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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아함경]
2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고익진 교수 아함경의 진수!
평생 심장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진리탐구의 길을 꿋꿋이 걸었던 고익진(1934~1988) 전 동국대 교수.
학문과 수행에 두루 큰 발자취를 남겼던 그의 대표작인 <한글 아함경>이 새롭게 나왔다.
1981년 처음 출간된 ‘한글 아함경’은 한국불교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역작이다.
요즘에야 아함경에 해당하는 남방 팔리어 경전을 직접 번역한 책들이 적지 않지만 ‘한글 아함경’이 나오기 전까지 아함경은 그저 소승경전에 불과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꾼 인물이 고익진 교수다.
의과대학 재학생이었던 그가 불교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쓴 석사학위 논문이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1970년)다.
초기불교 연구가 궤도에 오른 오늘날 불교학 관점에서 본다면 한계가 없을 수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쇼킹한’ 논문이었다.
아함경에 부처님의 초기 말씀이 담겨있음을 꿰뚫어보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고익진 교수는 아함경 연구를 지속했고, 이로써 아함경에 기록된 부처님 말씀에 일관된 체계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대승불교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아함이요,
아함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 대승이다”
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이후 그는 오랜 사색과 연구로 12처에서 12연기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사상체계에 따라 아함경의 내용을 한 권에 담았다.
<한글 아함경>은 아함경이라는 방대한 문헌을 외도 비판, 교설 방법,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업설, 육식, 십팔계, 조도품, 선정설, 십이연기 등으로 분류해 촘촘한 그물을 짜듯 체계적으로 엮어낸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뒤 불교학계에 아함경의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아함경 관련 책들이 점차 늘기 시작한 것도 이 책의 공로가 크다.
<한글 아함경> 은 한국불교가 부처님 말씀을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번 <한글 아함경> 재개정판은 고익진 교수 제자들의 수행모임인 일승보살회 회원들이 맡았다.
이들은 글자 크기와 배열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편집했고, 내용 면에서도 한역 경전 자체의 모호했던 번역 부분을 한문본·팔리어본과 하나하나 대조해 바로잡았다.
한글로 번역할 경우 의미가 축소되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는 불교용어는 한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1981년의 초판과 1991년 개정판과 비교해 경전 전개 체계는 그대로 따랐지만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지난 30년간 고익진 교수의 제자들이 스승의 유지를 받들려는 갸륵함과 정성이 없었다면 애초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남방 팔리어 경전들을 언제든 손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초기불교가 각광받는 시대. 그럼에도 ‘한글 아함경’은 30년 세월을 훌쩍 넘겨 여전히 매력적이다.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듣는 듯 생생한 기쁨과 한 칸 한 칸 단계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해답은 고익진 교수가 대승과 소승, 교학과 수행, 불교문화와 역사학에 두루 밝았던 ‘통불교와 실천의 석학’이라는 점에 있다.
불교에 대한 용광로 같은 그의 열정과 빼어난 안목이 독자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저자 소개 : 고익진
호는 병고(丙古). 광주(光州) 출신. 1952년 전남대학교 의예과에 진학하여 의료인으로서의 수업을 하던 중 심장 계통의 병을 얻어 학업을 중단하고 10년간 병상생활을 하였다.
병원에서 치료불가 판정을 받고 산사(山寺)에 물러나 있던 중『반야심경』 을 접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반야심경의 묘리(妙理)를 3년간 탐구한 끝에 개안(開眼)하였고 병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이에 불교에 더욱 심취하던 중 본격적으로 불교학 연구에 뜻을 세우고, 31세가 되던 1965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다시 진학하였다.
그 뒤 1970년에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80년에 불교학과 교수로 취임하였으며 1986년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줄곧 동국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인도불교학과와 중국불교학 및 한국불교학의 전반에 대해 그 사상 전개를 균형 있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라 불교학계의 방향을 일신케 한 『아함법상(阿含法相)의 체계성 연구』(1970)와 『한국고대불교사상사』(1986)를 저술하였다. 그리고 1980년 한국불교전서 편찬실장으로 재직시 『한국불교전서-신라·고려편』(전6권)을 편찬하였다.
이는 『고려대장경』 이래 한국불교 최대의 편찬 불사(佛事)로 일컬어진다.
1981년에는 일반 대중을 위한 불교전파에도 힘써서 일승보살회(一乘菩薩會)라는 구도자의 모임을 발족하였고, 금강대학 등 각종 불교대학과 수많은 정보매체를 통해 대중들을 위한 가르침을 제시하였다.
