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마친 지 2주가 지나고 있다.
이번 주 만행 이전(11.18일)에 끝내야겠다는 조바심에 서둘러 포스팅을 한다.
홍 회장은 끝나가는 막바지에 좀 밀어부쳤네!하고 말했지만
그래도 머리 속에 남아있는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서라도 써야만 했기에....
◇ 양양 속초구간 45코스 ~ 고성구간 46코스(11.1, 월, 대포항~삼포해변)
오늘은 속초를 지나 청간정, 천학정을 경유 삼포해변까지 걷는다.
8일째가 되니 조금씩 지쳐간다.
마음도 몸도...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음료만으로 해결하고 출발한다.
대포항을 지나는데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길가에 좌판을 펴놓고 생선을 팔던 사람 사는 느낌의 기억이 있었는데 완전히 변신했다.
앞서 지나온 묵호나 주문진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새롭게 변신하고 개선하는 것은 좋으나 '온고이지신'이라고 옛것도 조금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대포항의 롯데 리조트를 지난다.
아마도 저 위치도 군 부대가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는 길 좌측에 부대가 하나 있는 데 아마도 저기서 쫓겨났을 부대 같았다.
잠간(?) 걸으니 속초 해변이 동명항까지 이어진다.ㅎㅎ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천국의 계단, 아니 여기서는 '바다향기로 계단'이란다.
어쨋든 올라가서 포즈를 취해본다.
'왔노라! 보았노라! 걸었노라!'하고 외치며...ㅎㅎ
그냥 뻘쭘하게 폼을 잡는 게 신통치 않아서 뛰어도 본다.
이젠 모래밭이어도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뛴 보람이 나타난다.ㅎㅎㅎㅎ
내 자세는 여전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ㅎㅎㅎ
해변에는 세계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도시까지의 이정표가 있다.
이게 여기에 왜 필요한지 이해는 가지 않는다.
평양 260Km, 호주 시드니 8,347Km, 독일 베를린 8,150Km, 남아공 더반 12,613Km 등 등
이걸 만든 사람이 갔다 온 도시일까?
아니면 속초와 자매결연 도시?
거리는 맞기는 하나?ㅎㅎ
이해할 수 없는 이정표를 뒤로 두고 속초 시내로 향한다.
설악대교를 지나면서 설악산을 바라보니 장관이다.
장엄한 위용을 드러내는 울산 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속초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풍경을 본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양 OO 동기처럼 여기 와서 한 달 살이라도 해볼까?
속초항이다.
바다에서 청초호로 들어오는 뱃길인데 어선들은 이 청초호 안에 정박하나 보다.
멀리 커다란 유람선이 보이는 데 혹시 금강산 관광을 위해 출항했다가 발이 묶인 것은 아닐지...
왼쪽에 함경도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정착해서 만든 아바이 마을이 보인다.
아바이란 함경도 사투리로 보통 나이 많은 남자를 뜻한단다.
그럼 우리도 아바이?
6.25 당시 함경도에서 피난 와서 이곳 모래사장에 임시로 정착하면서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는데...
골목길은 아기 자기하니 다양한 먹거리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 서있다.
아바이 마을 바로 앞 해변의 벤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함경도 실향민의 마음을 느껴본다.
아바이 마을에서 시내로 들어갈려면 여기 갯배를 타야한다.
홍 회장이 '갯배'를 아느냐고 묻는다.
꽃 이름에도 앞에 '갯'자가 붙으면 바다나 해안가에서 자라는 식물이 많다.
'갯지치', '갯메꽃', '갯완두' '갯무우' 등등
그래서 '갯바위'처럼 바닷가에 있는 배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막상 만나 보니 마치 바지선 같다.
지금은 아바이 마을과 연결된 다리가 건설되어 잘 이용하지 않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고 관광객들을 위해 운용하고 있었다.
뱃삯은 1인 500원, 시간은 5분도 안걸린다.
대신 배를 건널 때는 타는 사람이 연결된 와이어에 갈고리를 끼어서 끌어 당겨야 한다.
우리 둘과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같이 탔는데 함께 끌어본다.
아침에 빵 한개 먹고 왔는데 힘이 좀 딸리는 듯도 하다.ㅎㅎㅎ
동명항에 들러 횟집을 구경하고
영금정에서 인증샷을 한다.
