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민음사. 2번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소년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는 열일곱 살이다. 학교를 네 번이나 퇴학당한다. 이 이야기는 마지막 학교를 퇴학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3일 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데 형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고 그 여정을 글로 남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홀든 콜필드가 쓴 3일간의 여정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3일의 방황에 샐린저는 독자들도 참여시킨다. 이야기는 홀든이 낙제점수를 받아 학교에서 퇴학한 상황부터 시작된다. 큰 줄기는 선생님 댁 방문, 기숙사 생활, 뉴욕시를 돌아다니며 벌어진 에피소드, 여동생 피비를 만나 회전목마를 타는 일 등이 일어난다. 지하철에서 펜싱도구를 놓고 내려 경기에 못 나간 홀든은 학교로부터 질타를 받고, 스펜서 역사 선생님 댁을 방문한다. 선생님은 홀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 경기와 같단다.”
“예. 선생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p.19)
-어른들은 내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지겹기까지 하다. 때로는 나도 나이보다 조숙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그건 정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른들은 절대로 아무것도 모르니까.(p.20)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가 제인 캘러헐과 데이트를 했다고 하자 싸움이 벌어지고 이 길로 홀든은 기숙사를 나와 뉴욕으로 떠난다. 기차에서 만난 머로 부인에게 거짓 이름을 대고 아들 어니에 대해 거짓말도 한다. 뉴욕시에 도착 한 홀든은 나이트 클럽에 가서 30살 안팎 여자들과 춤을 추고, 택시를 타고 뉴욕 샌트럴 파크의 오리를 걱정하기도 한다. 호텔로비에서 만난 웨이터가 매춘부 서니를 소개해준다. 잠은 자지 않고 얘기만 하고 5달러를 주는데 웨이터는 10달러를 내 놓으라며 홀든을 때린다. 실컷 얻어 맞은 홀든은 눈물을 흘리다가 수녀님을 만나 10달러를 기부한다. 여자친구 샐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에 따라간다. 샐리랑 있으면 지루한 홀든. 동생 피비를 보고 싶어 몰래 집에 들어간다. 피비는 오빠에게 퇴학당한 거 아니냐고 아빠에게 걸리면 오빠는 죽을 거라고 말한다. 홀든은 피비에게 자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될 거라며 서부로 갈 거라고 말한다. 피비에게 돈을 빌려 집을 나온 홀든은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앤톨리니 선생님을 찾아가기로 한 홀든.
앤톨리니 선생님 댁을 찾아가 펜시를 퇴학당했다고 말한다. 앤톨리니 선생은 “모든 일은 때와 장소가 있는 게 아닐까?”(p.243)하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얘기한다. 선생은 “학교교육이란 건 많은 도움을 주지. 학교 교육이란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p.251)라고 말한다. 그러나 홀든은 “학교는 끔직할 정도로 지겨”(p.175)운 곳이라 생각한다. 홀든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앤톨리니 선생은 홀든이 작문의 귀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교육받고 학식이 높은 사람만이 세상에 가치있는 공헌을 한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불행히도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그냥 재능 있고, 창조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 (p.250)
학교 교육이라는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 자기의 사고에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돼. 나중에는 자기 사고의 일정한 크기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이용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될거야.(...)결국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제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p.251)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은 다른 학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더군다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건전한 사고 방식을 가진 훌륭한 젊은이들이라고는 본 적이 없다. 어쩌면 한두 명쯤은 있을지도 모른다. 많아야 그 정도일 것이고, 그나마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렇게 훌륭한 학생이었을 테지(p.11)
홀든과 앤톨리니 선생님의 입장은 다르다. 홀든은 앤톨리니 선생님이 좋지만 자다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자 소스라치며 선생님 댁을 나온다. 자신의 머리를 왜 만졌는지 정확한 근거가 없어 혼란스럽다. 홀든을 통해 사춘기 소년이 방황하는 양가감정을 보게 된다. 어른들은 그토록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지만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홀든. 홀든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만, 가식에 대해 생각한다. ‘최대의 엉터리’라고 표현한 하아스 교장을 비롯 세상의 위선적인 행위를 꼬집고 있다. 동생 피비에게만은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벽에다 <이런, 씹할>이라고 낙서를 해놓은 것이다. 피비나 다른 아이들이 이런 걸 보게 된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이 말의 뜻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떤 나쁜 놈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뜻을 가르쳐주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p.263)
-“오늘 오후에는 학교에 가지 말고 산책하는 거야. 그럼 이렇게 고집 부리지 않을 거지? 내일은 다시 착한 피비로 돌아와서 학교에 갈 거지?”(p.273)
피비가 오빠 홀든에게 진짜 좋아하게 뭐냐고 묻자 홀든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 줄까”(p.229)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하나의 환상을 만들어 낸다. . 홀든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위험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p. 230)
홀든은 사춘기 소년이다. 누구보다 예리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지녔다. 홀든의 방황은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를 향한 속물근성, 순수함을 점점 잃어가는 아이들, 하루에도 여러 번 변하는 감정, 생각과 행동의 괴리 등이 홀든의 마음을 뒤흔든다. 홀든은 우울하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고 외로워한다. 홀든을 통해 인간의 복잡성을 보게 된다. 속어, 은어를 남발하면서 벽에 있는 욕은 지우고 다니는 홀든. 거짓말도 하고 자의식도 강하지만 미성숙하다. 계속 거짓자아를 만들고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진실한 대화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딱히 누구를 만날 수가 없다. 책을 덮을 때 독자는 홀든과 함께 아파할 것이다. 상실의 아픔. 동생을 잃었던 슬픔과 기숙사에서 친구가 떨어졌을 때 홀든은 이미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려고 다짐했는지 모른다. 홀든이 내뱉는 사회비판에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런지도.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성인의 세계. 샐린저는 홀든을 통해 순수성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토론 소감(고전문학)
3.9 4.3 3.0 4.0 4.2 4.5 3.7 4.3 3.8 4.5 4.2 4.5 4.0 4.0 4.5
-일탈, 사춘기 성장 소설을 읽게 되어 미국 학교에 다녔던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성장소설이 아니고 나를 위한 소설같다. 지금도 갈등하고 있는 내모습이 홀든과 똑같다.
-녹음해서 다시 듣고 싶은 토론이었다.
-환불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괜한 우려였다.
-15년 전에 읽었을 땐 몰랐는데 지금 읽으니 홀든의 심리, 일탈, 반항이 보인다.
-어른이 읽어야할 소설
-부조리에 대한 반기. 복잡한 인물을 통해 양가감정이 느껴진다.
-데미안 양철북 헤클베리 핀, 위대한 개츠비가 떠 오르는 소설이었다.
-성장소설이자 치유소설이다.
-홀든을 보면서 내 공감능력이 없음이 증명된다.
-시니컬한 모습도 보이고 성장기에 보여지는 감정들이 읽혔다.
-다가졌는데 이게 무슨 방황인지 모르겠다.
-미국 중산층 남자아이의 전형적인 행세다.
서평-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