이때의 강의와 기고문을 모은 것이 『현대한국불교의 방향』(1985)으로 불교 현대화의 방향을 깨달음의 생활화 속에서 찾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역불교근본경전』(1981)·『한글아함경』(1982)·『한국의 불교사상』(1986)·『한국찬술불서의 연구』(1987)가 있다. 그리고 제자들이 다시 유고를 포함해 재출판한 것으로서 『한국고대불교사상사』(1989)·『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1990)·『불교의 체계적 이해』 (1994)가 있으며, 이 밖에 많은 논문들이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글 아함경]
목차
Ⅰ. 수행본기경
Ⅱ. 불설중본기경
Ⅲ. 반니원경
Ⅳ. 아함경정선
1. 불교학은 아함에서부터
불교를 처음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나는 아함(阿含)에서부터 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불교 입문서나 불교학 개론이 불교를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맨 처음에 추천되는 책들이지만 이런 책들은 여행하는 사람이 행선지에 대해 알아보는 안내서와 같은 것으로서 여행에 들어서서의 실제적인 ‘길’은 아니다. 아함은 불교라는 긴 여로의 맨 처음에 밟아야 할 길인 것이다.
불문(佛門)에 들어와 이미 상당한 조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의 불교가 어딘지 모르게 허점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이런 분에게도 나는 아함에서부터 다시 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함은 모든 불교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나는 아함을 부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승불교는 아함의 이론과 정신을 바탕으로 성립한 것이라는 점에 오늘날 모든 학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승불교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함이요, 아함을 완성하고 있는 것은 대승이라고 할 정도이다. 원시불교 사상의 연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부디 아함에서부터 읽어갈 것을 권하고 싶다.
- 병고 고익진《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중에서 -
2. 붓다의 사유 체계에 따라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정선
붓다의 사유 체계에 따라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 정선내가 가장 즐거이 읽는 불전(佛典) 중의 하나는 《아함경》이다. 부처님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듯한 책인지라, 《아함경》을 독경하는 것은 마치 부처님과 대화를 나누는 일과 같다. 또한, 쉽고 편한 문체로 쓰여진 《아함경》은, 글을 쓰면서 사는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좋은 모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학 교수
《아함경》은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 살았던 인물인 샤카무니 붓다가 45년간 그 제자들과 나눈 대화와 가르침을 모은 것이다. 비유나 우화가 많이 등장하고 대화체로 써 있어 읽기 쉬워 보이지만, 내용은 삶의 조건과 질곡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과 해결책 등을 말하고 있어 무겁다. 그러나 붓다가 제자의 특성에 맞춰 난이도를 달리해 묻고 답한 것이므로 그 입장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색해 가는 방향으로 읽으면 될 것이다.
조은수┃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ㅣ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추천 글에서
아함에 나타나는 부처님은, 오만하기 이를 데 없고 사악하기 헤아릴 길이 없는 중생 속에서 처참할 정도로 고생하면서 진리를 위해 싸우는 사랑의 인간으로 나타나 있다. 아함을 읽는 이는 누구나 부처님이라기보다는 인간 싯다르타의 너무나도 청순한 인간미에 우선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느낌은 다른 경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병고 고익진
3. 편집 후기
1981년《한글 아함경》이 처음 발간된 이래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991년 개정판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 재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글 아함경》은 한국 불교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책입니다.《한글 아함경》이 나오기 전까지 아함경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경전이었고, 중요한 경전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국 불교의 흐름 속에서, 부처님의 초기 말씀이 담겨 있는 아함경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널리 보급한 분이 고(故) 병고(丙古) 고익진(高翊晋) 교수입니다.
《한글 아함경》이 발간된 후, 불교학계에서도 점차 아함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팔리어 원전을 번역한 아함경 전집 등 여러 종의 아함경이 발간되었습니다.
《한글 아함경》은 한국 불교가 부처님 말씀에 보다 집중하고, 의미를 이해하고 공부하며,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또한, 아함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불자들도 많이 늘어서《한글 아함경》은 인쇄를 거듭하여 발간되었고,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한글 아함경》의 또 다른 가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쉽게 한 권으로 가려 엮은 ‘체계적인 편집’에 있습니다. 아함경은 183권, 2085개 경으로 구성된 방대한 경전입니다.
더욱이 교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잡아함은 권수가 흐트러진 착간(錯簡)의 상태로 전해지고 있어 깊은 연구를 하기 전에는 그 속에 시설된 미묘한 교리적 체계성을 살필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은 오랜 사유와 연구를 통해 아함경에 기록된 부처님 말씀에 일관된 체계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12처에서 12연기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사유 체계에 따라 아함경을 한 권으로 편집했습니다.
