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검각산(505.3m)
영월8경 감걱창송의 중심에 솟은 산
기차. 어렴풋이 가슴 뭉클하게 하는 로망. 기차를 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기차여행이라는 막연한 낭만의 로망이, 오래 전 기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떠난 본 이에게는 이별의 슬픔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로망이 가슴 한 켠에 늘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산과 기차. 산을 오른다는 기쁨에 기차는 더 큰 설렘으로 다가온다. 휴가철 교통체증은 잠시 잊고 기차표 한 장으로 자연에 몸을 맡겨본다.
청량리 역사는 언제나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사시사철 여행가들이 즐겨 찾는 강원도를 경유하는 태백선과 우리나라 철길 중 이색적인 구간을 많이 지나기로 유명한 영동선, 영동 내륙지방을 통과하는 중앙선까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코스의 열차가 항시 대기 중인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역과 용산역은 KTX로 인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에 대한 여유가 잊혀져 가고 있어 기차에 대한 로망을 가진 이들은 의례 청량리역을 찾곤 한다.
강원도 영월. 태백선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는다. 때 아닌 러셀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건장한 청년을 섭외하려고 애썼다는 철도산행의 대장 최두열(철도산악연맹 안전이사)씨가 단출하게 이현미(한자 지도사)씨만 대동한다.
"다들 비가 올 줄 알았는지, 오지 산인 걸 눈치라도 챈 건지 따라 나선다는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저희는 최 대장님만 믿고 오르겠습니다."
무거운 배낭 위에 책임감이라는 무게까지 더해져 오늘따라 그의 어깨가 더욱 묵직해 보인다. 느릿한 움직임, 척척 거리며 굴러가는 바퀴 소리, 커다란 차장이 큰 매력인 무궁화호를 3시간 이상 타야한다는 건 기자에게 가장 행복한 출장이다. 잠시 졸다 눈을 떠도 2시간이나 남았다는 그 여유로움. 수다라는 기차 여행의 마지막 매력을 즐기는 사이 영월역에 당도했다는 방송을 듣는다. 잠시 소강 되는 듯 하던 빗줄기가 가늘게 이어진다.
봉각산이라 불리기도 하는 검각산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산봉우리가 창을 맞대어 세워놓은 듯 한 모습이다. 영월의 팔경 가운데 하나인 ‘검각창송’이란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해져 서강이 되어 단종의 슬픈 역사를 담은 청령포를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어귀에서 그 강물과 어우러지는 이 산의 빼어난 자태를 칭송한 것이다. 하지만 왜 아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건일까. 검각산은 영월에서도 오지 산으로 통한다. 특히 검각산 주능선에 오르기 전까지는 흐릿하지만 족적이 남아 있는 등산로에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어 때 아닌 러셀이 필요하다. 물까지 머금은 숲을 통과해야 하니 산행 시작부터 걱정이 앞선다.
영월군 남면 좌사리에 있는 연당마을을 들머리로 한다. 연당버스정류소에서 마을 안쪽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양연교가 보인다. 양연교를 지나고 다시 연당교를 건너 왼쪽으로 경운기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소로를 따라 걸으면 작은배골 입구다. 오른쪽으로 태백선 철로가, 왼쪽으로는 각한터널을 지나 평창과 영월을 오가는 도로가 보인다.
작은배골 입구에서 풀로 살짝 가려진 포가 있는 방향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작은배골에서 흘러내리는 계류가 등산로까지 범람해 등산로는 물 반 풀 반이다. 풀과 뒤엉킨 억새를 몸에 칭칭 감으며 최 대장의 한 여름 오지 산행의 러셀이 시작된다. 분명 족적은 있는데 표지기나 풀을 벤 흔적은 없다. 오른쪽 계류를 끼고 가파른 등산로를 천천히 오른다. 앞에서 러셀을 하는 최 대장은 힘이 들 터, 그러나 물 먹은 풀이 베여나가고, 우거진 나뭇가지를 헤치니 쌉싸름 하면서도 달콤한 풀향이 진동을 한다. 제 몸 꺾여가면서도 숲은 마지막까지 향긋한 내음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숲의 진한 향에 취해 어느 덧 각한재 안부에 닿는다. 벌초가 간절한 묘가 1기 있다. 각한재 안부부터는 길이 뚜렷하다. 연당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 외 각한재로 올라서는 또 다른 등산로가 북쪽으로 보인다. 정신없이 오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다. 낮게 깔린 구름, 평창강과 서강의 습기를 머금고 불어오는 바람이 새로운 산행 동반자가 된다.
