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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승리를 향해 가는 구조의 방점은 골이다. 때로는 행운이 작용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인 과정에서는 그 한 골을 위해 팀 전체의 무수한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마침표는 그 골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상대의 방해와 방어를 뚫을 수 있는 존재, 바로 골잡이가 필요하다. 공간을 만들고, 동료들이 넘겨 준 찬스에서 훌륭한 기술과 정교한 슈팅으로 마무리를 하는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축구에서 가장 빛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위력적인 골잡이. 몇 번 오지 않는 찬스를 살릴 치명적인 골잡이. 한국 축구가 월드컵을 꾸준히 밟기 시작하며 가장 함께 하고 싶었던 존재다. 아시아 무대에서 경험했던 상대와는 차원이 다른 조직력과 수비수, 골키퍼가 막더라도 우리의 공격수들이 시원하게 그들을 뚫길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그 압박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최전방의 그들이었다. 유럽에서도 극찬한 골잡이 차범근이라도 혼자 다 뚫을 수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황선홍은 세 차례 좌절을 맛 보고 은퇴를 앞둔 네 번째 도전에서야 그 벽을 넘었다.
그리고 유럽 무대를 누비는 공격수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한국 축구는 본격적으로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게 됐다. 안정환, 박주영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각각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세대는 더 활발히 도전하고 있다. 잉글랜드, 독일,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으로 무대도 더 넓어졌다. 지동원과 황희찬은 지금 유럽에서 한국 축구가 늘 갖고 싶었던 그 존재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2016년을 뒤로 하고, 2017년 더 높은 성과를 향해 달릴 두 선수를 나이키의 새 축구화 ‘하이퍼베놈 3’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지동원: 도전의 역사, 쟁취로 열매 맺다
2010년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지동원은 1년 6개월 만에 거침 없이 유럽까지 진격했다. 데뷔 시즌에 13골을 넣은 그는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서 국제 경쟁력도 증명했다. 2011년 여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선덜랜드가 러브콜을 보냈고 만 20세에 유럽파에 합류했다. 첼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지만 꾸준한 출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2013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의 임대라는 도전이 돌파구가 됐다. 반 시즌 동안 5골을 넣으며 아우크스부르크를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지동원이 지닌 잠재적 가치를 눈 여겨 본 것은 위르겐 클롭 현 리버풀 감독이었다. 당시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유럽 축구에 센세이션을 몰고 온 클롭 감독은 “키워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지동원을 영입했다. 유럽 축구의 새로운 강호가 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온 나라가 흥분했다. 하지만 지동원을 기다린 것은 빅클럽의 차가운 현실과 장벽이었다. 아우크스브루크에서 6개월을 보내고 2014년 여름 도르트문트에 합류했지만 지동원은 결국 꿀벌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나서는 데 실패했다. 좌절을 극복한 짧은 성공, 그러나 그 뒤 또 좌절. 도르트문트행은 기대가 컸던 만큼 쓰라림도 컸다.
유럽에서의 시간을 마쳐야 할 지도 모르던 그 때, 다행히 지동원에게 손을 내민 클럽이 있었다. 두 차례 임대 생활을 했던 아우크스부르크였다. 그 활약은 마치 적금처럼 되어 돌아왔고 지동원은 다시 한번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에서의 5년 6개월, 3개의 팀과 4번의 이적. 지동원은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가 잘해서 이적을 한 건 한번 뿐이에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갔을 당시 작은 팀이었지만 결과를 내서 도르트문트로 갈 수 있었죠. 클롭 감독이 제가 가진 어떤 모습을 보고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추구하는 축구가 클롭 감독의 축구와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안고 갔죠. 하지만 현실이 되니 그 축구를 원숙하게 소화하기엔 제 역량이 모자랐어요. 높은 연봉, 좋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건 좋은 일이고 도르트문트는 그 조건을 갖춘 팀이었죠. 그러나 중요한 건 팀의 일원이 아니라 실제로 경기를 뛰어야 하는 거였어요. 도르트문트와 남은 계약 기간이 길었지만 빠르게 판단해야 했고, 아우크스부르크로부터 다시 기회를 얻었습니다.”