그러므로《한글 아함경》을 읽어 나가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한 기쁨과 단계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간된《한글 아함경》재개정판은 보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고쳤습니다. 글자 크기와 배열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편집하였고, 내용 면에서도 한역 경전 자체의 오류와 뜻이 모호했던 번역 부문을 한문본·팔리어본과 하나하나 대조하여 바로잡았습니다.
한글로 번역할 경우 의미가 축소되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는 불교용어는 한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인명과 지명은 팔리어를 음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음의 사용을 자제하고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으로 채택하였습니다.
1991년에 발간된 개정판과 비교하여, 경전의 전개 체계는 그대로 따랐지만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다듬었습니다.
이번 개정 작업은, 지난 30년간 고익진 교수님께 직접 아함경 강의를 듣고 또 유지를 받들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진해 온 일승보살회 회원들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개정 작업에 참여한 회원들은 생활인의 불교를 닦아 나가면서, 지난 2년간 오로지 구도하는 자세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다듬었습니다.
개정 작업을 하면서, 혹여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에 어긋나거나 그 뜻을 손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한 송이 하얀 연꽃을 피우는 간절한 불심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은 세속의 짧은 생애를 살고 가셨지만 한순간도 헛되이 보낸 적이 없는 불교학자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수행한 구도자였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이 생전에 보여준 학문적 연구 자세와 수행자로서 삶의 모습은 후학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2005년 박사급 이상 국내 불교학자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근현대 한국불교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고익진 교수님이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12월, (사)한국불교학회와 일승보살회 공동 주최로 「병고 고익진의 학문세계」를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데 이어, 23년 만에《한글 아함경》재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어 실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디《한글 아함경》이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불교학은 아함에서 부터 -
고 익진 (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1988년 작고)
동국대 불교대학 고 고익진 교수님의 에세이입니다. 본 에세이는 < 불교학은 아함에서부터> 인데 스승님께서 월간 범성지에 기고한 글로써 학문적인 깊이를 따지지 않고라도 누구나 아함의 청어한 공기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에세이 입니다. 고익진 교수님은 팔리 니카야를 연구해 <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 라는 논문을 제출하기에 이르러 불교학계에 다시 없는 귀중한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 1 >
불교를 처음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나는 아함에서 부터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불교 입문서나 불교학개론이 불교를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맨 처음에 추천되는 책들이지만, 이런 책들은 여행에 들어서서의 실제적인 '길'은 아니다.
아함은 불교라는 긴 여로의 맨 처음에 밟아야 할 길인 것이다. 불문에 들어와 이미 상당한 조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의 불교가 어딘지 모르게 헛점이 있는것으로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이런 분에게도 나는 아함에서부터 다시 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함은 모든 불교학의 기초라 할 수 있다. 대소승의 모든 불교사상은 원시불교로부터 시작된것이고, 아함은 원시불교의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아함에 대한 연구없이는 불교학의 기초는 다져질 수 없는 것이다.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나는 아함을 부디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승불교는 아함의 이론과 정신을 바탕으로 성립한것이라는 점에 오늘날 모든 학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비근한 예로 반야심경만 보아도 거기 나오는 5온, 12처, 18계,12연기, 4제 ,지(智), 득(得), 보살, 불(佛), 삼약삼보리와 같은 개념은 어느것 하나 아함에 설해지지 않았던 것이 없다.
반야개공의 제법무자성 사상은 아함에 숱하게 되풀리 되고 있는 " 5온은 무상,고,무아 " 라는 교의의 발달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법화나 화엄과 같은 높은 수준의 경전은 잘알면서도 그러한 사상의 원천이 되고 있는 아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함을 소승경전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아함은 대승의 기초경전이라고 해야 한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은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의 지견을 얻게 하려는 일대사 인연을 갖고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설하고 " 三乘方便 一乘眞實 " 의 교설의 뜻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모두 성불의 기별을 주고계신다.