동명항을 지나 등대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봉포 머구리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회와 회덮밥으로...
장사항을 지나 속초 카페거리를 지나니 청간정이다.
청간정 콘도에 들러 바다 한 번 바라보며 쉬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청간정이라는 곳이 나온다.
엇! 나는 청간정은 군 콘도가 있는 곳인 줄로 알았다.
근데 관동 8경 중의 하나인 청간정이 따로 있는 게 아닌가?ㅎㅎㅎ
앞에 보이는 논 왼쪽 끝에 작은 정자가 하나 보인다.
청간정이란다.
여기를 몇 번 차를 타고 지나가기는 했지만 청간정이 여기에 있는지는 몰랐다.
들어갈려고 했더니 지금은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단다.
많이 많이 아쉬웠다.
다행이도 하늘 구름이 좋아 찍었는데 이렇게라도 청간정을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ㅎㅎ
천학정을 지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2017년에 어떤 모임에서 여기 천학정에 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 때 찍은 해파랑길이라는 표식이 뭔지도 몰랐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게 나를 해파랑길을 걷도록한 계기가 된 것일까?ㅎㅎ
우연? 아니면 필연?ㅎㅎㅎ
파랑색은 고성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표식이고,
빨강색은 부산에서 고성으로 올라가는 표식이다.
<그 때 사진으로 대체>
어느 해변을 지나가다가 뷰가 좋아 보이는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삼포해수욕장 가까이 가니 이런 빛내림이 보인다.
우리의 앞길에 좋은 일이 있으라는 서광일까?ㅎㅎ
그래서인지 삼포 해변의 멋진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ㅎㅎ
저녁을 먹고 들어오다가 호텔 야외 카페에서 이런 시간도 가져본다.
지금 와서 보니 늙은이들 둘이 쌩뚱 맞은 짓(?)도 많이 했다 싶다.ㅎㅎㅎ
둘 중 하나는 츠자였으면...ㅎㅎㅎㅎ
◇ 고성구간 47~48코스(11.2 화, 삼포해변 ~ 거진항)
오늘은 삼포해변을 출발해서 가진항을 거쳐 거진항까지 2개코스를 걷는다.
가진, 거진이 햇갈린다.ㅎㅎ
아침부터 날이 꾸릿하더니 비가 조금씩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이번 5차 도전에는 날씨가 기가막히게 좋았는데 거의 끝날 즈음에 홍 회장의 약발(?)이 좀 떨어졌나 보다.ㅎㅎ
송지호 부근을 지난다.
나는 탤런트 송지효가 여기 사는 줄 알았다.ㅎㅎ
그랬다면 기꺼이 이 송지호를 한 바퀴 돌아주었을텐데...ㅎㅎ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해변에 몰아치는 파도를 감상해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흰 포말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던져 넣는다.
나쁜 기억은 씻겨가고 좋은 기억들만 남도록....
근데 나쁜 기억이 없는데 어떻하지?ㅎㅎㅎㅎㅎ
고성군청 부근을 지나는데 멀리 무지개가 떠 오른다.
남은 기간과 걷는 길 위에 좋은 일만 있으라는 무지개...
몇 컷 담고 나니 금방 사라진다.
그리고는 비가 좀 더 세게 내린다.ㅎㅎ
고성군청이 멀리 보이고 그 뒤로 태백산맥 줄기가 길게 이어져 마치 벽을 쌓고 있는 듯하다.
고성군이라는 이름은 있으나 남한에는 고성이라는 지명을 가진 행정구역이 없단다.
금강산 뒤쪽으로 북한에 고성읍이 위치하고 있었다.
고성군청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ㅎ
옛날 동해북부선으로 아마 원산까지 이어지는 철도였으리라.
지금은 강릉까지만 철도가 연결되었지만 언젠가는 이 철도도 연결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은 해파랑길을 위한 도보나 자전거 통행만 가능하도록 복구해 놨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거진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도 거진항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장관이다.
멀리 왼쪽에 있는 아파트가 해안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잘 걸어 왔다는 의미에서 인증샷!
백만 스물 다섯번째 정도 되는가 보다.ㅎㅎㅎ
저 수평선 위로 뛴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ㅎㅎ
그동안 걷느라 몸무게가 조금 가벼워 지기도 했을테고..ㅎ
거진항에서 이제 두 코스가 남았다.