비 내리던 원시림을 빠져나오자 검게만 보이던 수풀이 제 색을 찾아간다. 편히 발 디딜 곳 없던 산행 초입에 반해 검각산 주능선은 등산로가 뚜렷하다. 각한재 안부에서 조금만 올라서면 400봉이다. 봉우리를 메우고 있는 나무 틈새로 서강이 보인다. 400봉에서 잠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 후 10분 정도 올라서면 돌로 만든 포가 있는 410봉이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조망이 시원스럽지는 못하다. 하지만 짙게 내려 깔린 구름 사이로 해가 살며시 얼굴을 드러내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억지스럽게라도 영월의 서강과 청령포를 보고 싶게 한다. 나무 틈으로 보이는 서강의 불어난 물줄기가 세차게 내달린다.
410봉에서 미끄러지듯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한참 산행이 이어진다. 봉우리 2개를 넘고, 마지막 정상 턱 아래 급경사를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석이 없다. 흔한 표지기도 하나 없다. 조망이 뛰어나지도 않다. 505.3미터라는 높이의 검각산. 주위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인, 요새 같은 느낌이다. 오락가락 하던 빗줄기 덕분에 시야는 탁 트여 멀리 자리한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상에는 벌목을 한 듯 잘려진 나무들이 나뒹굴고, 그 나무를 엮어 의자처럼 만들어 놓은 나무판이 전부다. 시원스럽게 보지 못한 서강 줄기를 정상에서는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한 순간 무너진다. 역시 오지 산. 사람들의 때를 덜타 청정의 원시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또한 마치 양탄자 위를 걷듯 산 능선 전체를 덮고 있는 잔디가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길 수 있게 한다. 가을 무렵 누렇게 변해버린 황금 잔디 또한 검각산의 큰 볼거리가 될 것 같다. 고도를 낮추며 정상이 멀어질수록 검각산의 소나무에 상처가 많이 보인다. 소나무 재선충이 검각산을 휘젓고 지나간 모양이다. 울창한 원시림과 병마가 핥기고 간 소나무 군락. 검각산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 능선이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390봉을 지나 좀 더 내려서면 등산로 오른쪽으로 넓은 터에 묘 2기가 있다. 능선 너머로 안골마을이 어렴풋이 보인다. 묘가 있는 곳에서부터는 앞으로 구를 듯 가파른 내리막이 계속된다. 너른 터에 있는 묘를 지나서는 그래도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거기서 10분 정도 내려와 벌초가 되어 있지 않은 묘 2기를 지나면 족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어어어! 길이 없는데 내려가요?"
"나무에 힘이 없는 건지 제가 무거운 건지 흙도 바로 부스러지고. 나 구르면 밑에서 받아줘야 해요."
앞서가는 건장한 남자들에게 이현미씨와 기자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해 대비해 달라는 당부의 비명을 연신 질러댄다. 10분 이상 모든 정신을 다리에 집중 시키고 돌고개에 다리를 내딛는 순간, '쿵'.
이현미씨와 기자가 나란히 엉덩방아를 찍으며 등산로 마지막 구간에 커다란 자국을 남긴다. 알알이 익어가는 옥수수밭이 산행 날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산행길잡이
양연교-(1시간)-각한재-(25분)-410봉-(50분)-검각산-(40분)-묘 2기-(40분)-돌고개
연당의 양연교 앞의 터미널슈퍼(버스정류소)에서 철길이 동쪽으로 이어진 곳이 작은배골이다. 작은배골에 이르면 계곡이 셋으로 나뉜다. 왼쪽 계곡으로 들어서면 각한재로 오른다. 하지만 각한재 안부에 오르기까지는 족적은 있지만 뚜렷한 등산로가 없으며 잡목이 우거져 있어 잡목을 제거하며 산행을 해야 해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각한재에서부터는 등산로가 뚜렷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왼쪽으로 서강의 조망도 함께 누릴 수 있어 주능선에 올라서면 검각산의 산행이 힘들지는 않다.
