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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11월의 두번째 이동장터입니다.
아침은 추운데 낮은 덥습니다. 춥다고 옷 껴입고 오면, 낮에 진땀입니다.
옷을 적절하게 입고 다녀야하는데, 얇은 옷 여러개 껴입고 다니기가 쉽지 않네요.
동네 어르신들 간간히 뵙고 다니면 낮엔 한 여름 마냥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어르신들 감기걸리기 딱 좋은 날입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확 추워지는건 아닌지... 면연력 올려야겠습니다.
9시 15분,
동네가 조용합니다. 교당 교무님들 오가며 인사드립니다.
수확을 모두 끝낸 지금은 마무리작업을 할 때입니다. 고추를 빻고, 보리를 내고, 햅쌀을 내고, 가공의 시기입니다.
아직 바쁜철이 안끝났습니다. 그래서 더 안나오시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위안삼습니다.
돌아가는 길,
일자리 하시는 어르신께서 붙잡으십니다.
"설탕 2포만 주쇼."
고추장 담그시나 봅니다. 어르신 바지 안쪽에 또 다른 주머니에서 비닐에 꽉 짬메진 돈 봉투가 하나 나옵니다.
거기서 꼬깃꼬깃 말린 돈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주십니다. 깊숙히 감춰진 돈.
돈을 쓰기 어렵다보니, 어르신들은 절약을 자연스럽게 하시겠구나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돈은 쓰기 어려워야, 절약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9시 40분,
지난주 조금 사셨던 어르신, 이번주는 또 많이 사실려나봅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셨습니다.
"미원 작은거 하나, 콩나물, 간장, 된장 섞인 고추장, 그리고 라면 맛난놈 줘봐"
어르신들에겐 보통 삼양라면을 권해드립니다. 먹고 탈나면 안되니 말입니다.
"매운놈 없어?" 하시는 어르신.
신라면 보여드리니, 달라고 하십니다.
"이것도 내가 한 번 먹어봐야지." 하시는 어르신. 조금 걱정되긴하지만, 많이 맵다는걸 말씀드리며 드렸습니다.
9시 50분,
지난주 쌀 3포대주문 하신 어르신 댁.
집으로 들어가니 아랫집 양옥집 어르신도 함께 계십니다.
"불가리스 갖고 왔어? 나도 두줄 줘." 하십니다.
그러면서 봉투에 적는 어르신. 자연스럽습니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해야하니 말이죠.
쌀 주문하신 어르신껜 이번에 주문한 햅쌀 특징 안내해드립니다.
"평년보다 날이 뜨거워서 쌀 수분이 예년같지 않아요. 그러니 평소대로 물량 맞춰 지어드시면 됩니다." 하니,
"뭐 밥이야, 알아서 지어먹지 뭐~ 허허 " 하며 고맙다고 인사해주십니다.
포대가 무거워 어르신 집 안쪽에 내어드리고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10시 20분,
오랜만에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입니다.
"그동안 못 만났지, 내가 맨날 병원가고 왔다갔다하느냐고 못샀네. " 하십니다.
"라면 두봉지랑, 뉴슈가 있나? 그거 두개, 미원 하나, 그리고 이거 핫초코인가? 이거 맛나데~ 이것도 하나 주게~" 하십니다.
당면에 소갈비양념까지 모두 사신 어르신.
들어드릴지 여쭤보니 다품에 안고 가신다며 들고가십니다. 나중에 보니 소갈비 양념을 놓고가셔서 뒷따가 갔지만 안보이셔서
골목에 잠시 기다리니 집에서 나오는 모습 보입니다. 어르신께 양념 하나 전해드리고 다음마을로 갑니다.
10시 30분,
"내가 나가려고했는데, 자네 만나고 갈려고 기다렸네."
"소주 2박스만 저기 내려놓고 가주게~"
이동장터에서 물건 사려고 기다려주시는 어르신, 너무 고마웠습니다.
창고에 확인해보니 꽤 쌓여있는 공병,
다음주에 챙겨간다고 말씀드리며 나섰습니다.
10시 50분,
마을에 들어섰다 돌아가니 어르신께서 차를 세웁니다.
오랜만에 아드님이 오셨습니다.
