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노무현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우파의 과제
기자명/ 주동식 정치평론가/ 자유일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노무현 일가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뇌물죄 수사가 계속 진행됐을 것이고 결국 노무현은 구속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노무현이 내세우던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그 사태는 노무현 개인의 몰락을 넘어 문재인과 유시민 등 친노 세력 전반의 정치적 파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의 자살은 친노와 좌파에게는 가뭄 끝 단비와 같았다.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던 친노 진영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의 자살은 좌파들에게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우파 중에서도 노무현의 용기나 헌신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며 심지어 ‘존경한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노무현의 자살은 심각한 퇴행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 김대중 정권부터 시작되어 노무현 정권에 이르러 전면화된 좌파의 제도권 진출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기회가 사라졌다. 그 대신 감성팔이, 떼법이 냉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대신했다. 대한민국의 중우정치는 노무현 자살로 노골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해석한 정치인이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우리 역사 속에서 정의의 깃발을 들었던 사람 중 승리하고 그 승리 결과를 자손에게 물려준 역사가 있나. 훌륭했다는 사람 중에는 현실정치에서 성공한 적 없는 게 우리의 역사다. 훌륭하다는 김구 선생도 현실정치에서는 패배자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이와 비슷한 노무현의 발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거부한 김구의 전통이 합리화되고 정당화된 것이다. 그 해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그 사실을 입증한 존재가 노무현의 부하이자 동료였던 문재인이었다.
친노와 좌파 집단이 피해간 역사적 평가를 대신해준 존재가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던 안희정이었다. 안희정은 2007년 12월 홈페이지에 ‘친노는 폐족(廢族)’이라며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썼다.
이 평가야말로 친노 세력에게 그나마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는 증거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발언을 한 안희정에게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안희정이 정치적으로 몰락한 진짜 이유는 그의 성추행이 아니라 바로 문재인과 친노들의 심기를 건드린 저 폐족 발언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다.
특권을 거부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던 노무현의 정치적 후예들은 역설적으로 노무현의 죽음을 특권과 세습의 도구로 알뜰하게 써먹고 있다. 봉하마을은 정치적인 성지(聖地)가 됐고, 해마다 노무현의 기일이 되면 여야 거물 정치인들이 그곳을 찾아 머리를 조아린다. 노무현 이름이 불공정과 정치적 지대의 상징으로 기억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사람 중에는 노무현을 극렬하게 비난했던 사람도 있다. 아파트 작업대출로 시끄러운 양문석도 그 중 하나다. 양문석은 노무현의 퇴임 이후 어느 매체에 "봉하마을에서 환경운동 한답시고 마을 청소하러 다니는 노무현씨에 대해서 ‘찬양’하는 일부의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고"라고 썼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지금 노무현을 우상시하는 민주당 정치인 대부분은 노무현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는 노무현과 거리를 두었다. 문재인도 거기 포함된다. 지금 민주당의 주력은 노무현 비판에서 찬양으로 갈아탄 무리들이다. 앞으로 이들 기회주의자들의 스탠스가 다시 바뀌도록 강제하는 것이 우파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이건 대한민국의 중심을 회복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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