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질투(시기) (3) 질투는 왜 일어나며 어떻게 이겨낼까
질투(시기)의 원인
질투(시기)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해독제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반복되는 질투(시기)의 주된 원인을 찾고 치유해야 증상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열등의식 또는 낮은 자존감은 질투(시기)를 촉발하는 가장 흔한 심리 요인이다. 열등감이 꼭 파괴적인 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말미암아 누군가의 칭찬이나 비교, 경쟁과 같은 외부 환경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둘째, 애정 결핍이 그 원인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중요한 사람에게서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랑과 인정에 대한 결여는 질투(시기)의 원인이 된다.
셋째, 경쟁심이 원인이다. 질투(시기)는 때로 과다한 경쟁의식의 부산물이다. 자신이 획득하려는 어떤 사물이나 조건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데, 거기에서 뒤처지면 자신이 놓친 대상과 관련해 질투(시기)를 느낀다.
넷째, 자기중심성을 들 수 있다. 이는 자기가 상황이나 사건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중심성에 사로잡히면 질투(시기)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질투(시기)의 특징
● 모든 연령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인간의 질투(시기)는 매우 어릴 때부터 생겨난다. ‘아이가 엄마의 가슴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질투(시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상이 달라질 뿐 모든 사회 안에 모든 연령에게 다른 방식으로 현존한다.
● 대상은 가까이에 있다
질투(시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이와 직업 등 삶의 방식이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게서 일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도공이 도공을 질투(시기)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질투(시기)의 대상은 대부분 바로 가까이에 있는 형제나 이웃, 동료가 된다.
●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질투(시기)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이를테면 어떤 직장 상사는 젊고 패기 있는 부하 직원의 업무 능력을 보며 질투(시기)심에 불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그를 교묘하게 괴롭히거나 일부러 어려운 과제를 주어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질투(시기)심을 표현하는 순간, 자신은 열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질투(시기)는 은밀하게 움직인다.
● 선(善)을 볼 수 없게 한다
질투(시기)는 라틴어 어원에서 드러나듯이 ‘나쁜 눈으로 보는 것’(in-videre)이다. 그래서 질투(시기)하는 사람은 선을 볼 수 없다. 처음에는 상대의 선을 애써 외면하지만 나중에는 시력을 잃게 되어 선이 보이지 않게 된다.
단테는 질투(시기)를 선을 보지 못하는 ‘영혼의 실명’ 상태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신곡」에서 질투(시기)에 사로잡힌 이들은 연옥에서 눈꺼풀이 굵은 철사로 챙챙 꿰매진 상태로 지낸다고 묘사했다.
● 우울감과 분노를 부른다
질투(시기)의 열매는 우울감과 분노이다. 곧 상대의 재능을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하고 우울해한다. 그래서 자주 미움이나 분노에서 상대방을 험담하거나 모략을 꾸미고 해코지하려고 한다. 타인의 실패를 바라는 마음은 오래된 습관으로 굳어져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그의 모습 어디에도 평온함이나 넉넉함, 기쁨은 찾을 수 없다.
정신병리적 형태로 나타나는 질투(시기)
진화심리학적으로 질투(시기)는 모든 인류, 아니 모든 영장류가 지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통제를 벗어나 부정적인 태도와 만나는 순간,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도 파멸에 이른다.
● 부정 망상(不貞妄想, delusional jealousy)
질투(시기)가 심각해지면 부정 망상이라는 정신병리학적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오셀로 증후군(Othello syndrome)이라고도 부르는 부정 망상은 부부간에 상대방의 정조(貞操)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의 하나다. 우리에게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질투(시기)심 사고에 영향을 미쳐 근거 없고 비합리적이며 비현실적인 사고의 이상 현상을 만들어 낸다. 결국 질투(시기)가 비합리적인 의심으로 이어지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큰 상처를 준다
● 스토킹(stalking)
스토킹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호의 또는 원한을 품고 계속해서 쫓아다니는 행위를 뜻한다. 이 또한 질투(시기)가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오늘날 연예인들의 폭로를 통해 자주 접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일어난다. 자신의 집착 행동을 사랑과 관심의 표현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과 집착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랑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하는 반면, 집착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것으로 타인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존중감의 결여는 곧 집착이 된다.
질투의 치료제
● 자신의 바람 대면하기
질투(시기)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기회다. 이를테면 동료의 지적인 능력에 대한 질투(시기)는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질투(시기)심을 느낄 때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진정한 바람을 마주하면서 이를 위해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
질투(시기)는 타인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림으로써 생긴다. 따라서 내가 남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보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에 주목하면서 작은 것부터 감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에게 감사는 “도리요, 구원의 길”(성찬 기도문)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그리스도인의 여정에서 자신의 참된 가치를 하느님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타인에 대한 거품 빼기
질투(시기)하는 이는 타인에 대해 과도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 사람은 돈이 많아. 능력도 많고, 가족들도 대단해….” 그렇지만 이러한 평가는 자신이 만든 거품일 수도 있다. 막연하게 질투(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정확하게 관찰하면서 사실이 아닌 거품을 없애야 한다.
● 시야 넓히기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만 바라보는 이들은 질투(시기)에 더 쉽게 노출된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부족한 사람도 많다. 질투(시기)를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삶의 영역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체험하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 험담 멈추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질투(시기)가 ‘험담’으로 이어진다고 말씀하셨다. “남의 잘못이나 흉을 들추어 말하는 험담은 진실도 아니고 선도 아니며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
험담이 처음에는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되고 은근한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유혹에 빠지기 쉽기에 작은 험담도 주의해야 한다. 험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옮기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누군가의 험담에 맞대응하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험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