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주었지만 그대가 받는 것은 가시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온기를 주었지만 그대는 얼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소중한 것을 주었더라도 그대에게는 그것이 쓰레기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거리는 변질을 부릅니다
여기에서 혹은 저기에서라는 말에는 독재가 있습니다 에서의 주인을 버립니다 그대와 나 사이에 있는 거리를 싹둑 잘라서 담습니다 에서의 거리마저 지우고 그대 앞에 나를 놓습니다
♦ ㅡㅡㅡㅡㅡ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설이었을까? 걱정이나 염려의 말이 간섭이 되기도 하고,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대와 나 사이에 무엇이 있어 오해를 받고, 곡해를 하게 되는지.
차이와 차별이 다르듯 분별심과 분별력은 다르다. 거리는 사이와 사이에 있고, 사이를 분별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여기에, 저기에 라는 거리도 자신의 위치에 따른 잣대이며, 가시거리 또한 자신의 측정거리 안에 존재할 뿐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려면 사이를 구분하는 마음의 거리부터 없애야 가능한 일이다. 에서의 거리마저 지웠다는 생각조차 없이......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