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아마 야구 다 죽여요"
용병문제가 아마야구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이정환 기자 bangzza@nownuri.net
▲ 휘문고 야구부 최주현 감독
ⓒ2001 민은주
7일 오후 4시. 휘문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야구부원들이 한참 몸을 풀고 있었다.
"방망이 좋은 애들이 1루수 아니면 외야수 하잖아요. 용병 때문에 다 죽는 겁니다."
휘문고 감독 최주현(54세. 남) 씨의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격앙돼 있었다. 서울시 고교감독 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5월 16일 KBO에 '용병 숫자를 2명으로 줄여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신입부원이 14명 들어왔어요. '한번 하고 싶은 자리에 가서 서봐라'했죠.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한 놈만 빼고 모두 마운드로 몰려가더라구요. '나도 투수해서 프로 가고 싶다'는 거죠. 그래도 투수가 지명 비율이 높잖아요."
용병문제가 아마추어 야구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최 감독은 "현재 초등학교 야구부가 계속 줄고 있다"며 심지어는 9명을 채우지 못해, 대회에 참가 못하는 초등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10년 지나봐요. 어떻게 되겠어요? 용병들로 프로야구를
한다면 모를까."
"생각해보자구요. 용병 3명을 안 쓰면 국내 선수 10명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외국 같이 2군리그가 활성화돼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년 용병들 때문에 백수가 되는 선수가 많습니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1군 선수 184명의 평균 연봉은 5725만원. 용병들의 연봉은 2억 223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 감독은 "용병들에게 제공되는 차량, 주택 등 부대비용과 성적에 따른 옵션 등을 합치면 1인당 5-6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은주
"각 구단이 지역 연고에 따라 지원해주는 학교들이 있잖아요. 볼이나 방망이 그런 거요. 그런데 용병들 쓰고 나서 지원이 팍 줄었어요. 이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거죠. 예,
좋다 이거에요. 다 좋은데, 아마야구 다 죽이면서 입으로만 생각해주는 척 어쩌구저쩌구 하지 말란 말이죠."
같은 날 KBO에서는 아침 8시부터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요 안건은 용병 보유 한도 문제. 이미 지난달 27일 각 구단 단장들은 용병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KBO에 전화를 걸었다. 현행대로 팀당 3명 등록, 2명 출전. 결과를 전하자 최 감독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요. 여기 저기 하소연 할 수밖에...용병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마야구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이러면 어떡합니까. 한 마디로 아마야구를 우습게 보는 거죠. 나중에 구단들은 잘 될 것 같아요?"
휘문고등학교는 지난 7월 2일 폐막된 황금 사자기 대회 우승팀이다. 이유섭(18세. 남)
선수는 이 대회에서 타점상을 받았다. 명문팀의 4번타자. 그러나, 요즘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포지션 문제. 현재 1루수를 맡고 있는 그는 외야수를 하고
싶어한다.
휘문고 야구부 이유섭 선수 ⓒ 민은주
"용병들도 많고 이대로는 지명 받기 힘들 것 같아서요"
용병들은 1루수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더 늦기 전에 외야수로 전업하는 것이 구단으로부터 지명 받을 확률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유섭 선수는 "부모님에게도 이미 허락을 받았다"면서 "작년부터 고민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용병문제는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언제까지 어린 선수들이 용병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 휘문고 야구부 선수들은 수업을 마친 후에 연습에 들어간다
ⓒ2001 민은주
2001/09/08 오후 1:09:40
기사제공 기관 : 스포츠피플21 ⓒ 2001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