이것은 아함에 " 여래는 세상에서 다섯가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나니, 첫째는 법륜을 굴리고, 둘째는 아버지를 위해서법을 설하고, 셋째는 어머니를 위해서 법을설하고, 넷째는 범부를 깨우쳐 보살행을 닦게하고, 다섯째는 보살에게 기별을 주는 것이니라 " < 증일아함권 15 > 고 설한 부처님의 오사에서 넷째와 다섯째의 과업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함에 " 마음이 더럽기에 중생이 더럽고, 마음이 깨끗하기에 중생이 깨끗하다. 비하건대 화가가 하얀 화폭에 뭇채색을 갖추어 여러가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 잡아함 권10 >고 한것은 화업에서 " 마음은 화가처럼 갖가지 오음을 그리나니, 모든 세계중에 만들지 않은 법이 없다. 마음과 같이 부처가 그렇고, 부처와 같이 중생이 그러하나니, 마음과 부처와중생의 이 셋은 차별이 없다 "고 한 주목할 만한 사상의 선구를이루고 있슴은 일독으로 요연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여기에서 일일이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함에 쌓여있다. 대승불교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것은 아함이요, 아함을 완성하고 있는 것은 대승이라 할 정도이다. 원시불교 사상의 연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부디 아함에서부터 읽어 갈 것을 권하고 싶다.
< 2 >
부처님의 금구소설<金口小說>은 부처님의 제세시는 물론, 부처님이 입멸하신 뒤 2,3백년 까지도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문자에 정착되기는 부파불교 시대에 경율론(經律論) 3장의 성립이 이루어 지면서 부터라고 생각된다.
일미화합했던 불교교단은 불멸후 백 년쯤에 대중부와 상좌부로 분열하고 이 근본 2부로부터 다시 18파가 파생하여 20부파를 이루게 된다.
각 부파는 각기 독자적인 3장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함은 이 중에서 경장(經藏)에 해당된다.아함이라는 말은 범어(agama)를 음역한 것인데 "옴" 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경장을 "옴" 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뜻 하나만으로 경장을 아함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전으로 말한다면 율장(律藏)도 그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파불교시대에 부처님의 교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이런 움직임은 교단내에서 견해차를 발생시켜 이것이 부파형성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럴 경우 이견(異見)의 대립속에 구전되어온 교설이야 말로 움직일수 없는 권위로 내세워질 것이다. 경장을 특히 아함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아함이 당시에 얼마나 중시된 경전이었던가 ] 를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이 접할 수 있는 한역 아함에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가 있다.
장아함 ( 22권 30경 )
중아함 ( 60권 222경 )
잡아함 ( 50권 1362경 )
증일아함 ( 51권 471경 )
장아함은 긴 경전을, 중아함은 중간 길이의 경전을, 잡아함은 짧은 경전을 모아 편집한 것이고, 증일아함은 법수(法數)에 따라 1법에서 11법에 이르는 경전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러나 경전의 길이나 법의 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집해 놓은 것은 아니다.
일단 그렇게 분류한 다음, 그들을 다시 어떤 방침 아래 편찬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편찬 방침에 대하여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구구하지만, 어떻든 현 장아함은 4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 1분은 부처님을 밝히고, 제2분은 부처님의 자각내용으로서의 법을 밝히고, 제4분은 세기경(世記經)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아함은 원시불교의 전반에 걸친 교리가 5송(五誦)으로 편집되어 있음을 본다.
현재의 한역 잡아함은 내용배열이 극히 혼란하고, 이질적인 요소(아소카왕에 관한 권23,25)까지 섞여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것이 어느땐가 착간된 것임을 나타내고 있는데, 학자들은 그 착간의 시기를 대개 A.D. 5~6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착간 이전의 원형을 추구하여 훌륭한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잡 아함은 앞으로 이렇게 복원된 원형에 의하여 읽는것이 좋을 것이다.남방불교는 아함에 해당되는 경장으로 현재 다음과 같은 5니카야를 갖고 있다.
Digha-nikaya (장부) 3품 33경
majjhima-nikaya (중부) 15품 152경
Samyutta-nikaya (상응부) 5품 2875경
Anguttara-nikaya (증지부) 170품 2198경
Khuddaka-nikaya (소부) 15경
이 5니카야를 아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니카야(nikaya) 라고 부르는 것은 전승(傳承) 보다는 편집이라는 뜻을 강조한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팔리어로 니카야는 "신(信)" 이나 "집(集)"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각 부파의 경전이 대개 장.중.잡.증일의 형식으로 편찬되고 있음을 보면, 이런 편찬 형식의 기원은 상당히 오랜 것으로 부파 분열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수 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 편찬 방식은 기억.구전(口傳)을 위한 형식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따라서 구전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편찬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아함의 전승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므로 각 부파의 지송경전에는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차이에는 시대가 흐르고 부파간의 대립이 심해짐에 따라 부파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더욱 증대되어 갔을 것이다.
오늘날 한역 4아함과 팔리 5니카야만 비교해 보아도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따라서 각 부파는 독자적인 3장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한 부파의 3장이 오늘날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는것은 남방불교의 팔리 3장 뿐이다.
