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수행의 정맥, 그 바른 믿음을 위하여.
염불행자 여러분!
염불수행의 정맥 그 바른 믿음을 위하여
몇 말씀 드립니다.
대승불교의 아버지라 부르는 용수보살의 논설에 의거하면
대승불교는 空사상과 정토문 이라는
2대 조류로 전개되었습니다.
空사상은 반야부 경전을 바탕으로 실천체계를 이루었고
마침내 선종의 가풍을 형성하여
지금의 간화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개 이러한 실천체계에 의거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방법을
자력수행이라고 말합니다.
정토문은
정토계 경전을 바탕으로 하되
정토삼부경을 의지하는 경전으로 삼아
염불수행의 실천체계를 이루었습니다.
염불은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힘입고
자비광명에 의지하여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타력수행이라고 말합니다.
대승불교의 두 조류는
본래 근기의 상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추구하는 방법론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형성된 선사상이 대세를 이루면서
염불은 하근기의 수행이라고 폄하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토문의 조사들은
간화선의 단점을 지적하며 시대와 근기에 상응하는
염불수행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염불선입니다.
한국의 원효스님은 <무량수경종요>를 통해
본래의 염불 자체에 내세에는 반드시 윤회를 벗어나는
생사해탈법과 현세에 깨달음을 성취하는 법이
동시에 갖추어져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것이 칭명염불과 관상염불입니다.
본인은 원효 스님의 정토사상과
염불의 실천체계 및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하여
자력수행을 버리고 정토문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믿음과 체험만으로는 지도자가 되거나
널리 전법하기 어렵고
더욱이 삿된 수행법에 대처할 수 없음을 실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둔함을 무릅쓰고
논리의 근거를 제시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이론서를 저술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1) 정토삼부경을 수없이 열람하였습니다.
(2) 팔만대장경을 관통하며 그 요체를 밝힌
원효의 <기신론소>를 번역하였습니다.
(3) 세친의 <왕생론>과 담란의 <왕생론주>를
수없이 열람하고 번역하였습니다.
(4) 도작의 <안락집>을 열람하고
그 핵심을 이해하였습니다.
(5) 선도의 <관무량수경 사첩소>를 열람하였습니다.
(6) 원효의 <무량수경종요>와 <아미타경소>를
이해하고 번역하면서 지금까지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환희심으로 염불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과정에서 정토문과 염불수행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그 방법이 천차만별이고
때로는 삿된 법이 정법처럼 행세하고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정토문과 염불수행은
논리정연하게 그 정맥이 흘러왔고
원효의 정토사상은 그 결론을 맺은
위대한 염불의 실천체계와 방법론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미타파 염불행자 여러분은
조금도 흔들리지 마시고 진실한 믿음으로
꾸준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팔만사천 대장경은
모두 다 열람하라고 설한 것이 아니며,
모두 열람할 수도 없으며,
이것저것 섞어서 보면
어느 한 가지도 깊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근기 따라 설하다 보니 많아진 것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경전을 선택하되
근본경전을 선택하여 이해하고 실천하면
부처님의 참뜻을 알고
어느 경전을 보아도 다 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문의 조사들은
정토삼부경을 근본경전으로 삼고
다른 모든 경전은 참고로 열람하라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정토사상과 염불수행을 통해
불교 전체를 이해하고
다른 경전에도 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불수행은 생사해탈 뿐 아니라
깨달음을 성취하고
현실에서 무량한 복을 얻는
생산적인 道임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염불행자 여러분!
전법이 따로 없고,
포교가 따로 없습니다.
오시는 분마다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또는 여러 모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오신 점을
잊지 말고 친절히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믿음 깊은 염불인들의 은혜에 힘입어
진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한국불교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정목 근서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