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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학교 건립에 대해 공청회를 열라는 부지 소유권자가 모은 주민 집회와 이에 대한 맞불 집회를 열고 있는 장애인부모들. ©서인환
서울 중랑구에 설립할 계획인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동진학교”의 건립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강서구 서진학교 건립에서도 특수학교 건립을 바라는 학부모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었는데, 그러한 조짐이 중랑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동진과 서진 등 특수학교가 서쪽으로 진출하다 부딪히고 동쪽으로 진출하다 부딪히는 모양새가 마치 통합 포용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모양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축소판의 모습인 것 같다.
동진학교 건립은 서울 동부지역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2년 12월에 계획이 최초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2013년 11월에 ‘제4차 서울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 발표를 통해 2017년에 개교하겠다고 하였다.
2017년 9월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모든 구마다 특수학교 1개교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말을 듣고 학교가 없어 제대로 된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던 경험이나 거주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 원거리 지역까지 장애인들이 학교를 다녀야 했던 아픔을 가진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공약에 대한 어떤 결실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동진학교를 건립한다는 계획만 살아있을 뿐, 다른 자치구의 추가 건립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최초 계획은 동진학교는 묵동 태릉중학교 내의 남는 부지를 활용해 지을 계획이었다.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조정할 방안이나 반발을 설득할 인센티브, 학교 운영에서 주민에게 줄 혜택 등 어떤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자 이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교육청은 다른 장소를 물색하게 되었는데, 2019년에 신내동 313번지 일대로 정하자, 중랑구청이 반대하였다. 특수학교를 자치구에 유치하면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특수학교만 지을 수 없으며 복합화시설도 함께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수학교는 학교대로 짓고, 다른 곳에 중랑구가 필요로 하는 복합화시설을 지으면 되겠으나 그렇게 하면 복합화시설은 모두 중랑구 예산으로 지어야 한다. 특수학교 유치는 지역주민에게 반대를 무마할 다른 시설을 지을 기회이고, 이를 짓는 데에 예산을 받아낼 기회이기 때문이다.
몇몇 구의원의 끈질긴 주장에 의해 특수학교만 건립하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복합화 시설을 추가하기에는 부지가 좁다는 이유로 신내동 313번지의 부지도 물 건너가게 되었다. 부지 주인과의 동의도 마쳤고, 주민의 반대도 없었지만 중랑구청의 반대로 이 부지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지선정과 예산확보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가 2020년 4월 27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업무협약을 맺고 기자회견을 통해 2024년에 개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에 확정한 부지는 신내동 700번지 일대(신내동 309, 699에서 704번지 일대로 소유권자가 복수이고, 주된 소유자인 한 교회의 목사는 소유 부지의 전부가 아닌 일부 매입을 반대하고 있음)이다.
이 부지는 동부간선도로 바로 옆이다. 반대편에는 하천이 흐르고 용마산로 도로가 있다. 하천을 건너가면 요양원도 있고 신내어울공원과 유정역, 진로아파트 등이 있으나 하천 안쪽에는 동천학교 부지로만 되어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2027년 개교를 앞둔 학교로 표기되어 있다. 2023년 7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신내동 700-11번지 알대 부지를 특수학교 부지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필지가 분할되어 있어 번지가 다를 뿐, 같은 지역의 공터이다. 사실 접근성이 월등히 우수한 지역이라고 보기에는 흡족하지 않은 면이 있다. 접근로를 개설한다고 접근성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2023년 당시 계획에는 그해에 설계를 공모하여 바로 공사에 들어가 2025년에 개교할 계획이었다. 2017, 2020, 2024, 2025, 2027년 개교 연도가 계속 밀리고 있는데, 2027년에도 설립이 될지는 미지수다.
동진학교는 1만 2천 511㎡ 부지에 연면적 1만 2천㎡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다. 2020년 교육감과 중랑구청장이 협약을 채결할 당시의 예산은 부지 매입비 108억 원, 건축비 452억 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전부담금 131억 원 등 총 691억 원이었다. 건축비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제 들어갈 비용은 상당히 상향될 것이다.
동진학교 건립 계획에는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과 체육관 등이 포함된 연면적 3천550㎡의 '복합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설의 건축비 150억원 중 60%를 중랑구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서울시가 지원하기로 협약되어 있다.
특수학교에 지역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이 포함되는 것은 장애인 시설이 먼저 개방시설로 주민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방안일 것이다. 이런 개방을 통해 장애인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서 포용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방향은 올바른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려면 무엇인가 대가를 치러야 하고,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처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다. 서진학교 역시 주민을 위한 다른 시설 건립이 전제조건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복합화 시설은 운영자가 다르면, 인접한 부지에 있다는 것 외에 포용하는 사회의 모습도 아니다.
신내동 부지의 주된 주인은 중랑구 내의 대형 교회법인 대표의 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지 매입에 대한 동의나 보상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학교 건립이 계획된 것이 아니다. 먼저 도시계획 심의를 통과해 놓고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수용한다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부지 주된 주인은 학교부지로 매입을 하려면 부지 전체를 매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지의 일부만 매입을 하면 나머지 자산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지 전체를 매입하려면 매입비 예산이 두 배 증액되어야 하고, 필요 이상의 매입을 할 수도 없다며 교육청은 전체 매입을 거부하고 있다. 강제수용으로도 충분히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렇게 나오자 교회는 주민을 동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제 행동할 때입니다. 우리 동네에 동진학교가 들어옵니다’라는 제목의 SNS 활동에 들어갔다. 내용을 보면 ‘908억원을 들여 25년 4월에 착공하여 27년에 개교할 동진학교는 동대문구에서 거부한 학교를 중랑구가 받았다. 왜 주민공청회나 설명회를 열지 않느냐? 우리 주민이 직접 공청회를 열겠다. 9월 5일 11시 구청 앞으로 모여달라’는 등의 주장이 들어 있다.
‘어떤 중랑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겠느냐,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랑구가 왜 이런 시설을 짓느냐’는 주장은 짓지 말자는 주장 같은데, 장애인차별에 대해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학교 건립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재활시설도 같이 지어라’ 등 부지 전부를 매입하여 활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주민 반대를 기대하면서도 부지 전체를 팔겠다는 내용이 숨겨져 있다. 중랑구에 대규모 랜드마크 시설인 백화점 같은 시설을 짓지 웬 특수학교냐는 의견도 내면서 반대는 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들에게 반대한다면 집회를 하자는 제안은 비논리적이다.
‘재학생 111명 중 중랑구민 혜택이 몇 퍼센트나 되겠느냐, 목적이 선하다고 방법과 과정이 불공정해서는 안 된다. 부지 건물주의 억울함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주민들을 끌어들여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고자 하고 있다.
5일 부지 소유권자 주도의 집회에서는 각 아파트 대표라는 피켓들이 등장했는데, 이를 지켜본 한 장애인 학부모는 이름만 아파트 대표이지 교회에서 동원한 교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교회의 부지가 아니라 교회 대표의 개인 소유물 보호를 위해 인력이 동원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을 하는 쪽은 역시 장애인 부모들이다.
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대응 집회를 열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계획대로 학교 건립을 차질없이 건립하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전했다. 전날인 5일은 서진학교 건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지 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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