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가화(春雪佳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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隔塵嶺 하 높으니 紅塵도 멀어간다
가뜩이 먹은 귀가 씻을사록 먹어 가니
山 밖의 是是非非를 듣도 보도 못 하리로다.
--- 노계 박인로,「立岩二十九曲」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3월 24일(토), 눈보라, 강풍, 햇빛, 변덕스런 날씨
▶ 산행인원 : 14명(버들, 자연, 드류, 대간거사, 더산, 한니발, 신가이버, 제임스, 해마, 도자,
하늘재, 승연,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57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6.7㎞(1부 8.2㎞, 2부 8.5㎞)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0 -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明西里) 도덕교(道德橋), 산행시작
08 : 59 - △369.2m봉
09 : 40 - 임도
10 : 04 - 임도 버리고 사면 올려 침
10 : 58 - 천등산(天登山, △807.1m)
11 : 28 - 761m봉
12 : 42 ~ 13 : 27 - 대월, 1부 산행종료, 중식, 이동
13 : 27 -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放鶴里) 골말, 2부 산행시작
14 : 44 - 805m봉, ┬자 주능선 진입, 오른쪽은 박달재 가는 길
15 : 10 - 주론산(舟論山, 902m봉), 이정표(구학산 4.2㎞, 박달재 4.2㎞)
16 : 49 - 구학산(九鶴山, 983m)
18 : 00 - 임도, 이정표(구력재 1.0㎞)
18 : 23 - 구력재(운학재, 해발 530m), 산행종료
1. 등로 주변의 눈꽃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4D2484F716D2B21)
▶ 천등산(天登山, △807.1m)
춘설이 난분분한 도덕마을이다. 도덕교를 기점으로 왼쪽 골짜기는 서대마을로 가고 오른쪽
골짜기에는 임도가 쭉 뻗어 오른다. 우리는 그 가운데 능선을 잡는다. 천등(天登)의 또 하나
코스 개척이리라. 농가 바로 뒤 가파른 사면에 붙는다. 엊그제부터 추적거리던 봄비가 산에서
는 눈으로 내렸나 보다.
곧 안개 속에 묻힌다. 오늘도 이렇게 막막한가? 산에 와서 산을 보기가 글렀다는 생각이 든
다. 아울러 지난 1월 14일 석천에서 천등산을 오를 때 땅이 꽁꽁 얼어있어 가만두고 왔던 더
덕을 이번에 가져오려고 한 부수의 계획도 틀어졌다. 이리 만발한 일목일초마다의 가화(佳花)
중 더덕을 분별해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8분 정도 잡목 헤친 역영(力泳)으로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든 능선에 오른다. 일로북진. 길은
외길이다. 걸음걸음 안개 속 장관이 펼쳐진다. 눈보라도 정취다. 바람은 맹렬하여 몇 번이나
잠깐씩 안개를 쓸어내지만 역부족으로 이내 지치고 만다. △369.2m봉. 눈 쓸어 판독한 삼각
점은 409 재설, 77.7 재설.
혼자 간다. 시계(視界)가 짧아 앞뒤 일행이 금방 보이지 않고 바람결 따라 끊어졌다 이어지는
그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완만하게 넘는다. 453m봉
을 서서히 내리면 임도다. 먼저 온 일행들이 족발 안주로 마가목주 분음하고 있다. 간신히 술
과 안주 천신(薦新)한다.
임도 절개지는 산허리 빙 둘러 높다란 절벽이다. 능선 마루금의 절개지에만 계단을 설치하였
다. 두 개조로 나눈다. 1조는 임도 따라 돌다 천등산을 넘어 761m봉으로 가기로 하고, 2조는
능선 마루금으로 761m봉을 곧장 오르기로 한다. 나도 1조에 낀다. 욕심이다. 15분 남짓 임도
로 간 두 번째 산모롱이 옆의 절개지가 오르기 알맞다.
사면은 설벽이다. 다행이 습설이 적당히 깊어 오르기 쉽다. 눈길 층층 발자국계단을 만들어가
며 오른다. 가은 님이 용진하는 덕분이다. 눈보라는 멎었다. 하얀 안개가 만천만지(滿天滿地)
하여 사방이 더욱 교교하다. 원근의 구별은 환영(幻影)으로 보이는 굵은 수간(樹幹)의 농담(濃
淡)이다. 취한 듯 꿈속인 듯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설경 속으로 빠져든다.
