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동원(藥食同源)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최근 나는 전립선 조직검사 예약을 해놓고 한의사인 동생에게 전화를 넣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형제지간 이기도 하지만 늘 내 건강상태를 묻고 조언을 해오던 터였다. 전화를 거니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형님, 제 생각으론 안하는 게 좋겠습니다. 전립선 질환은 나이 들면 예외없이 생기는 것인데 다소 수치가 높다하여 성급하게 암을 의심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암으로 진행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의료상(商)에 가면 쑥을 피워서 좌훈을 하는 기구가 있는데 그 것을 사서 낭심 쪽 회음자리에 쐬어 보라는 것이다. 동생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한의원을 열고 있다. 60을 넘긴 적잖은 나이에 그 나라에서 학위를 받고 면허를 얻은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다소 안도가 되었다,
여기까지 이르게 된 상황이다.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는 비뇨기과에 갔더니 이날은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검사를 했더니 수치가 7이 넘게 나왔다. 의사는 정상수치를 한참 상회하니 한번 조직검사를 받아보는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 했다.
그래서 써준 소견서를 들고 부랴부랴 종합병원을 찾아가 소변검사와 초음파검사를 우선 받았다. 담당 의사도 똑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수치가 높은 것은 염증과 조직내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데 소변에서는 염증반응이 없으니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난감했다. 검사 받는 게 겁이 나서가 아니라 그걸 하자면 2박3일을 입원을 해야 하는데 선뜻 응답할 수가 없어서였다. 자유로운 몸도 아니고 집에 중환자가 있는 입장에서 간병인을 구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급한 데로 찾아보면 사람이야 구할 수 있겠지만 아내가 워낙에 낯을 가리니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해서 빨리 검사를 해보는 게 낫겠다는 권유에 따라 하는 수 없이 일주일 후로 검사날짜를 잡았다.
그러한 난처한 상황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동생은 처방을 해주었다. 그 부위는 항문과 가까워 자칫 감염우려도 있고 부작용도 발생하니 자기가 알려준 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 질환은 그곳에서도 흔하여 자기한테 찾아오는 환자에게 치료를 해주고 있는데 전적으로 자기 말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고질병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소견이었다.
동생의 지론은 명료했다. 사람의 병은 거의 식습관이 잘못 들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나라에서도 육식을 많이 하여 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 질환의 환자가 내원하면 동생은 우선 식생활부터 고치라고 한단다.
동생이 나에 내린 진단은 한마디로 피가 맑지를 않아서 생긴 병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 두 가지 병을 앓고 있다. 하나는 통풍이고, 또 하나는 전립선비대증이다. 이것은 순전히 음식 섭생을 잘못하여 생긴 탓이란다.
당장에 식생활부터 바꾸라는 말이 떨어졌다. 앞으로는 반드시 육식을 피하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며 소식(小食)을 하라고 권한다. 회와 같은 생선 요리도 멀리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알려주고 간 침 자리에 매일 침을 놓고 좌훈(座熏)을 하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한 동생의 말을 나는 어느 정도 신뢰한다. 전에 약간의 혈압이 있었는데, 알려진 대로 침을 놓으니 현저히 개선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동생의 건의를 받아 들려 곧장 건재상을 찾아갔다. 좌욕을 하면서 쓸 약쑥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날 나는 오가는 중에 두 사람을 만나 각각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다. 하나는 통풍에 특효가 있다는 개다래(일면 벌레집)의 효능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을 가루로 내어 먹거나 물에 끓여서 상시 복용을 하면 통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약종상 주인은 비방을 알려주면 “약효가 좋구 말고요. 이것을 사 간 사람들이 아직 항의가 없고 두 번 다시 사러오지 않는 걸 보면 다 효과를 보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했다.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청국장의 효능을 들었다. 사람의 체질에 두루 궁합이 맞고 약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함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이날 그 말을 듣고 당장 그 개 달래와 청국장을 사들고 집에 왔다. 이것을 앞으로 꾸준히 먹는 한편으로 침술도 병행해볼 참이다. 문득 동생이 강조하던 말이 생각난다.
“성인병은 다 불치병인데, 양약으로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음식 섭취에 유의해야 합니다. 형님의 경우 혀 놀림이 원활하지 못함은 심장기능이 저하된 것이며, 하초에 습한 기운이 도는 것은 육식으로 인한 기름이 찬 때문입니다. 음식이 약이라는 생각을 가지시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러면서 또 다른 말도 스쳐갔다.
“ 암은 악성 암과 그렇지 않은 암, 두 종류가 있는데 악성 암은 아무리 수술을 해도 마침내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암은 수술을 안해도 섭생하면서 주의하면 자연스레 나아집니다.”
나는 설령 조직에 문제가 좀 있다고 하더라고 악성은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다면 심한 통증과 후유증 우려를 안고서 입원하여 당잘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으니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한동안 오락가락 방황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동생의 말을 듣고서 크게 위안을 받았다. 물론 동생이 알려준 처방을 믿고 약식동원의 귀한 정보를 얻은 때문이다. (2018)
첫댓글 현대인의 질병은 대부분 편중된 식습관에서 오니 식약동원이라는 말이 적격인 듯합니다.
그러나 오랜 식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 인내가 필요하겠습니다.
통풍과 전립선 비대증도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은 질환이니 다시금 꾸준한 노력이 소용된다 여겨집니다.
사모님 걱정으로 마음놓고 진료도 받지 못하시는 선생님의 형편이 안타깝지만 동생 분의 지론대로 실천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동생분의 말대로 죽을 암은 어떻게 해도 치료할 수가 없고 죽지 않을 암은 그냥 두어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마음을 바꿔먹으니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우선 음식부터 채식위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침 열심히 맞고 개다래도 꾸준히 먹으려고 합니다
단식도 하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려울것 같고 식사량을 줄여야 할거같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으니 모든것은 운명에 맡겨야겠지요
명의가 된 아우의 처방대로 청국장 등 채식위주로 섭생을 잘 하셔서 얼굴도 좋으시고 종전보다도 더 건강하게 보이십니다. 인간 수명은 천명인지도 모릅니다. 섭생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 자연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계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다음날 아침, 햇살에 피어난 꽃은 더욱 그윽 하죠!~^^
요사이는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월씬 뱃속이 편안하고 배변 활돌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실천하려고 합니다.
채식을 하신 게 이때 쯤이셨군요. 통풍과 전립선비대증은 참 고통스러운 병인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신지요?
음식조절은 신경쓰며 잘 하고 있습니다. 좋아졌다고는 할수 없고 악화만 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