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섭 도예전
2015.4.22.WED ~ 4.28.TUE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
純白 품은 靜中動의 美
도자기는 실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물적 측면이 강한 도구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사물적 차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어떤 것’이기도 하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에 따르면 모든 예술작품은 사물적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 ‘다른 어떤 것’으로 인해 예술의 본질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은 도구적 성격을 갖게 되지만 실용적 목적을 제거함으로써 이른바 “목적 없는 합목적성”(Immanuel kant) 형식의 예술작품으로 변용(變容)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특정한 관념 없이도 도자기는 우리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예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자기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가 전개되는 곳이다. 그 세계는 삶과의 연관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존재자를 재현하는 인식론적 진리가 아닌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있게 하는 존재론적 진리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기능적인 현실세계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 보인다. 이는 ‘예술의 본질은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시화에 있다’는 클레(Paul Klee)의 말과도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정두섭의 백자들은 기능적 요구와 실용성을 의식하지 않은 합목적적인 무심(無心)의 세계를 구현하며 그들만의 내밀한 세계에 머물게 한다. 사물적인 차원을 넘어선 쓰임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목적으로서가 아니다. 백자 그 자체가 존재론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며 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음미하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심층(深層)의 멋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백자들은 조용하고 느긋하여 위압하는 면이 없다. 서두르지 않는 평온한 모습을 보이며 적당한 절제와 비움의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백자가 빚어지는 곳은 양구군 방산면으로 일상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긴장된 도시생활과는 달리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울창한 나무숲과 그 일대에 수입천이 통과하면서 가마를 설치하기에 뛰어난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리고 풍부하고 질 좋은 백토의 산출은 순백색의 백자를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백자에 나타나는 넉넉한 형태와 순수함이 배어나는 것은 이런 천혜(天惠)의 환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다. 또한 그의 작품의 원료가 되는 양구백토는 19세기까지 분원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조선시대 임금이 사용하는 어용 자기를 만들기 위해 사옹원에 공납을 하였던 것이다.
특히 양구백토는 백운모계 고령토질 도석으로, 철분 등 도자기 태토 원료로 사용하기에 불순물이 적고 미립의 균질한 원료로 백색도가 높은 우수한 백토이다. 그러므로 이 백토들이 순백의 색조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순수한 성분으로 구성된 태토(胎土)였던 것이다. 다른 지역의 백자 태토와 비교하여 점토 성분은 적으나 양지의 흙을 사용하면 흙의 품질이 견고함이 강하여 그릇들이 무난하게 만들어진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정두섭의 백자에서 보이는 순백의 정갈함은 양구백토의 물리적 특성과 작가가 삶의 뿌리를 내려온 이 지역의 순수한 자연환경과 동화되어 가면서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방산의 맑은 대기(大氣)와 투명한 햇살이 스며 있는 그의 백자는 정도(程度)에 맞는 간결하고 소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유쾌한 개구리 형상들은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파격(破格)의 미(美)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도 사로잡히거나 구애받음이 없는 작가의 활달한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편협함이 없고 옹색하지 않은 자연의 한 모습으로 상징되는 개구리들의 형상에서 관대함과 잡스러운 마음이 없는 풍류를 읽을 수 있다. 약간은 익살스러운 듯 엉뚱한 모습을 한 개구리들의 동(動)적인 형태와 이와 대비되는 고요한 백자들의 정(靜)적인 모습에서 정중동(靜中動)의 미(美)를 느끼게 한다. 억센 생명력이 있는 개구리들과 온화한 백자의 화목한 어울림에서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심오한 자연의 질서 체계가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두섭의 백자에는 과장된 중국 도자나 화려하고 섬세한 일본 도자기와는 달리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이 작위적(作爲的)이지 않고 주어진 자연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솔직함이 있다. 이것은 한국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절제된 정취(情趣)에서 자연으로의 귀의를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게 하는 부분이다. 그의 백자들은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백토의 채굴과 선별, 성형, 건조, 시유(施釉)와 함께 화력 조절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따르는 과정을 거치나, 노력에 비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고도의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치밀한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그의 백자들은 방산의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과 같이 현란한 걸작을 의식하지 않은 채 세속에 속박되지 않은 듯 초연(超然) 하기만 하다.
철학박사 최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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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양구는 양질의 백토가 매장되어 있어서 조선 왕조 600여 년 간 왕실백자 생산에 태토를 공급한 주요 공급지였다. 깨끗하고 견고한 실용성으로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이었던 백자는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이 녹아든 위대한 결정체라 말 할 수 있다. 옛 백자를 통해서 나의 색을 찾아가는 자아성찰로 작업에서 추구하는 나만의 백자 조형은 군더더기가 삭제된 은유적 아름다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제된 감성과 정화된 미감을 요한다. 동양적 감수성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작업과정 역시 매우 까다롭다. 태토의 철저한 관리는 물론이고 양구 백토로 성형하는 것 또한 기량을 필요로 한다. 오랜 고심과 실험을 통해 현대라는 특성과 흙에 대한 해석을 전제하면서 조형에 대한 다각도의 모색을 해나가고 있다.