내일은 금강산 콘도까지만 가면 제진검문소에서 차량으로 들어가기에 부담이 없는 일정이다.
저녁에 거진항의 유명한(?) 횟집에서 회로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나는 스끼다시가 잘 나오는 집이 유명한 집인데...ㅎㅎㅎ
물에 젖은 신발을 말리며 깊은 잠에 빠진다.
... To Be Continued ...
첫댓글 끝나 가네요
내가 마지막 묵은 거진항이네요
거진(거의) 다 왔습니다.ㅎㅎ
삼포해변의 럭셔리 리조트와 저녁 삼겹살에 쐬주 한잔이 묘한 궁합을이룬 하루였죠!
다음날 우중행군도 기억에 오래남을만한 멋진 추억이 될것같네요!
비를피해 잠시 쉬었던 북천변 정자에서의 왠 걸뱅이같은 노친네가 건네준 따끈한 커피한잔이 젖어있던 몸과 마음을 후끈하게 뎁혀준 고마움의 진수~~~~
이제 한번만 올려주시면 되나요? 수고만땅 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홍 회장님이 써야하는데....
기억이 가물 가물해져서요.ㅎ
이 두사람(주♡홍)은 과연 다리근육이 무슨 체질일까요?
암튼 멋진 긴여정을 건강하게 잘 마침에 함께 기쁘네요.
이런게 사는재미 인데요.
오늘두 역시 걷지않구 뛰네요.
ㅎㅎㅎ
위 사진중 사실과 너무 동떨어졌지만 두사람이 한마음으로 위트있는 모습을 그려낸 사진을 아래에 올려봅니다.
참으로 소중한 여정에 감명깊은 글들과 사진들을 적시에 올려주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게한 두분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입니다
이상한 눈으로는 바라보진 마세요.ㅎㅎ
@주창일 이상한 눈으로 안 볼수가 없어용.ㅎㅎㅎ
두분이 만들어낸 생생한 삶의 한단면이 너무 소중하여 내카페루 모십니다
지리산 능선 종주길 입니다
우리가 그 이전에 유격훈련을 받았던 노고단에 올라서면 지리의 정상인 천왕봉 까지 25.5km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그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듯 하여도 한참을 걷다가 고갯마루에 서서 문득 뒤를 돌아보면 아스라하게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대견 하다고 다짐 한번 해 주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그대들의 발걸음도 정녕 그러하리라.
한걸음씩 내 딛을 때는 어려움과 고통에 힘들어 하지만 그 위대한 걸음이 완성 되었을 때에 그대들은 서로의 본인에게 잘 했노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터 !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짝짝짝 !
짝짝짝 !
짝짝짝 !
우리 맘을 훤히 꿰뚫어 보고 계시네.
자리 하나 깔으셔도 되겠습니다.ㅎㅎㅎ
해파랑길 770Km 종주를 축하하네..!!
이어 코리아둘레길도 어떨런지?
나도 2018년에 완주해서
완주의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것 같고 거듭 축하하네.
헉! 우리가 유일할 줄 알았더니 벌써 다녀간 선각자가 계셨구만.ㅎㅎ
반갑네요.
두분이 기간내 먹은 생선의 량은??? 용왕님께서 노하지 않을까...의미있고 보람있는 멋진 여행 두분 수고하셨습니다.
또 다른 대장정 계획으로 저희 눈팅족을 굽어살펴 주소서....감사합니다.
얼마 안됩니다.
1일 1회여도 30번 정도 밖에는....ㅎㅎㅎ
다른 대장정? 아주 보내버리실 생각이신가 봅니다.ㅎㅎㅎ
고맙소이다. 내가 동해안을 갔다온 느낌이 나요. 사진도 너무 생동감 날 정도로 리얼한데
글도 길게 잘 설명해주셔서 그 지구력을 칭찬합니다. 점핑한 높이를 보니 누가 보아도 청년이에요.
얼굴은 약간의 경륜이 있어 보이지만요. 덕분에 관광 잘 했어요. 옆에 있는 분도 친근한 느낌이 나네요.
약간의 경륜! 낼 모레면 일흔인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