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와 후쿠시마 방류
최광희 목사
나는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장에서 뛰는 것은 못 하지만 경기를 보는 것은 굉장히 좋아한다. 국가대표 선수나 EPL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스포츠를 넘어 예술의 경지로 느껴진다. 축구 경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후반전이 되면 전반전에 그렇게도 지키려고 했던 골대에 공을 밀어 넣으려고 일제히 공격한다는 것이다.
같은 대상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상황에 따라 바뀌는 현상은 축구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본다. 다른 이슈에서도 늘 그래왔지만, 최근에는 후쿠시마 방류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TV에서도 채널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2011년인데 그 후 3년 동안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냈다니 경악할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지금처럼 TV에서 날마다 오염수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거나 여야가 다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오염수를 처리해서 방류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이고 있다.
먼저 용어 사용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오염수가 맞는다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다핵종 제거 설비(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처리했으니 처리수가 맞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염 처리수라는 용어도 등장했는데 다음에는 어떤 용어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총리는 오염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 처리수를 직접 마시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돗물도 정수기에 걸러 마시는데 방사능 오염수를 아무리 처리하고 희석했다 한들 설마 마시기야 할까? 그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일 것이다.
하여간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마치 축구 경기에서 전·후반 교대를 한 모습이다. 국민의힘당에서 오염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열심히 하는데 이는 아마도 일본과의 원할한 외교를 위해서일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그 공격의 성공 여부는 아마 내년 4월의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 우리 국민은 과연 해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가? 아니면 미리 소금 사재기를 해야 하는가? 2023년 뉴스만 보면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2년, 3년 전의 뉴스를 보면 지금의 공방은 국민건강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오염 처리수가 위험하다 혹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예전에는 정반대로 주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0년 10월 26일, 경향신문에 의하면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강경화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고 반대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제법에 따라 일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 같은 날짜 서울경제 신문에 의하면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강경화 장관은 “IAEA가 전문가 집단이고, 우리의 전문가 집단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또 2021년 4월 19일, 한겨례신문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외교부 장관이었던 정의용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일본의 방류 결정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당 인사들은 뭐라고 말했을까? 2021년 4월 14일 자 KBS뉴스에 의하면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일본의 방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어떤 조치와 노력을 해왔는지 분통일 터질 지경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박진 의원도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은 선수를 교체해서 다른 정치인들이 나서고 있지만, 예전의 그 정치인들이 여전히 그쪽 진영의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데 국민이 그런 정치인의 말에 따라 부화뇌동해야 하는가? 최근에 어떤 목사가 설교 시간을 몽땅 할애해서 오염수의 위험성을 설명했는데 그분이 3년 전에는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축구 경기에서 전후반 상황이 바뀜에 따라 그렇게 지키려고 하던 그 골대에 이번에는 공을 차 넣으려고 애쓰는 선수들처럼 상황에 따라 후쿠시마 방류를 찬성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는 정치인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학자와 전문가의 설명을 찾아서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해야 양식 있는 지성인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