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강론 >(12.25.목)
죄 많은 인류를 위해 구세주 예수님이 태어나셨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말씀이신 분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라는 믿을 수 없는 신비 앞에서, 경외와 감사로 엎드리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요한복음서는 이렇게 시작하고,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이것이 바로 성탄의 핵심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시간 속에 들어오셨습니다. 무한하신 분이 유한한 존재가 되셨고, 창조주께서 피조물이 되셨습니다. 이것을 신학에서는 ‘강생(육화)의 신비’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느님은 왜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오셨을까요? 천둥과 번개 속에서 위엄 있게 오실 수도 있었고, 구름을 타고 영광스럽게 내려오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가장 연약하고 가장 힘없는 방식을 선택해서, 아기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기가 태어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같았습니다. 남녀의 결합을 통해 생명이 잉태되고, 엄마 자궁에서 약 280일간 자라난 후, 산고를 거쳐 태어납니다. 이것은 하와 이후 모든 여성이 겪은 경험이었고, 그 누구도 예외가 없었는데, 현대에 와서 의학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생명이 만들어지고,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라도 난자와 정자의 만남, 엄마의 몸을 통한 성장이라는 근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25년 전,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은 모든 생명의 법칙을 초월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남자와 결합 없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 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법칙을 거스른 사건이면서, 창조주 하느님이 피조물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사건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분이 아주 귀여운 아기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장소와 방식입니다. ‘왕 중의 왕’이신 분이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짐승의 먹이통인 구유 안에 누였습니다.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이 제일 먼저 구세주 탄생 소식을 알았습니다. 이것은, 그분이 이 세상에 태어나신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해줍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이 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고,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직접 겪으려고 오셨습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자라며,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사셨습니다.
그 어떤 왕이나 귀족도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 없고, 예수님만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성탄이 더 감동스럽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상 곳곳에서 아기가 태어납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신비롭지만, 예수님 탄생은 다른 아기의 탄생과 달리,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사건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인류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다시 얻었습니다.
아기는 너무나 무기력합니다. 스스로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보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모든 것을 겪으실 것입니다. 아기로 태어나 배고픔, 추위와 더위, 고통을 느꼈고, 성장하면서 기쁨, 슬픔, 외로움도 경험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십니다.
예수님 탄생 때 그 자리에 계셨던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성모님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왔을 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베들레헴에 가는 길이 쉽지 않았고, 만삭의 몸으로 험한 길을 걸었습니다. 여관에서 거절당했을 때도 불평하지 않았고, 초라한 마구간, 짐승들 사이에서도, 평온함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성모님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 요셉의 사명은 아기와 그 어머니를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완벽한 보디가드였습니다. 헤로데 왕이 아기들을 죽이려고 할 때, 가족과 함께 이집트로 피신했고, 위험한 상황이 끝난 후 나자렛에 돌아가서, 아들에게 목수 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성 요셉과 성모 마리아는 인류구원 계획에서 완전한 순종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지 평생 본받아야 할 신앙의 모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탄을 잘 준비하기 위해 제대회, 성모회, 성가대, 복사단, 교리교사회, 주일학교 자모회, 유대철회, 이 밖에도 알아내지 못한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박수!! 여러분의 모든 노력과 정성을 하느님이 알고 계십니다. 작은 희생, 조용한 기도, 감추어진 선행도 하느님이 반드시 갚아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성탄의 기쁨을 우리만 간직하면 안 되고,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삶으로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겸손한 아기 모습으로 오셨던 것처럼, 우리도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사랑으로 오셨던 것처럼 우리도 사랑해야 하고, 예수님이 섬기러 오셨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섬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주님 성탄 대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