한역 4아함은 장.중.잡.증일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실은 여러 부파에 속했던 것이 한역되어 4아함을 형성하게 된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내용을 자세히 고찰함에 밝혀지는 것인데, 학자들은 각 아함의 소속부파를 대개 앞에서 표시한 바와 같이 추정하고 있다.
4아함은 총 183권에 이르는 방대한 부피이다. 그러나 그들속에는 중복되는 것이 허다하고, 같은 내용에 편찬 형식만이 다른것도 상당히 있다. 따라서 핵심적인 것만을 추린다면 그렇게 많지 않을것 이다.
오늘날 이런 작업은 행해지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되며 그런 작업이 행해져서 아함의 요집(要集)과 같은 것이 나온다면 아함의 지송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 3 >
아함에는 불교의 원초적인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거기에 나타나는 부처님은 모든 염오의 차별상을 초월하여 광대무변한 법계에 충만해 있는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부처도 아니고, 모든 괴로움을 여의어 청정무구한 정토에 안주하여 중생들의 귀의를 받고 있는 부처도 아니다.
오만하기 이르데 없고, 사악하기 헤아릴 길 없는 중생들 속에서 처참할 정도로 고생하면서 진리를 위해 싸우는 지혜와 사랑의 인간으로 나타나 있다.
아함을 읽는 이는 누구나 부처님이라기 보다는 인간 싯달타의 너무나도 청순한 인간미에 우선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느낌은 다른 경전에서는 맛볼수 없는 것이다.불교의 근간 사상과 입장이 무엇인가는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이 무엇보다도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는 아함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할 것이다.
아함에서는 불교 흥기 당시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이 불교에 도전 해오고 그런 도전에 대해서 부처님은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인생의 의의인가를 밝히고 게신다.
따라서 불교의 근본사상과 입장이 다른 철학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정통 바라문의 사상을 전변설(轉變說)이라 하고 새로운 사문들의 사상을 적취설(績聚說)이라고 한다면, 불교철학은 연기설(緣起說)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기라는 것은 우리의 현실세계를 각자의 무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부처님은 전변설의 "아트만(我)"을 부정하고, 적취설의 단견(斷見)을 부정하여 그러한 두 끝을 지양한 중도(中道)적 "무아"를 종교적 실천의 원리로 제시한 것이다.
연기만 알면 불교철학은 다 알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아함에는 6근.12처.육육법.5온.4제.12연기와 같은 법들이 잡다하게 산설(散說)되어 있다.
아무런 체계도 철학도 없이 법을 설해 놓은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러나 조심히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가 연기의 일종이다. 범부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성인이 깨달은 것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짜임새로 시설된 것들이다.
연기의 진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아함에서부터 읽어가고 그 미묘한 뜻을 심시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아함에 그려진 부처님 제자들의 청순한 구도의 정렬과 생명을 아끼지 않는 홍법(弘法)의 정신도 우리들을 무한한 감도에 젖게 할 것이다.
증일아함 권13에 그려진 아나율을 보자. 부처님 제자중에서 아나율은 천안(天眼) 제일로 알려진 사람이지만 그가 천안을 얻게된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들이 읽기에는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인 것 같다.
아나율은 어느날 좌선하다가 깜박 졸았던 모양이다. 그때 마침 부처님이 이것을 보고 주의를 주셨는데, 그로부터 아나율은 결코 눈을 감지 않아 마침내 시력을 잃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처절할 정도로 뜨거운 구도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잡아함 권13에 나오는 부루나는 홍법에 목숨을 바친 일례라고 할 것이다.
어느날 부루나는 부처님 앞에 나와 서쪽 지방의 포교에 나가겠다고 청하였다.
부처님은 그에게 " 서쪽 지방 사람들은 사나우니, 욕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고 물으셨다.
그때 부루나는 " 때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알겠습니다." 고 답했다.
" 만일에 때린다면 ?"
" 몽둥이나 돌로 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
" 몽둥이나 돌로 친다면?"
" 죽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
"만일 죽인다면?"
"열반에 들게 해주는 것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부루나는 드디어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서방포교에 힘쓰다가 그곳에서 목숨을 마쳤다 한다.
아함을 통해 이러한 부처님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의 뜨거운 구도열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반성하여 불자로서의 사명에 다시금 불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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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익진 교수님이 들려주는 불교이야기 1부 - 눈이 없는 세계]
1986년 서울, 불광사에서 대중설법하신 내용을 녹취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고익진 교수의 불교이야기, 1부 ~ 5부]
https://www.youtube.com/watch?v=tdj8oliSDSw&list=PL3ej08N2YngFst_GOmz_j4G57s9_qaH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