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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석굿에서 칠성님 제석님에게 바치는 메와 정한수
제석굿에서는 무당이 물동이 위에서 공수를 주고 나서, 물동이 위에서 내려와 굿상 앞에 꾸러 앉는다.
입에 하미를 물고, 제금을 포개어 받쳐 든다.
여주네가 제금 위에 금메(고양)를 올려놓으면, 메를 들어 냄새를 맡아 본다.
칠성제석굿의 음식을 만들 때, 비린 것이나 누린 것을 다루었으면, 칠성님 제석님은 누린 것과 비린 것을 안 받기
때문에, 이런 냄새가 나면, 음식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모든 제물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준비하고 나면, 만신은 장고줄 위에 징을 올려놓고, 갱정에 제미쌀을 담고, 그 위에다
새발심지, 고깔명실이 담아져 있는 백시루를 얹어, 징 위에 갖다 붙여 보고, 이것이 쓰러지지 않고 잘 붙으면 칠성님
제석님이 잘 받았다고 한다.
정한수 역시 갱정에 담아 징 윗부분 맨 가장자리에 붙여 본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79,80쪽)
위 인용문에서는 제석굿을 칠성제석굿으로 말을 바꾼다.
제석굿을 칠성제석굿으로 바꾸어 불러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꾸어 부르는 것이다.
제석에 칠성이 추가된 것인지, 아니면 칠성에 제석이 추가된 것인지, 밝혀 보지 않을 수 없다.
칠성은 칠성신앙에서 받들어 모시는 우리의 고유한 신이고, 제석은 불교를 통하여 우리에게 들어온 외래신이다.
칠성신앙에서는 칠성을 하나님으로 모신다. 하나님이 삼신이 되듯, 칠성신으로 변화한 신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천부경>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운삼사성환運三四成環 오칠일묘연五七一妙衍이라고 하였다.
만물이 일석삼극一析三極의 원리에 의하여 분화하는데, 3을 기본으로 하여 분화하고, 4로 완성하여, 원이라는 궤도
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원방각圓方角의 형상을 이루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현상이 하늘인 자미원에서는 북극오성(5)과 북두칠성(7)과 북극성(1)의 형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5`7`1묘연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별들이 자미원을 구성하는 기본 골격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이러한 원리가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 칠성신앙이다.
제석신에 대하여 <두산백과사전>은 어디에서 따온 근거인지 알 수 없으나, 불전佛典에서 따온 제석신의 이름이
환인이고, 환인은 한웅의 아버지이고, 단군의 할아버지라고 하였다.
통상 제석신은 조상신으로 분류하고, 쌀이나 돈을 담아 신주단지를 만들어 안방에 모신다.
원래 이 단지가 부루단지인데, 조상단지·신주단지·제석신·세존단지·시조단지 등으로 불려진다.
이렇게 볼 때, 한인의 역사가 9천9백년이고, 제석의 역사가 2천5백 년이므로, 7천4백년 이후에 나온 제석이 7천4백
년 전 부터 있어 온 한인을 덮어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석굿에서 칠성제석이라고 한 말은 칠성굿을 칠성굿으로 부르지 않고 제석굿으로 불러왔다는 고백이 된다.
칠성굿의 역사는 1만년이나 되는데, 역사가 2천5백년 밖에 안 되는 제석이 칠성굿에 빌붙어, 칠성굿으로 행세하다가
칠성을 몰아내고, 제석굿이라는 이름으로 주인 행세를 해왔다는 말이다. 종교사기를 친 셈이다.
칠성님은 제사 때 비린내 나는 음식과 누린내 나는 음식을 싫어하는 분이다.
이는 칠성님에게 제사지낼 때,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물고기와 육고기를 쓰지 않고 곡식과 채소만을 올려 제사
지냈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제미쌀로 제사를 지낼 수 있었던 사람이 희화羲和집안 사람이다.