주능선이 가까웠다. 느닷없이 일진광풍이 불어 안개 걷히고 환각에서 깨어난다. 아깝다. 망막
잔영이 오래도록 선하다. 주능선의 눈은 무릎까지 찬다. 또한 곳곳에 눈이 잔뜩 몰려있어 그
런 데는 돌파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스패츠를 찬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 춘설이 대수랴 하고
그냥 오려고 했으니 아슬아슬했다.
팔각정에 잠시 머물러 조금씩 겨우 열리는 첩첩설산을 감상하고 천등산 정상을 오른다. 해가
나지만 조망은 썩 좋지 않다. 서둘러 정상 표지석 에워 기념사진 찍고 761m봉으로 내린다. 골
골이 사태지고 사면마다 흐드러진 설화를 감상하느라 입안 침이 다 밭고 그리 가파른 줄 모르
고 천등산을 내린다. 761m봉 북사면에서 1, 2조 일행이 합류한다.
원월리(院月里)에서 천등산을 오르는 주등로이겠는데 눈이 워낙 깊어 아무 흔적이 보이지 않
는다. 한 차례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줄달음친다. 642m봉을 괜히 왼쪽 사면으로 잡목
뚫고 오른다. 614m봉 가기 전에 왼쪽의 엷은 지능선으로 내린다. 가시덤불 한참 헤치고 벌목
한 사면으로 머리 내민다.
산기슭 도는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는 천등산 등산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원월리 동
네 길로 이어진다. 고목의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대월 버스종점 공터에서 점심자리 편다.
2. 천등산 들머리인 도덕마을과 그 주변
![](https://t1.daumcdn.net/cfile/cafe/147B24504F716D740B)
3. 등로 주변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3DE4C4F716D8315)
4. 등로 주변
![](https://t1.daumcdn.net/cfile/cafe/182F184C4F716D9121)
5. 소나무 숲
![](https://t1.daumcdn.net/cfile/cafe/171B964D4F716DA12D)
6. 천등산 오르는 임도 절개지의 계단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B794C4F716DB627)
7. 임도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CE6504F716DC425)
10. 천등산 오르는 설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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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천등산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931484F716E001C)
12. 천등산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3184C4F716E0F1A)
13. 눈과 안개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BC34A4F716E1F07)
14. 눈과 안개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6E0484F716E2F23)
15. 천등산 정상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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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천등산 정상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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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천등산 정상에서, 빛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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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가이버 님, 천등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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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천등산 내리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11729A4A4F716E7A01)
20. 천등산 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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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론산(舟論山, 902m봉), 이정표(구학산 4.2㎞, 박달재 4.2㎞)
햇볕 나자 눈이 급속히 녹는다. 2부 산행은 봄날일 것을 예감한다. 주론산 들머리로 이동한
다. 주론산은 박달재에서 오르는 길이 주등로이지만 거기는 등산객들로 너무 뻔질나서 재미
가 적다. 방학리로 간다. 영진지도 상 사거리에 표시된 공적비는 보이지 않는다. 골말로 들어
간다. 콘크리트 포장한 도로가 아주 좁다.
차 돌릴 것을 염려하여 Y자 갈림길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간다. 담장이며 지붕에 나무덩굴 엉
긴 폐가가 나온다. 골짜기로 내려 건너편 생사면에 달라붙는다. 봄은커녕 한겨울이다. 눈 속
잡목 비집다 펑퍼짐한 설원을 오른다. 날씨는 변덕을 부린다. 흐렸다 개기를 반복한다. 바람
이 가파른 사면 오를 때에는 시원했지만 쉴 때면 춥다.
여러 지능선을 모아 가파름은 차츰 숙진다. 바윗길이 자주 나타난다. 구학산과 주론산이 잘
보일까 직등하였다가 왼쪽 사면의 절벽에 움찔하고 내려선다. 805m봉. ┬자 주능선이다. 색
색의 산행 표지기들이 꽃떨기로 달렸다. 박달재에서 오가는 길 역시 눈 온 후로 아무도 지나
가지 않았다. 바람이 세게 분다. 상고대가 우박처럼 쏟아진다. 얼굴에 맞으니 따끔따끔하다.