완전이적으로 몸 담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험난한 도전을 거듭해야 했다. 1년 반 동안 리그에서 득점이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함께 했던 마르쿠스 바인지를 현 샬케 감독과 지역 언론은 지동원에 대해 내용은 좋은데 결과물이 아쉽다는 평가를 했다. 구단의 믿음과 인내심이 없었다면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는 특별한 각오가 필요했다. 월드컵 참가와 부상으로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던 앞선 두 시즌과 달리 올 시즌 지동원은 차분히 프리 시즌을 소화했다. 그 결과는 리그 16경기 출전에 3골, 포칼에서도 2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그가 골을 넣은 상대는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도르트문트로 모두 4위 내에 있는 강팀들이었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부족하지만 팀 득점 1위기도 하다. 이제 지동원을 바라보는 모두의 인식은 달라졌다.
“부상 없이 전반기 모든 경기를 뛰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매 시즌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타이밍에 부상으로 미끄러졌거든요. 독일에서 저는 부상이 많고, 매 경기 선발로 뛸 수 없는 선수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걸 느껴요. 올 시즌은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본격적으로 보고 있어요. 스트라이커 자리는 팀 내 경쟁, 그리고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의 이중 압박에 시달려요. 매 경기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요. 올 시즌이 지난 5년 6개월 동안 해 온 도전의 중요한 성과인 것 같아요.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유럽에서 더 버틸 수 있는 평가와 자신감을 모두 얻었습니다.”
황희찬: 소년은 울지 않는다
2017년에 만 21세가 되는 황희찬은 벌써 유럽에서 세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동원과 달리 프로 경험이 없는 상태로 유럽에 직행한 그는 오스트리아의 강자 레드볼 잘츠부르크가 기대하는 미래이자 현재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주어지는 압박감이 작아질 리 없다. 잘츠부르크가 황희찬에게 해 준 배려는 자신들의 위성구단인 2부 리그의 FC리퍼링으로 임대를 보내 성인 무대와 유럽 축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게 전부였다. 소년은 구단이 기대하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야 했다. 다행히 황희찬은 그 첫 고비를 뛰어 넘었다. 2015/2016시즌 전반기에만 11골을 넣었고 후반기에 잘츠부르크로 다시 합류했다.
“처음 6개월이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다행히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조언이 힘이 됐고 그 6개월을 잘 적응하며 이긴 것 같아요. 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훈련 시 마음가짐이나 그 준비 과정이 어려웠어요. 리퍼링에서 시작한 게 다행이었죠. 거기서 차근차근 성장하며 단계를 밟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배웠어요. 동원이 형 얘기처럼 저도 그 과정을 겪어서인지 제가 부족하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아무 큰 오퍼가 와도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올림픽대표팀은 황희찬의 성장에 더 큰 거름이 됐다. 리퍼링에서 활약이 본격화되자 신태용 감독은 당시 올림픽대표팀 주전들보다 3살이나 어린 황희찬을 불렀다. 평가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황희찬은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맹활약했다. 약관의 나이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단지 참가에 의의를 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스웨덴, 독일, 멕시코 등의 강호를 상대로 눈부신 플레이를 선보였다. 비록 4년 전처럼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를 한발 앞에서 놓쳤지만 그의 활약은 A대표팀에까지 전격 발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림픽 대표팀, A대표팀에 안착한 자신감은 유럽에서 맞는 1부 리그 첫 풀 시즌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만들었다. 총 18경기에 출전한 황희찬은 리그에서 4골, 리그컵에서 1골, 유로파리그에서 2골을 넣었다. 조나탄 소리아노(21경기 10골)에 이은 팀 내 득점 2위다. 선발보다 교체 비중이 더 높다는 점에서 황희찬의 성과는 가치가 높다. 특히 교체로 출전해 2골을 터트린 니스와의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는 전반기 황희찬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이제 소년의 티를 벗은 황희찬은 자신이 이뤄 낸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사실 경기 중 득점 기회가 많았는데 그걸 다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에 비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만족하지만 내년에는 훨씬 더 잘하고 싶어요. 유럽에서 스트라이커라는 자리는 기회가 왔을 때 무난히 하면 그 다음엔 기회가 사라져요. 무조건 잘해야만 다음 기회가 와요. 어느 정도 내 몫을 해 낸 것에 만족하면 안 되죠. 잘츠부르크는 원톱 시스템인데 4명이 경쟁해요. 그러니까 결과를 내지 못하면 무조건 벤치죠. 니스전은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TV로만 보던 클럽대항전에서 골을 넣고, 발로텔리와 단테 등 유명한 선수들 앞에서 그걸 해 내니까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달라졌어요.”