칠성님에게 제사지낼 때, 희화집안이, 비린내를 풍기는 물고기를 제물로 올리는 희姬집안과, 누린내를 풍기는 양을
제물로 올리는 고양高陽집안을 제외시키고, 이러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 메만을 올려 제사지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어렵시대의 제사가 농사시대의 제사로 변했음을 뜻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물고기를 제물로 올리는 집안은 어魚로 표시할 수 있고, 육고기를 제물로 올리는 집안을 양羊으로 표시할 수 있다.
魚와 羊을 합하면 선鮮이 된다.
조선朝鮮을 구성하는 종족 중에서 비린내와 누린내를 피우는 집안인 어와 양의 집안이라는 뜻이다.
즉 희와 고양의 집안을 뜻한다.
이 말은 칠성제사에서 메를 쓰는 희화집안이 제사에서 물고기를 쓰는 희와 육고기를 쓰는 양 두 집안을 제외시켰
다는 말이 된다.
朝鮮의 朝자에는 생선과 육고기를 쓰지 않고 메를 쓰는 집안이 나와 있다.
日로 표현되는 희화羲和, 月로 표현되는 항아嫦娥가 이들이다.
희화와 항아는 부부사이이고, 유망시대에 천문을 관측하는 일관의 직책에 있었다.
그들을 나타내는 문자가 조朝자이다.
조朝는 해를 열고 달을 연다는 뜻의 문자인데, 일월마지굿에서 나온 문자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일월마지를 하면서 농사를 지었으므로 朝자가 나온 것이다.
희羲는 해를 의미하고, 화和는 벼농사를 짓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월마지를 하면서 농사를 짓는 집안을 희화집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월마지를 하며 농사를 짓는 희화가 벼농사를 지어 제미쌀을 내어 메를 짓는다고 본다.
무당은 굿상에 올린 제물들이 비린내가 나나 또 나지 않나, 누린내가 나나 또 나지 않나, 냄새를 확인한 후에, 제미쌀
을 갱정에다 담고, 그 위에다 새발심지, 고깔명실을 담은 백시루를 얹어, 징 위에 붙여 본다.
갱정이 쓰러지지 않고 붙어 있으면, 칠성님 제석님이 잘 받았다고 한다.
칠성제에서 메를 올리는 희화집안의 제사가 5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제석굿이라는 이름의 굿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무당은 정한수를 역시 갱정에 담아 징 윗부분 맨 가장자리에 붙여 본다.
이때, “올라가는 천상수天上水, 내려오는 감로수甘露水, 샘 밖에 솟는 물 잘 받으셨나요?”하고 무가사설을 구연한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80쪽)
정한수가 잘 붙어 있으면, 이 역시 잘 받으신 것으로 본다.
하늘로 올라간 천상수가 감로수가 되어 다시 내려와야 정한수가 된다.
그렇다면 천상수는 하늘 어디로 올라가는 것일까?
하늘에는 북두칠성의 머리부분에 해당하는 선기옥형璇璣玉衡 바로 위쪽에 천일天一과 태일太一이라는 두 별이
나란히 위아래로 있다.
천일은 <천부경>에서 천일일天一一을 의미하는 별이다.
一은 수水를 의미한다. 천일성에서 물이 생성한다는 뜻이다. 이를 천일생수天一生水라고 하였다.
천일성에서 물이 생긴다는 뜻이다.
태일太一은 단군왕검의 시호로서 단군왕검을 상징하는 별이다.
무교신앙(삼신신앙+칠성신앙), 좁게 말해서 칠성신앙에서 단군왕검이 천일생수를 주관하고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단군왕검의 큰아들 부루는 태자시절에 요堯임금의 요청으로 도산치수塗山治水에 여념이 없었던 우사공虞司公에게
청수사자로 파견이 된 적이 있었다.
이때 부루태자는 아버지 단군왕검을 북극수정자北極水精子라고 하였다.
