음 위에 눈이 덮이면 얼음판보다 더 미끄럽다.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달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하얀 눈밭을 처음 달린다고 들떠 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므로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오프로드는 10km 정도 이어진다. 정선군 북면 구절리에 들어왔다는 간판이 있는 마을은 노추산 등산의 시작점으로 매점과 식당이 있다. 여기부터는 도로포장을 위해 길을 다져 놓아 편하고, 1km를 가면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구절리 읍내로 들어서게 된다. 읍내 직전에 있는 오장폭포는 꽁꽁 얼어붙어 얼음벽으로 바뀐다. 읍내를 벗어나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 공사구간을 지나 산으로 뻗은 길로 올라가면 진부에서 가까운, 신기리로 나가는 오프로드와 만난다. 하지만 오후 3시를 넘었거나 단독주행 또는 월동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차를 돌리는 것이 안전하다. 왼쪽 철길 아래를 지나면 42번 국도와 닿고, 정선 방향으로 가다가 52번 국도로 바꿔 타면 진부를 거쳐 영동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다. 취재차 협조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02)2112-2524 < 출처 - (주)카라이프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