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가 3월 24일 문학의집 서울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49회 한국시인협회상과 제13회 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한국시인협회상은 1947년부터 시문학사적 위치를 갖는 시인을 선정하는 상으로, 김수영 시인이 첫 회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여러 원로 시인들에게 수상된 바 있다. 올해 수상작으로는 문효치(74) 시인의 <모데미풀>이 선정됐다.
시상식과 정기총회는 곽효환 시인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진행됐으며 김후란, 정진규, 오세영, 신달자 등 원로시인을 포함한 150여 명의 문인들이 참여했다. 또한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과 이상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 이사장이 축하를 위해 참석했다.
시상식에 앞서 김남조 시인은 축사와 자신이 60년간 시를 쓰며 느껴왔던 점을 전했다. 김남조 시인은 "90세의 나이로 이 좌중에서 최고의 노인으로 섰다. 서른 살 때 한국시인협회에 나와 많은 분들을 만나며 가슴 설레기도 하고, 그분들이 떠나실 때 참으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시인의 길을 선택한 이상 더 중요하게, 더 조심스럽게, 더 겸손하게 시인의 길을 걸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을 지낸 오세영 시인이 심사경위를 설명했다. 오세영 시인은 "문효치 시인의 <모데미풀>은 시집 전체가 들꽃을 다루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 들꽃만 가지고 시집 한 권을 낸 시인은 없었다. 그것만 가지고도 대단한 의미가 있는 시집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들꽃만 가지고 썼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들꽃에 모든 이름 없는 풀 하나하나가 단순히 꽃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였다"며 삶의 의미들을 잡초와 들꽃과 풀로 하나하나 엮어 하나의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문효치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 덕분에 조금은 거칠어지고 황량했던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저는 시에 대해서 허약해져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음으로써 보약을 먹게 되었다. 제 시에 힘이 좀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49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에 이어 제13회 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수상작은 전윤호 시인의 <천사들의 나라>였으며, 전윤호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시를 쓰면서 단 한 번도 제 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적이 없었"으나 "수상이 제가 길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겠지요."라고 밝혔다. 시상식 이후에는 정기총회가 진행됐으며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