북극은 <천부경>의 天一을 말하고, 수정자는 물을 말한다.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 천상수는 천일성에서 생수가 되어 이슬로 땅에 내려온다.
이 물이 감로수이다. 감로수가 샘에 스며들어, 샘박(샘물을 퍼내는 바가지)으로 퍼내는 솟는 물이 된다.
무당은 천상수가 감로수가 된 정한수임을 확인하고, 바로 돌아서서 제금을 들고, 굿에 참석한 사람들이게 공수를
준다.
동 개골(금강산) / 서 구월(산) / 남 지리(산) / 북 (묘)향산 /
(먼산부군신 본향부군신의 자손이)
(본산부군신) 한(인천제)님 한웅천왕(님) 단군(왕검)님 자손이 아니냐 /
(자손들이) 샘솟듯 물 솟듯 움이 돋아 싹이 나 /
뿌리 깊이 내려 / 견고하고(게) 가지 뻗어 /
무성하니 / 사철이 푸르지 않더냐 /
산 할아버지 / 산 할머니 /
(제석할아버지) / 제석할머니 /
(삼신할아버지) /삼신할머니 /
잘 노시고 잘 도와준다 /
샘솟듯 물 솟듯 새로운 기운 돋우고 /
산명기 내려주고 / 물명기 솟아 /
원력 주어 도와보고 / 근력 섬겨 주고 /
모든 어려운 일 막아내어 /
건강하게 편하게 도와준다
(주, 괄호 안 필자 보충, 일부 순서 조정)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80쪽)
필자가 위 인용문에서 누락되었을 것으로 사료되는 사설을 만들어 보충하였다.
누락된 사설을 보충한 본문을 해석해 보기로 한다.
동 개골(금강산) / 서 구월(산) / 남 지리(산) / 북 (묘)향산
(먼산부군신 본향부군신의 자손이)
(본산부군신) 한(인천제)님 한웅천왕(님) 단군(왕검)님 자손이 아니냐
본문에서 4대 명산은 후조선시대의 명산을 의미하는데, 단군조선시대엔 중원 땅과 만주일대와 한반도를 포함하여
4대 명산이 아니라 8대 명산이 있었다.
이들 명산은 본산이라고 하였다. 국토가 줄어든 다음에 위에 든 4대 명산으로 명산이 줄어들면서, 먼산이라고 하였다.
철무리굿에서 본산부군신이신 한님·한웅천왕·단군님 세 분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제석굿이 처음이다.
혹시 누군가 세 분을 의도적으로 여기에 등장시켜 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본산부군신·먼산부군신·본향부군신이 청배됨으로 한인천제·한웅천왕·단군왕검이 계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고,
초부정·초감흥굿에서 감흥이라는 이름으로 단군왕검이 등장함으로, 단군왕검의 조상인 한인천제·한웅천왕의 등장이
기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손들이) 샘솟듯 물 솟듯 움이 돋아 싹이 나
뿌리 깊이 내려 / 견고하고(게) 가지 뻗어
무성하니 / 사철이 푸르지 않더냐
조상들의 자손들의 번성함을 나무의 번성함에 비유하고 있다.
필자는 이 나무를 박달나무, 즉 단목檀木으로 본다.
우리 역사에서 단목의 나라를 단국檀國이라고 하였고, 단국은 조선의 전신이다.
단군왕검은 단국의 홍제 때 태자로 있다가, 홍제가 돌아가시자 단국을 인수하여, 나라 이름을 한웅천왕 때의 나라
이름인 배달나라로 선포하였다가 조선으로 고쳤다.
