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3천만 원이 생기면 아들은 뭘 할 거야?"
"음~ 투자를 하겠지! "
내심 기특하다. 그 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헛돈 쓸 생각 안 하고 투자를 하겠다니 안심(?)이다.
아빠를 닮아서인지 두 아들은 사치(?)를 부릴 줄 모른다.
명품이나 고가의 장비를 사지도 않는다.
돈을 헛투르 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없다.
작은 아들은 부모의 유전자(아들의 말이 그렇다)를 이어받아 직업군인이 되었다.
사관학교에 합격해서 기쁨을 주었고 4년을 무상(국가의 혜택)으로 다녔고
졸업 후 바로 임관을 했다. 취업걱정도 없었다.
아들의 첫 근무지는 강원도 인제. 원통이었고 오지(격오지)다.
공교롭게도 우리 부부가 같이 근무했던 부대였다.
교통이 문제다. 그곳 생활을 해 본터라 승용차가 없으면 불편함이 많다.
도시처럼 수시로 교통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군(軍) 특성상 불시에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차도 없이 어떻게 다녀? 힘들고 불편하지 않아?"
"동기들 차도 빌려 타고 다니지 뭐."
차를 사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쓰였다.
왕초보라 새 차를 사주는 것은 무리다.
남편은 새 차 사줄 생각이 1도 없고
초보때는 중고차가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아들의 불편함이 애가 쓰여 중고차를 한 대 샀다.
아들 면회 가는 때에 맞춰서 정비를 하고 세차까지 말끔히 해서 배달(아들 근무지)해줬다.
젊은 혈기이고 초보라 걱정했지만 잘 끌고 다니는 것 같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만족하는 듯했다.
운전하고 다닌 지 3년이 되어간다.
아들 차에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눈에 거슬린다.
후진하고 주차하다가 받았다고 한다.
휴가 나온 아들과 저녁을 먹는데 차 앞 오른쪽 라이트가 고장 났다고 한다.
밤에 운전할 때 라이트가 안되면 큰 일이니 빨리 가서 고치라고 했다.
"수리비가 더 들겠어. 아들 안전을 위한다면 새 차 하나 뽑아주시던지.... " (농담 반 진담 반이다)
아들은 늘 그랬다.
용돈(군자금)이 필요하다길래 얼마면 되느냐고 물으면
"엄마가 아들 사랑하는 만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끝을 흐리는 것이 은근 새 차를 바라는 눈치다.
"새 차가 얼만데..?"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요즘 SUV는 삼천만 원대 정도야. 가격이 좀 내린 거 같아."
"삼천만 원? 그 정도면 살 만하지 않아?"
"아직 좀 더 타고 새 차 사야지. 한 1~2년은 충분히 더 탈 수 있어."
남편한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우리의 첫 차(중고 트라제)도 10년 넘게 타고 폐차를 시키면서도 무척 아쉬워했던 사람이다.
"그럼 아빠차 가지고 가고 네 차는 아빠가 타면 어때?"
아빠차가 더 새것이고 외제차(?)니 바꿔주겠다고 하는데도
"아니.. 괜찮아. " 싫다는 표정이다.
"엄마는 삼천만 원이면 새 차 안 사고 투자를 하겠다.
잘 생각해 봐. 좀 아깝지 않나? "
새 차에 대한 얘기는 흐지부지되었다.
아들도 이제 직장생활 3년 차인데 새 차 사는 데 큰돈을 쓰지 않을 것 같다.
새 차를 사고는 싶겠지만
지돈지산(자기 돈으로 자기 물건 사는 것)은 아까울 테니까.
엄마 돈으로 사주면 고맙게 받겠지만..
사실, 아들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엄마가 아들 임관하면 새 차 사준다고 약속했잖아?"
"내가 그랬나? 한 것도 같고 안 한 것도 같고... 가물 가물하네."
"엄마가 분명히 약속했거든. 임관하면 새 차 사준다고."
"그랬나?..."
사관학교 들어가면 학비며 용돈이며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다.
혹자는 사관학교 들어가면 몇 억을 벌어준다는 얘기도 했다. 부럽다면서..
학비 아끼려고 사관학교 보낸 것은 아니지만 효자노릇을 한 것은 분명하다.
사관학교 생도 생활 4년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중도에 포기하는 모습도 보게 되니 아마도 격려(?) 차원에서 덜컥 약속을 했던 것 같다.
그 약속을 중고차로 때우려 했으나, 아들은 그 약속에 대한 미련(아쉬움)이 남아있는 듯하다.
아들에게 새 차를 사주지 않은 이유는 있다.
초보인 아들이 새 차를 운전하면 중고차보다 부담이 클 것이다.
차를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되는 것도 새 차를 용납하기 어려운 이유다.
차량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험료며 기름값 등 유지비용도 부담이다.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아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면이 크다.
내 돈으로 산 차가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고
올바른 소비습관도 알려주고 싶었다.
새 차를 갖고 싶어 하는 아들의 마음도 이해를 한다.
성취감과 자립적인 상징이고.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새 차를 갖고 싶을 것이다.
사회적 인정과 자존감도 있을 것이다.
차는 사회적인 지위나 성취의 상징이다.
비싼 고급 차를 선호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고
(차를 통해) 또래들과 비교하는 마음도 있고 과시하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데이트할 때 중고차 대신 아빠차를 빌려간 아들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기만족과 개인적인 꿈도 있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차에 대한 관심도 많고 나름의 꿈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사준다고 약속했잖아."
어렸을 때 약속한 장난감을 안 사준다고 떼쓰던 것과 비슷하다.
부모가 약속한 바가 있으니 아들은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들의 안전을 생각하신다면 새 차를 사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시는 게... "
아들의 말이 귀에 맴돈다.
그냥 새 차를 사줘 버릴까?
안전이 우선이고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아니야.
아직 새 차는 일러. 소비습관이 더 중요해.
아무렇지 않게 새 차를 사주는 것은 잘못된 습관만 들이는 것 같아.
자신이 번 돈으로 사야 소중함도 알 테고..
몇 천만 원짜리 새 차를 살 바에야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할 거야."
뭣이 중헌디?
참아야 하느니라.
새 차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고 또 참아본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이 미안하지만, 아들이 이런 마음도 헤아려 주길 바라본다.
'당장의 만족과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현명한 소비와 절제를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아들이 되어주기를...'
아들과 한 약속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겠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 유대인 속담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