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맡기로 한 뒤 그는 “왜 힘든 일을 하려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대구상고 선배인 장효조 삼성 스카우트였다. 직업상 고교 감독의 어려움을 잘 아는 선배로서 걱정이 돼 연락을 했던 것. 장 스카우트는 1985년부터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1991년부터 2년 연속 타격왕이었다. 27시즌 동안 2년 연속 타격왕을 한 선수는 둘뿐이다.
“막상 학교에 오니 장 선배 얘기가 실감났어요. 프로는 자기 분야만 신경 쓰면 되는데 고교 감독은 팀 성적은 물론 선수들 생활과 진학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야 하는 머슴이더라고요.”
이정훈 감독이 묵는 가건물 내부에 직접 써서 붙여놓은 문구. 이 감독은 “아침마다 이걸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천안=이승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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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년 먼저 와 있던 조현수 코치에게 “지금 우리 전력이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51개 학교 중에 45위쯤”이었다. 스카우트들은 “내년에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화가 났지만 ‘두고 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첫날부터 매일 밤 12시까지 훈련을 시켰어요. 저도 오전 1시 전에는 자본 적이 없습니다.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2주 만에 제가 먼저 몸살이 났어요.”(웃음)
북일고의 야구부에 대한 지원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야간 조명 시설을 갖춘 구장과 전용 식당까지 있다. 학교 앞에는 감독을 위한 관사도 있다. 이 감독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도 아까웠다”며 가건물 생활을 자청했다.
이 감독은 2월 중순 조 코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이제 중위권은 된다”였다. 황금사자기 개막은 지난달 19일. 이 감독은 “한 달 정도면 4강 전력까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일고는 1회전에서 우승 후보 덕수고를 3-0으로 꺾으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어 강호로 꼽히던 성남, 신일, 제물포, 청주고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충암고에 우승컵을 내줬다.
“제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북일고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도 우리만 우승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다른 학교도 성적이 좋아야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고 대학도 갈 수 있잖아요.”
한없이 욕심 많은 선수였던 그는 이제 ‘공존의 법칙’을 얘기하는 지도자가 됐다. 가건물 한쪽 벽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맨 윗줄엔 이렇게 적혀 있다. ‘내 머리와 가슴속에 제자들의 인생이 달려 있다.’
첫댓글 저랑 대학동기고 이친구 언제 우리 로타리에 강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