유연하고 날카로운, 이타적 킬러를 꿈꾸다
지동원과 황희찬은 결이 다른 공격수다. 지동원은 다재다능하다. 공격수로서 뛰어난 터치, 경기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가 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는 선수다. 베르캄프, 베르바토프, 즐라탄 등의 선수를 꿈꿨다. 황희찬은 날카롭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상대 수비를 부수고 들어가는 저돌성이 특별하다. 네이마르, 수아레스의 플레이를 즐겨 보는 것도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 시킨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질적인 두 선수에게 서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희찬이는 잘 해요. 거칠 게 없는 선수예요. 대표팀에 처음 들어오면 기 죽어서 공을 쉽게 주고만 받고 자기 플레이를 안 하려고 하는데 희찬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 공을 잡으면 일단 저돌적으로 드리블했고, 상대 뒤로 뚫는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수비진에게 큰 어려움을 주는 선수죠. 저는 상대를 파고 드는 희찬이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갖고 싶어요.”-지동원
“동원이 형이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경기를 하는 걸 보며 자랐어요. 동원이 형처럼 공을 소유하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키핑하면서 팀의 타이밍을 쥐었다 풀면 위에서 싸워줄 수 있고, 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피지컬이 좋은 데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하는 것도 배우고 싶고요.”-황희찬
정확한 터치를 이용해 심플한 플레이를 펼쳤던 지동원은 파괴력을 더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뺏겨도 과감히 드리블을 하고, 각이 안 나와도 슈팅을 해야 한다. 황희찬은 자신의 빠른 속도와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완성할 때 더 높은 레벨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이렇듯 결은 다르지만 두 선수가 지향하는 궁극적 위치는 동일하다. 유연하고 다재다능한 지동원도, 날카롭고 저돌적인 황희찬도 팀을 살리는 플레이를 하는 골잡이가 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최전방의 공격수가 해야 할 일은 골이에요. 비길 경기를 이기게, 질 경기를 비기게 만드는 건 공격수예요. 기록이 전부는 아니지만 공격수의 모든 행위와 목적은 골을 향해야 한다는 걸 유럽에 와서 더 절실하게 배웠어요. 하지만 항상 시야를 열어 놔야 해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걸 이기심으로 착각하면 안 되죠. 가장 중요한 건 팀의 승리거든요. 누가 봐도 옆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해서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지면 그때는 이타적인 선택을 해야 해요.”-지동원
“저도 팀이 목적이라고 봐요. 결국 골도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니까요. 아무리 내가 골을 넣어도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모든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골을 넣고 셀레브레이션을 하면 두 가지 감정이 들어요.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 그 다음이 저에 대한 자신감. 할 수 있다는 걸 재확인하는 거죠. 그 과정이 반복되어야 골도 익숙해지더라고요.”-황희찬
지동원X황희찬=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에서 뛰었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동원과 황희찬도 월드컵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9회 연속 월드컵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는 역대 어떤 월드컵보다 힘든 도전을 최종예선 내내 맞고 있다. 지난 11월 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은 월드컵으로 가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한국은 기어코 역전을 해 내며 조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동원은 최종예선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고 4경기에 풀타임을 뛰었다. 카타르전에서는 중요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예선이 시작되기 전 그는 미디어와 팬들로부터 의심의 눈길을 받아야 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근 1년 가까이 득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과는 별개로 그가 결과로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다행히 지동원은 그런 압박에 흔들리지 않았고 첫 경기인 중국전부터 상대 자책골 유도와 도움을 기록하며 긴 부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쩌면 그 경기가 올 시즌 부활의 서곡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표팀에 들어올 때마다 나왔던 얘기죠. 공격 포지션에서 뛰면서 긴 시간 득점을 못한 건 제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저를 선택했어요. 그때부터는 그런 논란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대표팀은 조금 달라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 해요. 그게 결과로 나오느냐, 아니냐의 차이인데 매 경기 특별한 각오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지동원
황희찬도 지동원의 그런 감정을 이해한다. 최종예선에는 아직 중국전과 시리아전에 교체로 짧은 시간 출전한 게 다지만 올림픽 본선에서 중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온두라스와의 8강전을 전후해서는 A대표팀이 아닌 올림픽 대표팀에 향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조차도 결과에 따라 찬사와 비난의 두 얼굴이 공존한다는 것을 느꼈다.