산 할아버지 / 산 할머니
(제석할아버지) / 제석할머니
(삼신할아버지) /삼신할머니
잘 노시고 잘 도와준다
조선의 국조신으로, 산할아버지·산할머니·제석할머니·삼신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러나 본 무가사설에서, 산할아버지와 산할머니가 음양신으로 함께 등장함으로, 음신으로만 등장하는 제석할머니
에게는 양신으로 제석할아버지가 짝이 되어 함께 등장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음신으로 등장하는 삼심할머니에게도 양신으로 삼신할아버지가 짝이 되어 함께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양신을 보충하기 위하여, 제석할아버지와 삼신할아버지를 등장시켜드렸다.
산할아버지와 산할머니는 산신할아버지와 산신할머니이다.
이분들이 가까운 곳에 계시면 본향산할아버지(본향산부군신)와 본향산할머니(본향산부군신)가 되고,
먼 곳에 계시면 먼산할아버지(먼산부군신)와 먼산할머니(먼산부군신)가 된다.
제석신은 원래 남신인데, 남신인 제석할아버지는 등장하지 않고 여신인 제석할머니만 등장했으므로, 누락된 제석
할아버지를 등장시켜 보완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제석굿에서, 제석할아버지가 칠성할아버지의 잠절이고, 제석할머니가 칠성
할머니의 잠절이라는 점이다. 칠성할머니는 매화부인으로 불리는 직녀할머니이다.
삼신은 원래 여신이므로 삼신할머니가 된다.
그러나 본문이 음양신의 구도로 짜여져 있으므로, 남신인 삼신할아버지를 보완하였다.
삼신할아버지는 삼신일체상제를 의미한다.
삼신일체상제는 남신이고 또한 신으로서 최고신이다.
남신이면서 여신의 역할도 한다. 이를 삼신할아버지라고 한 것이다.
그 이치가 <천부경>의 일석삼극一析三極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삼신할머니라고 할 때는 인간의 출생을 관장하는 여신만을 의미한다.
이분들이 잘 노시고 도와준다고 했으니, 자리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샘솟듯 물 솟듯 새로운 기운 돋우고 /
산명기 내려주고 / 물명기 솟아 /
원력 주어 도와보고 / 근력 섬겨 주고 /
모든 어려운 일 막아내어 /
건강하게 편하게 도와준다
제석굿에서는 조상신들이 등장하여 후손들에게 샘솟듯 새로운 기운을 돋아 준다.
이러한 장소를 소도蘇塗라고 한다.
소도에 산이 있고, 물이 있다. 산에서는 산명기가 내려오고, 물에서는 물명기가 솟는다.
이 소도를 관장하여 관리한 사람이 소성蘇姓 집안이다.
첫 제관이 단국의 홍제洪帝로부터 하백으로 임명되고, 蘇姓을 사성賜姓한 소풍蘇豊이었다고 본다.
소도는 소성집안의 제관이 관리하는 신성한 성역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해와 달이 뜨기를 축원하는 일월마지를 하였을 것으로 본다.
44. 제석굿에서 화공이 서천서역에서 뽑아오는 7가지 꽃의 의미
흰 꽃은 우리 무교신앙에서 탄생을 상징하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
무당은 제석굿에서 제금을 자리에 놓고, 굿상으로 가서, 흰 꽃을 양손에 들고, 춤을 추다가 장고 앞에 서서,
장고재비에게 꽃을 내밀면서, “이 꽃이 무슨 꽃이냐? 무엇에 쓰려고 어디에서 구해 왔느냐?”고 묻는다.
무당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장구재비가 화공으로 변신하면서, 무당과 화공 사이에 꽃을 놓고 의미심장한
대화가 진행된다.
(이하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79, 80쪽 참조)
화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화공은 상탕에 머리 감고, 중탕에 몸 닦고, 하탕에 수족 씻고, 꽃을 구하러 떠난다.
그가 가는 길은 멀고 먼 길이다. 앞 바다 열두 바다, 뒤 바다 열두 바다와 24강을 건너가야 한다.
배를 타고 가는데, 나무배를 모아 띄우면, 목선이라 흘러가고, 무쇠배를 띄우면, 철선이라 가라앉고, 돌배를
모아 띄우면 석선이라 굴러가고, 흙배를 띄우면 토선이라 산산이 풀어진다.