바람에 떼밀려 오른다. 주론산(舟論山). 오석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사방 나무숲 둘러 어차피
조망은 없다. 주론과 배론은 같은 말이다. 한때 천주교 성지가 있는 배론을 천주교와 연관 지
어 막연히 무슨 외래어로 알았는데 이곳 지형이 배 밑바닥의 모양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인 이
름이라 한다.
21. 뒤는 구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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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주론산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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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학산(九鶴山, 983m)
주론산 정상에서 구학산 가는 길은 정동으로 꺾어서 가파르게 내려야 한다. 오늘처럼 궂은 날
무심코 직진하였다가는 골로 간다. 그럴 뻔하다 뒤돈다. 뚝 떨어졌다가 길게 오르면 884m봉
이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다. 까마귀 울며 간다. 순서인가 보다. 눈보라가 몰아친다.
833m봉 넘도록 요란스럽다.
이번에는 강풍이다. 거센 광풍이기도 하다. 눈 섞여 몰아칠 때는 그 보라로 캄캄하여 발걸음
을 내딛을 수가 없다. 다소곳 멈춰 서서 바람이 지나가기 기다리곤 한다. 이 바람에 나무줄기
에 녹아내리던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마치 얼음 옷을 입힌 것 같다. 가지가지 상고대 눈꽃은
얼음꽃으로 변했다. 장관이다. 노목 좌수골로 빠지는 삼거리 안부에서 바닥치고 나서 꾸준히
오른다.
구학산 오르는 선두 러셀은 대간거사 님과 가은 님이 번갈라 한다. 내 걸음으로는 뒤쫓기도
벅차다. 다시 해가 난다. 상고대와 얼음꽃에서 반사하는 햇빛으로 눈 못 뜨게 부시고 얼음꽃
이 볼록렌즈 역할을 하는지 얼굴이 화끈하다. 점입가경인 설경의 절정. 구학산 정상이다. 무
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있다.
옛날 이 산에 살던 아홉 마리의 학이 사방으로 날아가 아홉 곳의 '학'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생
겼다고 한다. 신림 방면의 황학동, 상학동, 선학동과 봉양 방면의 구학리, 학산리, 그리고 충
북 영동의 황학동, 백운면의 방학리, 운학리, 송학면의 송학산이 그곳들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의 지형도에 표시된 ‘放學里’는 분명 ‘放鶴里’의 오기다.
조망 좋다. 천등산, 삼봉산, 십자봉, 백운산, 소백운산, 벼락바위봉이 돌출하여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하산!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도계 따라 서진한다. 우선 남쪽의 비탈진 협곡으로 한 피
치 내렸다가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능선을 잡는다. 그러고서 쭉쭉 내린다. Y자 능선 분기봉인
745m봉. 당초에는 왼쪽으로 810m봉 넘어 덕동교로 내리려고 하였으나 너무 늦었다. 구례골
이 적당하다.
잔 봉우리 수시로 오르내린다. 지능선 타고 임도로 내려서니 이정표가 있다. 구력재 1.0㎞. 이
럴 바에서 차라리 임도 따라 구력재로 가는 편이 낫다. 산허리 굽이굽이 돈다. 마침내 차량 차
단기 돌아 구력재 고갯마루에 이른다. 에둘러 왔다. 운학(雲鶴)재라는 표지판과 구학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두메 님이 차 덥혀놓고 기다리고 있다.
23. 구학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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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더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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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구학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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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구학산 정상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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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구학산 정상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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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천등산, 구학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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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구학산 정상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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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대간거사 님. 빛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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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국이었습니다...봄이라고 만만히 봤다가 강풍에 개떨듯...^^
더산형님 오랜만에 뵙네요~ 몸은 좋아 지셨나요^.^ 눈산행은 넓덕동산이 마지막 인줄 알았는데 헐~ 또 재미를 보셨네요 사진을 보아하니 짜임새 말로 표현 하면 순교자 들 갔어? 다음주 강릉쪽으로 한딱가리 하러 갑시다
더산님!! 건강하신 모습 좋습니다...오지팀 모두도..
에고~ 저 설국!! 아웃-사이더 하다가 철 다 갔네요.
춘설의 주론, 구학산이 새롭기만 합니다...멋진 설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