프로필
- 강릉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산업공예학과 도예 전공 졸업
- 강릉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미술학과 요업디자인 전공 졸업
- 강원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졸업(문학박사)
논 문
-「조선시대 관요백자 원료의 물성과 소성온도에 관한 試論」,『인문과학연구』제25집, 2010
-「麗末鮮初 양구지역 白磁窯址 성립에 관한 연구」,『江原史學』第24ㆍ25合輯, 2011
-『楊口地域 白磁硏究』강원대학교박사학위논문, 2011
-「分院시기 양구지역 백자연구」,『博物館誌』제18호, 강원대학교중앙박물관, 2011
-「Firing Temperature of the Bangsan Porcelain」,
『Key Engineering Materials(ISSN:1662-9795)』, 2011(공저)
-「楊口地域의 白磁와 白土」『인문과학연구』제33집, 2012
-「朝鮮時代 楊口白土의 生産과 運送에 관한 연구」『인문과학연구』제35집, 2012
-「Effect of Flux Materials on the Melting Characteristics of Ash Glaze」『Key Engineering Materials』
Vol. 608 (2014) pp 21-25(공저)
개인전 및 부스전
- 2015.04.22~04.28 정두섭 개인전(경인미술관)
- 2014.10.01~10.31 新 양구백토 & 양구백자(양구백자박물관 남이섬 양구백자랑)
- 2014.09.23~10.31 古 양구백토 & 양구백자(양구근현대사박물관)
- 2014.05.27~06.01 강원아트페어 (춘천문화예술회관)
- 2013.05.29~06.04 달빛 풍경(공아트스페이스 초대)
- 2012.04.27~05.03 楊口白土 달을 품다(춘천미술관)
- 2011.11.25~12.19 정두섭 도예전(남이섬 남이도예원)
- 2011.05.14~05.20 강원아트페어(춘천문화예술회관)
- 2010.11.13~12.11 제9회 흙에서 노닐다 (박수근미술관)
- 2009.11.04~11.10 제8회 흙에서 노닐다展 (경인미술관)
- 2009.06.02~06.09 제7회 강원아트페어 (춘천문화예술회관)
- 2009.05.27~05.31 제6회 한국공예100인초대전 (삼성동 코엑스)
- 2008.08.13~08.19 제5회 방산 白土로 빚은 풍경展 (통인화랑)
- 2006.12.06∼12.12 제4회 방산에서 찾는 네번째 풍경展 (가나아트스페이스)
- 2006. 05.12∼6.07 제2회 강원아트페어 (치악예술관)
- 2005.08.10∼08.31 제3회 정두섭 도예전 (양구도서관 개관기념 초대)
- 2004.04.14∼04.20 제2회 정두섭 도예전 (가나아트 스페이스)
- 2002.08.09∼08.15 제1회 정두섭 도예전 (춘천미술관 기획초대)
수상경력
- 2011.05.16 제2회 올해의 젊은 큐레이터상(국립중앙박물관장)
- 2010.12.31 강원미술상(청년상, 강원도미술협회)
- 2009.12.31 표창장 (강원도지사)
- 2009.01.22 표창장 (한국박물관협회장)
- 2008.10.21 제18회 공무원미술대전 입선
- 2003.12.02 제23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선 (대한매일신보사/서울갤러리)
- 2003.09.08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 2002.05.10 제2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2001.10.30 제21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우수상 (대한 매일 신문사, 서울 갤러리)
- 2001.08.16 제2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국립 현대미술관)
- 2001.06.20 제2회 신사임당 공모전 특선 (강릉 문화예술회관)
- 1999.10.19 제3회 강원 관광기념품 전국공모전 입선
- 1999.09.13 제27회 강원미술대전 특선 (춘천 문화예술회관)
- 1999.04.30 제1회 세종도예공모전 입선 (여주 도자기 박람회)
- 1998.12.22 제16회 신미술대전 최우수상 (서울 시립미술관)
- 1998.09.22 제26회 강원미술대전 특선 (춘천 문화예술회관)
- 1998.02.21 강릉대학교 문화상 수상 (강릉대학교 문화관)
- 1998.02.09 제15회 신미술대전 특선 (서울 시립미술관)
- 1997.11.11 제28회 전국 대학미전 동상 (호남대학교)
- 1997.09.24 전국 공예품경진대회 도예선 입선
- 1997.09.18 제25회 강원미술대전 특선 (춘천 문화예술회관)
- 1997.07.08 강릉공예품 경진대회 대상 (강릉 문화예술회관)
- 1997.02.05 제14회 신미술대전 입선 (서울 시립미술관)
-1996.12 전국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장려상 (디자인 포장센타)
- 1996.10.05 제24회 강원미술대전 입선 (춘천 문화예술회관)
작품소장
- 명지대학교 박물관, 한국도자기주식회사, DMZ 박물관, 박수근미술관,
중국 경덕진대학교, 양구군청, 양구도서관
조형물 설치
- 양구레포츠공원, 양구 용머리 조각공원, 양구백자박물관(도자벽화),
국립 춘천박물관(도자벽화)
현재
- 한국도자문화협회 자문위원
-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 강원미술대전 초대작가
- 강원도 박물관협의회 이사
- 춘천미술협회 이사
- 강원도 미술협회 이사
- DMZ 박물관 유물 감정위원
- 강릉원주대학교 공예조형디자인학과 출강
- 양구백자박물관 관장
연락처
- 주소 :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평화로 5182
- 사무실 : 033) 480-2664
- 휴대폰 : 010-4005-2206
- E-mail : ttodami@hanmail.net
경인미술관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02-733-4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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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