그러므로 아무 배나 만들어 타지 못한다.
화공은 수영명산으로 올라가서, 버들잎을 주루룩 훑어 버들잎으로 배의 몸채를 짓고, 구름으로 배를 모으고,
바람으로 돛을 달아, 하늘을 나를 수 있는 배를 완성한다.
24바다와 24강을 얼른 건너 서천서역으로 떠나갈 차비가 끝난다.
이 분을 해석해 볼 필요가 이다.
우리의 신화체계에서 버들잎은 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근원상징이 된다.
이렇게 보면, 버들잎으로 만든 배는 모성의 배가 된다.
구름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은유하고 있다. 바람은 풍風이다.
9천9백년 전에 한국을 세운 종족인 풍이족을 상징하고 있다.
이렇게 모성의 성기`모성의 배`남녀간의 운우지정`풍이족을 연결하면, 위 인용문이 우리 조상 풍이족 남녀간의
부부관계를 은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부부관계에 의하여 자손이 태어남을 고도의 수사를 써서 묘사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 나오는 유화부인柳花婦人(버들꽃부인)이라는 이름에는 이러한 우리 민족 고유의 신화적 상징체계가
있다.
지금도 이 상징체계는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통하여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무당이 무가사설 제석굿을 구연하여 이를 보여준다.
12바다 둘을 합한 24바다와 24강에도 성적인 은유가 있다.
12는 10+2인데, 10은 십이다. 연다는 뜻이 있다. 2는 음양을 의미한다. 음양을 연다는 뜻이다.
남녀의 성교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앞 바다는 앞으로 받느다는 뜻이고, 뒤 바다는 뒤로 받는다는 뜻이다. 24는 2+4로 2는 음양, 즉 부부이고,
4는 <천부경>에서 말하는 완성의 생수生數이다.
부부관계가 완성됨으로써 자식이 태어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24절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강江에는 물을 가공한다는 뜻이 있다. 인공人工이 가해진 물이다. 남녀간의 교접에 의하여 생산되는 물로
볼 수 있다. 이 물에서 늦어도 24절기까지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화공은 고도의 수사를 써서 남녀의 성관계를 말하고 있다.
그가 성관게를 하는 곳이 동으로 개골산이요, 남으로 지리산, 북으로 묘향산의 삼산의 중심이다.
이 삼산의 중심에 있는 산을 꼽으라면 삼각산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화공은 임신의 신호가 오자, 묘향산에서 향을 피우고, 구월산 솥을 걸고, 수영산에 주걱을 걸쳐놓고, 밥을
지어, 산신님께 마지(메의 불교적인 표현)를 올린다.
삼신님께 이제 이곳을 떠나 꽃을 찾아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윤허를 구하는 것이다.
드디어 서천서역국으로 들어가, 모래 틈틈이, 바위 짬짬이 가랑잎 새새로 다니다가 꽃을 구한다.
서천꽃밭의 서천은 서천西天이다. 서천은 직녀성이 떠있는 자미원 가장자리 하늘이다.
직녀성의 방위는 1년에 한번 칠월칠석날 견우가 다녀가는 하늘의 방위이기도 하다.
직녀는 태초에 태어난 인류의 여자조상 아만(태초의 남자조상 나반의 부인)을 뜻하고, 아만이 태어난 이후에
문명인의 조상으로 태어난 마고(동정녀로서 자손을 낳은 삼신)를 뜻하기도 하고, 무당들에 의하여 칠성님의
부인인 매화꽃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마고를 신선의 조상으로 보는 신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18세 나이로 늙지 않는 영원한 젊음
을 가지고 있다.
마고가 살던 삼신산은 우리 조상의 마음의 고향이 된다.
서천서역의 축소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천서역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또한 서천서역의 꽃에는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의미가 있다.
