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2.13)..
아침에 길을 나서니 폭설로 인해 운전에 조심해야 했고, 눈은 계속 내려 하루종일이 은근히 걱정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는 분 어머니의 장례식이 오늘 저녁에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나고 죽는 게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나쁜 날 좋은 날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건만..
하필이면 이런 날.. 하면 불평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 돌아감이 아닌가..
우린 모두 죽건만 죽음에 대해 잊고 지내다
아는 분이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듣거나 특히 가까운 분이 가셨다면
한쪽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밖에는 하얀 눈이 여전히 내리는데..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이란 말이야 나간 숨이 돌아오지 않을 뿐이야..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삶과 한 끝 차이일 뿐이지..
그래.. 나는 생각을 숨이 오가는 사이에 하고 있는데 반해 지인의 어머니는 내쉰 숨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구나.
그러기에 죽음은 늘 내 옆에 있는 것인데.. 죽음은 마치 딴 나라 삶처럼 여기며 오늘을 지낸다.
그리 춥지 않은 기온은 물기 밴 눈이 되어 나무에 쌓이고.. 점점 무거워져.. 끝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기까지 한다.
죽음이란 나무가지 부러지듯 삶의 무게가 실려.. 들어가려는 숨을 막아 버린 건가?.
짝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나선다.
비록 눈은 많이 내렸지만 오후 들어 눈은 멈추었고.. 거리의 눈은 잘 치워져서인지 차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소 선행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죽음의 시간은 마음대로 하지 못하지만.. 손님을 위해 잘 정리하시는 것 같아..^^()..
약간 늦게 도착하니 장례식은 이미 시작했고.. 짝의 동료였던 지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런 날은 많은 손님이 찾아와 함께 돌아가심을 기려야..
평소 자식된 도리를 제대로 한 것으로 여기는 풍속이 아직도 있으니..
기독교식 장례식에 오랜만에 왔는데.. 진행이 부럽다.
이런 자리에 경험 많은 목사이듯 고인과 모인 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솜씨가 좋고..
중간중간에 찬송가가 있어 정신이 번쩍 드는 기술은 너무 부럽기까지 하다.
절도 이래야 하는데..
참가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보살마음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야 할 터인데..
전통만 고집하는 시골 머슴 같은 둔한 모습이 여간 답답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주검을 앞에 둔 목사님의 설교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돌아가신 분의 영과 가족을 위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천국을 팔려는 상술인지 분간이 안되기 시작했다.
한 시간가량 장례식 시간이 지루한 게 아니라..
한 문장에 몇 번씩 들어가는..고인이 되신 어머니가 기다리는 천국에 가려면 여러분들은 어찌해야 한다.. 는 식의 말이 거슬린다는 것.
목사님, 당신은 천국에 몇 번을 다녀왔습니까?.
당신 말고 천국에 다녀온 목사가 또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누가 천국에서 기다린다든지.. 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은 조심히 해야 할 겁니다.
진리란 신과 같은 권위가 있는 자가 말했다 해서.. 다수가 믿는다 해서 진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진리가 되려면 이치적으로 그릇됨이 없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이치로 확인했으면 스스로 실천으로 또 확인하고,
실천으로 확인했으면 주위를 돌아보아 틀림없음을 스스로 증명했을 때.. 비로소 진리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은 천국을 한 번도 갔다 온 적이 없으면서 마치 자신이 갔다 온 것처럼 강조하면 되겠습니까?.
종교인의 덕성은 진솔입니다.().
그럼에도 장례식 중간에 노래가 있어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고 위로하는 진행은 참 부럽다.
<밥화경>을 보니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려는 영취산에.. 음악 하는 건달바들이 악기를 들고 참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경을 설하시다 중간중간에 음률이 담긴 송(頌 song, 노래)인 설법을 하고 있음을 보이는데..
어찌 불교 장례식은 근엄하다 못해 지루한 것들만 찾아서 모아 놓고 있는 건지..
AI님(^^?)이 불교 장례식 진행을 본다면.. "다 바꿔!" 하며 분노하고 또 분노할 것임을 정녕 모르고 있는 것인가..
장례식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수년 전에, 아니 십수 년 전에 즐겁게 지낸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서 소리가 커져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게 해 주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새삼 감사하며^^().
보통 밤 8시 이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데..
오늘만큼은 예외가 되었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이 아닌가.^^.
살아서는 여기서 반갑게 지내고..
죽은 후에는 저 세상에서 반갑게 지낼 수 있다면..
그 무엇을 더 바라리오.
나무 관세음보살.().
여기서 즐겁지 못하면 저 세상에서도 즐거울 리가 없다.
천국이나 천당 심지어 지옥이란 장소는 우리 마음이 멋대로 만들어 놓은 명색일 뿐..
지하철을 타면 어떤 종교를 믿든 구분 없이 한 칸에 타듯..
누구는 그곳을 천국이라 하고, 누구는 거기를 천당이라 할 뿐이다.
그뿐인가.. 천국이라 말하는 이에게 거기에 모인 이들은 모두 기독교인으로 보이고,
천당이라 말하는 이에게는 모두 불자로 보인다.^^.
(효진 뻥. 임을 다아 알고 있지요? ㅎㅎㅎ)
일본의 불교 학자가 소문나 한국의 선승 효봉(?) 스님을 찾아와 물었다.
"천당과 지옥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스님은 그를 곁눈으로 깔보듯 쳐다보며..
"나참, 그것도 모르시오? 천하에 당신처럼 바보천치인 사람은 오늘 첨 보았소!" 하며 코웃음을 치니..
불같이 화가 난 학자가 "무슨 무례한 말을.. 난 일본 동경대학을 졸업하고.. 불교학 박사로 모르는 사람이 없소이다."
그러자 스님은 그를 바로 쳐다보며 "오, 실례했습니다. 당신이 그 사람이군요. 그만 내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하며 공손히 말을 하니 그때서야 화가 눈 녹듯 풀리며 '그렇지 스님도 날 아는군^^' 하며 흐뭇해졌다.
그러자 스님은 "당신은 지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지 않았소?" 하더란다.
천당이나 지옥이나 천국까지 모두 마음 안에 있음을 지적하는 것.
오늘 장례식에서 부러워했던
장례식 참가자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모습..
불교 장례식에서도 건달바가 가르쳐 준 음악을 배워.. 천당이나 천국에 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찬불가 몇 곡을 평소 절에서 부르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천당과 극락은 같은 곳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