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수필문학회 회원
김선식 송미심 정태헌 김지헌 박석구
김향남 염장열 이임순 안민희 임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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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무등의 봉우리들도 하얀 눈을 가득 품고 서로 마주 보면서 묵묵히 햇볕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른넷 나이는 자식들도 쭉쭉 낳고 한참 번성기에 접어들 나이인데도 코로나와 병치레, 광주와 먼 식구들 때문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하고 또 한 해를 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모든 것이 내 탓이요' 하다가도 '여백의 시간을 가졌다.' 하고 마음을 추슬러 봅니다.
글을 쓰는 이들끼리 만나 글을 살펴보고 글을 이야기하고 글을 일으켜봅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누구나의 글이 되기는 싫습니다. 그것이 무등수필입니다. 무언가 생각이 달라지는 글, 생각이 쏟아지는 글이 무등수필입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잠시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또 글들을 내보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과, 내 이웃과 나누는 특별한 대화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등수필은 그런 사람들입니다.
- <책머리에> '글을 쓴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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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 100일/ 송미심
쓰담(걸으며 쓰레기 담기) 을 시작한 지 100일째다.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어둑한 새벽을 틈타 집을 나선다.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은 내게 커다란 용기이다. 아직은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낯설어서다.
처음 자그만 비닐봉지 하나 들고 나설 때는 엉거주춤 뒷걸음치곤 했다. 햇빛도 없는데 선글라스를 낀 여자, 추레한 옷차림, 익숙하지 않은 선행, 서툴기만 한 행동은 나 자신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행여 누가 볼세라 온몸에 진땀이 솟아났다.
침상에 자리한 나날들이 오래되니 나 스스로 장막을 치고 침잠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도 마무리하지 못했기에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어두운 심해로 빠져들었다. 삶에 대한 치열함도 안개처럼 사라졌다. 스스로 가둬버렸다. 삿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느닷없이 달리다 뛰기를 반복하는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 강아지의 헛헛한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에서 허우적거리던 날, 그 강아지처럼 나도 헛헛한 마음을 밀쳐내고 싶어 집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벼 알갱이를 여물게 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가을 안개처럼 요란스럽지 않게 마음 가닥잡기를 해보면 어떨까. 무력해진 나 자신을 백날 정도 혹사해서라도 참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뚝 솟은 가로수와 바람에 하늘거리는 이름 모를 잡초들의 변화에 눈길이 간다. 사람의 향기도 그리워진다. 간직된 추억들이 종종 나를 들쑤셔 대니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휘몰아쳤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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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심 수필 <쓰담 100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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