화공이 서천서역에 와서 꽃을 뿌리 채 뽑아가는 것은 땅으로 생명을 이식한다는 의미가 있다.
화공은 무당에게 직녀가 있는 서천으로 가서 새로 태어날 아기들인 꽃을 뿌리 채 뽑아왔다고 말한다.
필자가 터키의 이스탄불에 가서 이슬람 대표 사원 가운데 하나인 블루 모스크에 갔을 때, 창문의 스테인
글라스와 벽면을 꽃과 잎과 줄기를 가득 채워 장식한 것을 보고, 이슬람 세계에도 우리 무교와 똑같은 서천
서역이라는 이상사회가 있음을 알았다.
터키사람들은 도자기에도 꽃을 그려 그들이 추구하는 서천서역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화공은 그가 어떻게 어디를 항해하여, 어디에 가서 꽃을 구해오게 되었는지, 설명하기를 마친다.
그가 하는 다음 말은 꽃으로 넘어간다.
그가 가져온 생명의 꽃은 흙이 없는 데도 뿌리가 내렸고, 나뭇가지가 없는 데도 꽃이 되었고, 잎이 돋아난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남녀의 교합에 의하여 생명이 태어남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잎이 마른 삿갓꽃은 쓸만하니 재껴두고, 잎이 마른 함박꽃은 눌러 피게 한 꽃들이다.
이리하여 서리화 ·삿갓꽃·이화·도화·백모란·시(흰)모란을 뿌리 채 쑥 뽑아 오게 된 것이다.
그가 뽑아온 꽃들은 삿갓꽃·함박꽃·서리화·이화(배꽃)·도화(복숭아꽃)·백모란(백목단화)·시모란(백목
단화) 등 7가지 꽃이다.
7가지 흰 꽃은 서천서역에서 새로 태어날 생명을 상징하는 꽃들이다.
서리화를 빼고, 다른 꽃들이 땅에서 필 때는 각기 꽃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삿갓꽃은 황록색, 함박꽃은 담홍색, 굿판에서 피는 가상의 꽃인 서리화는 흰색, 이화는 흰색, 도화꽃은
흰색이나 분홍색, 모란꽃은 흰색·자홍색·흑자색·황색·도백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꽃 이름에서 옛날의 성姓을 밝혀낼 수 있다.
삿갓꽃에서는 사巳를, 함박꽃에서는 함咸을, 서리화에서는 서徐를, 이화에서는 이李를, 도화에서는 도都를
모란꽃에서는 모毛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무당이 이들 꽃을 들고 맴도는 것은 이들 성을 하나로 섞어서 자손을 많이 번성시키자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제석(제석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세인님(한인천제)이 이 꽃들을 들고 맴돌이
하는 현상으로 바뀐다. 하나님과 조상과 후손 사이에 화해동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들 꽃의 색깔을 모두 흰색으로 통일한 것은 희나백성을 상징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들 꽃이 희나백성을 상징한다. 희나백성으로서 세대봉사 있는 자손, 수명장수하는 자손이 태어나게 하기
위하여 무당이 흰 꽃을 들고 제석굿판에 나서는 것이다.
무당이 여주네에게 “주인마누라가 새 바가지를 가지고 나와 빼 보시오”하고 소리친다.
여주네는 바가지에 쌀을 담아 가지고 나와, 무당이 3바퀴를 돌아갈 때, 바가지를 두 손으로 받들고 맴돌다가
꽃을 힘껏 뽑아 바가지에 담는다.
이때 꽃을 2 송이 빼면 아들이요, 3 송이를 빼면 삼형제가 된다. 꽃을 빼는 순서대로 자손이 불어난다.
꽃타령에서 특이한 점은 연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연꽃의 용도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은 원래 뮤 제국을 상징하는 뮤 제극의 국화였고,
한웅천왕이 세운 배달나라의 신시화백시대에는 화백회의 때 행사하는 투표권을 의미하였다.