예전에 사셨던 방식대로 우유2개, 요구르트 4줄 사십니다. 어르신께서 예전에 외상하셨던 금액도 있었습니다.
아드님이 계시기에 말씀드렸더니 어르신께서 계산해주십니다. 평소에 혼자 계실 때 말씀드리기 부담스러웠던것이었는데,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외상을 까먹기도 합니다. 그래도 말씀드리면 믿고 바로 해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1시 10분,
윗집 어르신께서 계란 한판 사십니다.
"여기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게요~ 다 여기 모여 있어요~" 하시는 어머님.
조합원으로 활동을 함께 해주시고 계시진 않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 내어주십니다.
어르신 댁으로가니 다 같이 모여서 옥수수 나눠먹고 계십니다.
저도 하나 받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제주도 이야기 나옵니다.
저도 제주에서 살다왔다고 말씀드리니 제가 활동했던 지역 내에서 땅을 갖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거 제 2 공항 한다고해서, 땅이 다 묶였지 뭐야.. 내가 거기 감귤밭 좀 갖고 있는데 간간히 내려가서 하고 와~" 하시는 어머님.
거기 인근 복지관서 2년 일하다가 왔다고하니, 어머님도 신기해하십니다.
뭐든 대화하면 교차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교차점으로 인해 조금 더 관계가 가까워집니다.
11시 40분,
우리 어머님, 보자기로 한쪽 팔을 감쌌습니다.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싸져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었더니,
"내가 지난번 들깨비다가 내 왼손가락을 같이 베버렸지 뭐여.. 힘줄이 끊어졌대." 하십니다.
피가 얼마나 났을지, 얼마나 아팠을지.. 보기만해도 속상하고 아픕니다.
그거 안해먹어도 먹고 산다고 자식들이 다 이야기했을텐데..
보는 내내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래도 일을 해야 사는 맛이 날텐데...
지난번 아저씨 면허 반납하고, 마음이 허하다라고 하셨었는데, 어머님까지 한 손 다쳐버리니 더 심난하셨겠다 싶습니다.
집 안에 물건 갖다드리고, 필요한 물건 있으면 갖다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왔습니다.
13시 40분,
회관에 도착하니 어르신들 간식 드시고 계십니다.
"물엿 있지? 그거 여기 자전거에 하나, 내 오토바이에 하나 실어놔줘~" 하십니다.
"결제는 이걸로 해~"
어르신 두분 모두 고추장 담그시나봅니다.
쿨하게 카드 넘겨주시는 어르신. 어르신 자전거와 오토바이 트렁크에 넣고 이동합니다.
나가는 길, 한 어르신 오시며 커피 작은거 하나 찾으십니다.
생각보다 비싼 커피 값에 조금 놀라십니다. 20개짜리 작은거 1박스 4,500원
그렇다고 20개만 사느니 100개를 사는것이 더 쌀 수 있는 상황.
어르신은 고민하디사다 20,000원을 꺼내십니다.
"남은 500원은 어쩌지? 달아놔~"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조합원 포인트 조회해보니 800원이 있습니다. 어르신 포인트에서 500원 차감해 20,000원에 해드립니다.
14시 10분,
오늘도 빵을 사러오는 삼촌,
더불어 고추참치도 2개 사십니다.
안에 어머님이 계시는지,
"엄마, 뭐 필요한 거 없어?" 하고 소리쳐봅니다.
그냥 오라는 엄마 말씀에, 빵 한개, 꽁치캔 한개 더 챙깁니다.
반찬이 필요하시구나 싶습니다.
이번주, 다음주는 김장 준비로 밑반찬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상황 말씀드리며, 곧 올 김장으로 대체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4시 30분,
오늘도 어르신은 밖에 나갔다 오셨나봅니다.
버스서 내리면서 만난 어르신.
두부 2모 갖다 놓고 온다고 말씀 드립니다. 어르신은 알겠다며 조용히 따라오십니다.
밖에 다녀오시는 어르신의 표정은 좋습니다.
간간히 밖에 바람 쐬고 오는 그 시간이 좋으신가보다 싶습니다.
14시 40분,
오늘도 두유 하나 사시는 어르신.
"계란도 한 판 갖고 와~"
오늘은 집안에 아무도 안계십니다.
항상 쉼터이자, 잠을 함께자는 곳이었던 어르신 집.
