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시골마을에 이금순씨(70)가 살고 있다. 이씨의 집엔 2년 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그는 조상의 기운이 담긴 집터를 함부로 훼손하면 안된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집을 수리하지 못한 채 마당 한쪽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지낸다. 이곳은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겨울이면 냉기가 가득 찬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기온에서 생활한 탓에 이씨의 허리와 무릎 통증이 최근 들어 부쩍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노인성 허리 통증은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 극심해진다. 추운 날씨에 근육이 긴장하고 척추 관절의 유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이 증상을 노화현상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아픔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안타깝게도 척추·관절 질환은 늦게 병원을 찾을수록 치료와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이씨 역시 육안으로만 봐도 이미 오랫동안 병을 방치한 듯 보였다.
그는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심하고 왼쪽 종아리에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손을 짚어야만 일어날 수 있었고, 걸을 때도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렸다. 특히 무릎 가운데를 누르면 아픔을 호소했다. 무릎 연골이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치료가 시급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이씨를 병원으로 모셨다. 정밀검사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먼저 예상하지 못한 선천적인 목뼈 기형이 발견됐다. 다른 사람과 달리 이씨의 치상돌기(제2목뼈에 있는 치아 모양의 돌기)는 두개골보다 올라가 있었다. 이것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면 ‘목뼈고정술(경추고정술)’이라는 대수술이 필요했다.
또 4번과 5번 허리뼈 사이에서 척추전방전위증 및 협착증 증상이 보였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뼈가 전방으로 미끄러지며 튀어나와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고,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다행히 이것이 허리 통증의 주원인이라면 간단한 시술로 고통을 없애는 것이 가능했다. 무릎은 예상대로 연골조직이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여러 의료진이 모여 치료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목뼈고정술은 수술 성공률이 높지 않은 데다 고령의 이씨에겐 부담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리를 우선 치료하고 경과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신경성형술’과 ‘무릎관절 내시경수술’을 연이어 진행했다. 신경성형술이란 꼬리뼈쪽 신경 통로에 가느다란 카테터(지름 1㎜의 가느다란 특수관)를 삽입해 염증과 유착조직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무릎관절 내시경수술은 무릎에 특수 내시경을 삽입한 뒤 상태를 확인하며 손상된 연골조직과 부유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와 근육을 강화시키는 전기근육자극(EMS) 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이씨의 절뚝거렸던 걸음걸이는 사라졌다. 허리 통증도 줄어 자세가 꼿꼿해졌다.
경과가 매우 좋아 다행이지만 이씨가 명심해야 할 것은 현재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면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래 서 있거나 걷는 것처럼 척추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피하고 꾸준한 근력 강화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새해에는 많은 어르신이 척추·관절의 불편함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 아니라 질환으로 인식해 적극적 치료로 건강한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