여주네가 꽃을 3송이 뽑으면, 무당은 다음과 같은 공수를 준다. “00 삼형제 자손 피살이 뼈살이 숨살이
생명화기 분명하구나...당신 가중 칠성님께 섬기면, 대대손손이 부귀영화 가득할 터이니, 쌀독에 갖다 묻으시오.
움이 돋아 싹이 나면, 다시 오리다”라고 공수한다.
여기에서 무당은 “제석님네 섬기라”고 하지 않고, ‘칠성님네 섬기라“고 한다.
이 부분도 제석굿이 제석굿이 아니라 칠성굿임을 시사하고 있다.
45. 제석굿에서 칠성신앙과 삼신신앙을 먹어치우고 불교를 버린 땡중
제석굿(하나님굿, 칠성굿)에서 가장 설화적인 부분을 들라면, 근본을 알 수 없는 중이 느닷없이 나타나
칠성님을 몰아내고 칠성님자리에 올라앉는 대목이다.
몰상식하고 한심한 얘기를 만들어 철무리굿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끼워 넣었다고 볼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을 파계승타령, 시승공부타령이라고 한다.
이 애기가 왜 몰상식하고 한심한 얘기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무당은 중 복장을 하고, 지지바랑을 메고, 춤을 춘다. 파계승이 되었다는 표시이다.
그러나 어떤 무당은 중 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칠성 옷을 입은 채 그대로 굿을 진행한다.
중 옷으로 갈아입으면 제석굿이고, 칠성 옷을 입은 채 굿을 하면 칠성굿이다.
무당은 장고재비 앞에 와서 서서, 서산대사, 사명대사, 무학대사, 옥천대사, 도사님들이 잘 놀았다고 한다.
(<거므나 다에 희나백성> 황해도 철무리굿 제석굿 83쪽)
무당이 거명하는 스님들은 후조선시대의 한 시대를 주름잡던 대덕고승들이다. 무가사설에 후조선시대의
고덕대승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무교가 불교화한 때가 대체로 이분들이 생존했던 시대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굿에서는 “시승공부侍僧工夫를 받는 중생”으로 불리는 중이 하나 등장한다.
시승이란 중이 상대방에게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승공부란 ‘공부하는 중-중이 하는 공부’가 뒤섞인 말이다.
공부는 불법이나 불도를 깨우치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에게 종교를 내세워 사기 치기
위하여 하는 세속적인 공부이다. 시주를 어떻게 잘 받아낼 것인가, 많이 받아낼 것인가를 궁리한다.
땡중이 열을 올리는 시승공부가 무엇인지 파계승의 입을 통하여 들어 보기로 한다.
(만세받이)
시주를 가세 동냥을 가세 예쁜 처녀 동냥을 갈 제
지지支持바랑(지지대를 보강한 바랑) 등에 메고 明絲(명주실)그물을 사방에 쳐놓고
잔 처녀는 손 새로 빠지고 굵은 처녀 걸려들 제
명산대천에 절을 짓고 법당 뒤로
이리 어르고 저리 얼러서 몰아넣고
애기가 들면 어찌하느냐
아들을 낳으면 칠성 차지요 달을 낳으면 마마님 차지로다
고깔을 훌렁 벗어 휘대제석輝臺祭席으로 모셔놓고
가사袈裟는 북북 뜯어 애기굴레로 씌워주고
장삼長衫은 벅벅 뜯어 덮개로 만들어 띠고
바라 갱정은 쾅쾅 짓마 애기 반상기 만들어 주고
북통은 북북 찢어 화뢰통을 만들어 쓰고
상좌야 상좌야 이만하면 시승공부가 되겠느냐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83쪽)
땡중이 시주를 나가는데, 시주를 가는 것인지, 동냥을 가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애매한 시주를 떠난다.
시주를 가는 것이 아니요, 동냥을 가는 것도 아니다. 처녀를 납치하러 가는 것이다.