날이 추워서 다른 어르신들이 안나오셨나 싶습니다.
14시 45분,
어르신 문 앞에 호박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어디서 저 많은 호박을 갖고 오셨을까 싶습니다.
어르신 집 앞에 쌓인 호박을 보고 있으니 맘이 편안해집니다. 어르신께서는 커피 한 잔 하고가라고 하십니다.
집에 들어가서 어르신께서 주신 커피 한 잔으로 피곤을 잠시 풉니다.
한 잔 마시면서 어르신의 과거 이야기를 또 듣는 시간. 어르신은 그렇게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나가는 길 밖의 어르신 트럭 몰고 오십니다.
"고등어 한 손 주쇼."
매일 집에만 앉아계셔서 잘 몰랐지만, 대외활동도 잘 하고 계시는구나 싶습니다.
15시,
이제는 들어갈 때마다 반가워하시는 어르신.
오늘은 계란 한판하고 콩나물 하나 달라고 하십니다.
한쪽 귀가 잘 안들려 대화할 때마다 크게 이야기해야하지만,
어르신께선 무슨 이야기를 한들, 늘 허허 하시며 웃으십니다.
저 온다고 불도 안떼고 있다가, 불도 뗐다는 어르신.
어르신 덕분에 편안하게 쉬어봅니다.
15시 10분,
회관에 어르신들이 장판 하나에 불떼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계십니다.
"지난번 소주값 외상한거 있지?" 라는 어르신.
어르신의 포인트로 해결했다고 말씀드리니 좋아라하십니다.
어르신들 안부 여쭙고 돌아가는 길, 회관 건너편 정류장서 어르신들 앉아계십니다.
"물엿있으면 우리집에 하나 두고 가게~" 하시는 어르신.
다른 어르신은 계란 한 판 사십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잎새주랑 쌈장 하나 사십니다.
어르신 집으로 물엿 갖다 놓으러 가는길,
작은 텃밭에도 어르신들은 하나 놓치지 않고 뭐든 심어 놓습니다.
그 사이로 쑥쑥 자란 무와 배추.
이번 김장에 넣을 속재료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올 여름엔 병충해로 난리였는데, 건강한거 보니 어르신들의 바쁜 손길이 있었음을 생각합니다.
15시 40분,
회관을 지나쳐가는 길, 어르신이 붙잡습니다.
"막걸리 있나? 언제 갖고 왔어?" 하시는 어르신.
25일까지 먹을 수 있는 날짜표시에 막걸리 6병을 사십니다.
아마 곧 김장을 할 날이고 수육에 같이 드실려고 사시는것 같습니다.
어르신 댁은 자녀들이 많이와서 늘 무엇을 사던 많이 사시는 편이었습니다.
어르신덕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막걸리가방이 싹 모두 비었습니다.
15시 50분,
밭에서 호박잎 뜯고 계시는 어르신.
자녀들 온다고 자녀들에게 줄 여린 호박잎 뜯고 계십니다.
통에 한 가득 담아 오시는 어르신.
퐁퐁하고 락스 하나 사십니다.
집에 화장실 청소까지 하시려고 하시나봅니다.
지난번 쓰러진 일은 벌써 잊으셨습니다.
몸이 움직이는 한 계속 움직이는 어르신.
그것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16시 10분,
우리 마지막 어르신 댁에 모두 모여서 화투치고 계십니다.
아까 내려오던 길 동네 동생 어머님께서 주신 샤인머스캣 2송이.
"고생 많은데, 이거 진짜 달아~ 이거 먹으면서 다녀~" 하시며 챙겨주십니다.
아들같이 챙겨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어르신 집에 모두 모여계셔서 샤인머스켓 2송이 드리니, 바로 어르신들이 아십니다.
"그 집이구만~ 맛나네~" 하시는 어르신들.
오늘은 화투에 집중하고 계셔서 어르신들 필요한 물건만 바로 드리고 마무리합니다.
종일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장사가 잘 안되는구나 싶어도 막상 정리해보니 평일과 비슷합니다.
사람이 별로 없을 때마다 긴장됩니다.
언젠간 이동장터가 끝날 수 있겠구나.
유지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매출이 오를 수 있을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진 않지만, 일단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는것으로 생각합니다.
절대적인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농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부터일지 늘 고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