400봉, 410봉과 무명봉 2개를 더 넘으면 검각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으며 벌목된 듯한 나무와 나무간판이 있다. 넓은터에 자리잡은 묘 2기가 보이는 지점에서부터 내려서는 길이 뚜렷하지 않다. 능선 오른쪽으로 묘가 있지만 내려서는 길은 묘가 있는 곳이 아닌 칼등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내려서야 한다. 또한 급경사 내리막이다. 특히 두번재 묘가 있는 위치에서부터는 등산로가 거의 유실되어 있어 조심히 내려가야 한다. 안골마을에 도착해 마을 입구까지는 도로가 포장이 되어 있고 마을 입구 버스정류소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마을 입구에는 당집이 있다. 검각산 산행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안골마을에서 청령포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교통
서울 청량리역에서 영월역까지 태백선 강릉행 무궁화호를 이용하면 된다. 1일 6회(08:00, 10:00, 12:00, 14:00, 17:00, 22:40) 운행하며 요금은 11,3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영월에서 택시로 연당까지 갈 수 있으며 요금은 10,000원 정도다.
*잘 데와 먹을 데
동강래프팅으로 인해 영월역 근처에 숙박업소가 많다. 강릉관광호텔(033-641-3771), 강릉임페리얼(662-1950), 문호장여관(641-0197). 검각산 들머리인 남면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강변의아침(372-1250), 나그네가 쉬어가는 곳(372-5704), 들꽃민속촌(372-9309), 산수애(372-3400), 향촌펜션(372-8789).
청령포 부근에 있는 식당들은 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동강산장식당(373-3511), 서강식당(373-9831), 반석가든(374-7055) 등이 있다. 영월역 앞 다슬기를 주 요리로 하는 식당들도 유명하다.
*볼거리
청령포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 1971년 강원도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봉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 청령포에는 단종 유배시에 세운 금표비와 영조 때 세운 단묘유지비가 있어 옛일을 전하고 있다. 또한 망향탑, 노신대, 관음송이 있다.
고씨동굴 영월군 하동면 진별리에 소재하고 있는, 석화동굴 주굴의 길이가 1800m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굴의 하나로 1969년 6월4일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되었다.
이 동굴의 대표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제3지역에서는 현수상 종유석군, 석회화폭, 석막석순, 그밖에 섬세한 형성물체들이 있으며, 경승지로는 십이선경 일대와 무량탑 등의 거대한 종유석군, 석주열, 천궁 일대의 대형 석순군 등을 들 수 있고, 기형형성물로는 극락전 일대의 유석군, 신농지, 꿈의 궁전, 천불대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글쓴이:배현영기자
참조:철도산행
첫댓글 하수오張 일빠로...
로즈마리 야관문님도~
송교수님도 일찍 신청 하셨습니다~
선우씨도 일찍 신청 하셨습니다~
거북이와 일행들...
옥포전사장님도 일찍 신청 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신암에 갈렵니다.지도 신청 합니다.
글고 인원이 추가 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새해에도 자주 참석 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혹시 대체근무가 있으면 연락드릴께요.
감사 합니다~
경림씨도 일찍 신청 하셨습니다~
손홍곤씨도 일찍~
허리케인님도~
신청해요...
반가버요~
지겨분 강원도! 그래도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거북이와 물치 등살에 안 가고 못 견디겠네....
동핑탑승
감사 합니다~
금자씨도 동참~
김두열씨외한분~
김인찬씨외 두분도 신청 하셨습니다~
나거네님도 간만에...
긴까 줄랑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반야월디기님도~
한자리 부탁 합니다. 대구은 범어자점앞 탑승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