처녀 하나 넣어 짊어질 수 있을 만큼 지지대를 튼튼하게 닫친 바랑을 지고 있다.
처녀가 걸려들기만 하면 즉각 넣어 짊어지고 돌아올 심산이다. 명주실로 짠 질기고 고운 그물을 쳐놓고
처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잔 처녀는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가게 내버려두고, 굵은 처녀가 그물에 걸리면 지지바랑에 넣어 짊어지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혹세무민하여 사기 칠 절을 명산태천에 짓는다. 절을 완성한다. 처녀를 절 뒤로 데리고 간다.
철 뒤에서 처녀를 이리 어르고 저리 얼러서 겁을 주어 반항하지 못하게 하여 구석진 곳에 몰아넣고 중의
마누라로 만들어 버린다.
애가 들면 어쩔 것이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사내애가 들면 칠성님 자식이라고 하고, 여자애가 들면 마마-마고-직녀의 애라고 우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중은 중이라기보다 조폭에 가깝다고 하겠다.
본문에서 굵은 처녀는 힘이 좋고 능력이 있고 재력이 튼튼한 삼신신앙을 상징한다.
공략은 굵은 처녀로 상징되는 삼신신앙이다.
불교는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삼신신앙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리하여 태어나는 사내아이는 칠성님 차지이고 딸아이는 마마님 차지라고 한다.
이 말에는 이 나라의 전래 종교를 파괴하여 없애려고 하는 외래종교의 무책임한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굵은 처녀가 낳은 자식에 대하여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칠성님의 짝은 직녀이고, 매화이고, 또한 마고이다. 본문에 나오는 마마님은 곧 마고님이다.
제석거리에서 마마님, 즉 마고님의 등장은 칠성굿에 마고삼신의 등장이다.
제석굿을 제석굿으로 부르지 않고 칠성굿으로 불러왔다면, 칠성굿에 마고 등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고깔을 훌렁 벗어서 휘대제석輝臺祭席으로 모셔놓는다. 고깔은 삼신이 쓰는 모자이므로, 삼신을 벗어 제석에
올려놓고, 삼신사기치기를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았으니, 가사(袈裟, 중이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는
북북 뜯어 애기굴레-아기에게 씌우는 모자나 만들어 주고, 장삼(長衫, 검은 베로 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를
넓게 만든 중이 입는 웃옷)은 벅벅 뜯어 애기덮개나 만들어 덮어 주겠고 한다.
놋으로 만든 바라와 갱정은 쾅쾅 짓이겨 애기 반상기나 만들어 주고, 북통(북의 몸통)은 북북 찢어 화뢰통
(화로 담는 통)이나 만들겠다고 한다. 살림 맛을 알아서 중 생활도 집어치우겠다는 것이다.
칠성신앙과 삼신신앙이 불교에게 어떻게 속아 넘어가 불교에 흡수되었는가를 제석굿의 무가사설이 보여주고
있다.
땡중은 칠성신앙과 삼신신앙을 불교에 흡수시켜 놓고 불교마저도 벗어던졌다.
사기는 땡중이 쳤는데, 엉뚱하게도 사명대사 같은 고덕대승들이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사설을 다 듣고 나서, 장고재비가 한 마디 한다.
다 틀렸수다. 공부는커녕 매 맞고 쫓겨나기 꼭 알맞겠수다.
맨 난봉질하는 타령만하지, 시승공부하는 타령은 하나도 아니 하니,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빨리 들어가
다시 해 보시오.
(<거므나 따에 희나백성> 철무리굿 제석굿 83쪽)
장구재비는 땡중이 하는 짓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장구재비가 가지고 있는 장구는 굿을 리드해 나가는 중요한 악기이다.
장구의 장단과 박자가 굿을 리드한다. 장구재비는 장구를 치며 굿을 리드한다.
그러므로 장구재비가 중이 하는 짓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