“올림픽에서 경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걸 다 했는데, 결과가 아쉬웠던 거죠. 대표팀의 무게감은 계속 배우고 있어요. 중요한 건 책임과 욕심을 구분하는 거죠. 솔직히 A대표팀에서도 밀리는 경기 양상이 되면 제가 들어가서 뭔가를 하고 싶은 감정이 존재해요. 첫 소집을 마치고 돌아가면서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보다 잘하는 형들이 늘 엄청난 기대감, 부담과 싸우는 걸 보면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A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것에 일단 감사해요. 대표팀에서 완전히 제 몫을 하려면 아직 더 채워야 해요.”-황희찬’’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위기를 넘어섰지만 본선으로 가기 위한 경쟁은 아직 5경기가 남아 있다. 지동원과 황희찬은 그 경쟁을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당장 3월 있을 중국과의 원정에는 손흥민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지동원은 앞선 5경기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공백을 대체할 유력한 선수다. 두 선수가 자기 몫을 해줄 때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이자 지동원의 두번째 월드컵, 그리고 황희찬의 첫 월드컵이 될 러시아 월드컵으로의 길이 열린다.
“지난해에는 아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드려서 남은 5경기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이란전 때는 정말 다짐도 많이 했고 준비에 신경 썼는데 너무 못해서 아쉽고 죄송했어요. 저희도 실망감이 컸는데 그걸 통해서 또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아요. 주장인 (기)성용이 형을 중심으로 한 라커룸 분위기는 늘 이기기 위해 절실한 마음을 담고 있어요. 그 절실함을 결과로 증명하고 싶어요. 첫번째 월드컵이었던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어요. 허무함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꼭 러시아로 가서 좋은 결과 내고 싶어요.”-지동원
“아시아 팀들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형들이 그라운드에서 늘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제가 뛰든, 안 뛰든 우리 팀이 꼭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월드컵에 가는 건 모두가 원하는 목표고, 그래야 제게도 기회가 와요. 당장은 벤치에 있지만 조금씩 경기에 나서며 좋은 걸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2017년에는 꼭 이기는 경기, 또 보는 분들이 좋아할 경기를 하고 싶어요. 소속팀에서 발전해 월드컵에 갈 자격과 실력을 증명한다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2년이 남았으니까 제 가까이 있는 과정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황희찬
인터뷰의 마지막 요청은 최종예선에서 두 선수가 함께 대한민국 A대표팀의 승리를 결정 짓는 골 장면을 상상해 달라였다. 지동원은 “제가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줘서 희찬이에게 1대1 찬스를 주는 거죠”라고 운을 뗐다. 황희찬은 “아마 동원이 형과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 들어갈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황희찬이 골을 위해 시도할 마지막 슈팅 장면은 패스를 넣고 뒤에서 지켜 볼 지동원이 상상했다. “아마 토킥으로 넣을 거예요. 희찬이라면 분명 그런 멋진 장면일 거예요.”
골에 대한 이기심은, 팀을 위한 이타심으로 완성된다. 자신들의 골은 팀을 위해 존재한다는 두 골잡이의 다짐은 소속팀에서의 발전, 그리고 한국 축구의 당면 과제인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믿음을 더 높게 만들었다.
글=서호정
사진=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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