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復古 서체의 시대
개화체·격동체·별표고무체… 포스터·음료 로고 등에 대유행
60~70년대 간판·인쇄물 참고해 일부러 촌스러움 더해 만들기도
기계적 서체에 대한 반항 담겨
활자도 복고(復古) 시대다. 광고에서 음료수 로고, 책 표지, 첨단 모바일 배달 서비스까지 60~70년대 간판이나 포스터에 나왔을 법한 서체가 대유행이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제목 서체처럼 과거 미디어에서 자주 접했던 '촌스러운' 글씨체에 대중이 화답하고 있다.
북디자이너 박효신씨는 최근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탐사'(북드라망)라는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면서 '개화체'라는 활자로 책 제호를 썼다. 한 폰트 회사에서 개발한 이 서체는 개화기(開化期) 여성의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박씨는 "책의 내용에 맞는 서체를 찾기 위해 폰트 전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최근 1~2년 사이에 개발된 복고풍 서체만 수십 가지였다"며 "마침 책이 개화기 지식인을 다룬 책이어서 택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경쟁에 내몰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막연한 '옛날 느낌'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디자인 회사 산돌의 최성우 커머셜폰트 팀장은 "팍팍한 현실에 글씨체라도 좀 따듯한 느낌으로 쓰면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마을식당' 같은 복고풍 식당, '부라더 소다'류의 복고풍 상품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돌, 윤디자인 등의 폰트 개발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복고풍 서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매달 일정액을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폰트를 판매하는 산돌의 경우, 최근 인기 폰트 '톱 10' 중 4~5개는 항상 복고풍 폰트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디자이너 박효신씨는 최근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탐사'(북드라망)라는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면서 '개화체'라는 활자로 책 제호를 썼다. 한 폰트 회사에서 개발한 이 서체는 개화기(開化期) 여성의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박씨는 "책의 내용에 맞는 서체를 찾기 위해 폰트 전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최근 1~2년 사이에 개발된 복고풍 서체만 수십 가지였다"며 "마침 책이 개화기 지식인을 다룬 책이어서 택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경쟁에 내몰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막연한 '옛날 느낌'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디자인 회사 산돌의 최성우 커머셜폰트 팀장은 "팍팍한 현실에 글씨체라도 좀 따듯한 느낌으로 쓰면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마을식당' 같은 복고풍 식당, '부라더 소다'류의 복고풍 상품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돌, 윤디자인 등의 폰트 개발사들은 최근 1~2년 사이 복고풍 서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매달 일정액을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폰트를 판매하는 산돌의 경우, 최근 인기 폰트 '톱 10' 중 4~5개는 항상 복고풍 폰트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폰트 디자이너들은 복덕방 간판에서 영화 포스터까지 각종 옛날 인쇄물을 훑어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낸다. 이러다 보니 폰트마다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산돌이 개발한 '격동체'의 경우, 이른바 격동기로 불리는 70년대 초반~80년대 후반 포스터와 잡지 등 각종 인쇄물에 나온 글씨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별표고무체'는 이보다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한 신문에 나오는 '별표고무' 광고에 나온 단 네 글자를 기반으로 전체 2350자로 이뤄진 폰트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옛날 아크릴 간판을 만들 때처럼 일부러 칼로 오려낸 흔적, 삐뚤하게 잘못 붙인 흔적을 디자인에 넣기도 한다. 시네마극장체는 옛 극장 간판처럼 초성에 나오는 'ㄱ'을 현대에서는 쓰지 않는 각도로 꺾어 일부러 어색하게 디자인했다.
회사에서 필요한 서체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배달 전문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 민족'을 개발한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촌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1960~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만든 '도현체'와 '한나체' 등을 직접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tvN 역시 '응답하라 1988'의 로고용 서체(응답하라체)를 직접 개발해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우아한 형제들 성호경 팀장은 "옛날 골목길 간판이 주 는 편안함과 유쾌함이 우리 회사의 분위기에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원유홍 상명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규격화된 서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최근 캘리그래피 유행으로 나타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일부러 촌스러움을 가장해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계화되고, 세련되고, 대량 생산된 체제에 대한 반항 의식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필요한 서체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배달 전문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 민족'을 개발한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촌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1960~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만든 '도현체'와 '한나체' 등을 직접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tvN 역시 '응답하라 1988'의 로고용 서체(응답하라체)를 직접 개발해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우아한 형제들 성호경 팀장은 "옛날 골목길 간판이 주 는 편안함과 유쾌함이 우리 회사의 분위기에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원유홍 상명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규격화된 서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최근 캘리그래피 유행으로 나타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일부러 촌스러움을 가장해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계화되고, 세련되고, 대량 생산된 체제에 대한 반항 의식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