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회 헌금 봉투
“네가 어려서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딤후 3:15)
필자가 Indiana 주 Southbend에서 목회를 할 때, 미국 장로교회 예배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미국교회는 10시 반에 예배를 드리고 우리 교회는 오후 1시에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당 입구에 미국 교회 헌금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늘 무심코 지나다, 하루는 우연히 헌금 봉투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보통 한국 교회 헌금 봉투에는 십일조, 감사헌금, 선교헌금, 장학헌금, 건축헌금 등 여러 헌금 종류가 기록되어 있고, 자기가 하는 헌금에 표시를 한 후, 이름을 쓰고, 액수를 쓰는 게 보통이지요.
그런데 미국 교회 헌금 봉투에는 한국 교회 같이 구체적인 헌금 종류가 구별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이름만 적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봉투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교회는 여전히 동일한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신이 교회 나오지 않아 헌금을 하지 않더라도 교회는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항목 즉 교역자 사례비, 서기, 사찰 월급, 예배당 유지비, 전기, 가스, 수도, 여름에는 잔디를 깎고, 겨울에는 눈을 치우며, 예배당 수리를 하는 비용 등입니다. 또한 해외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선교비 등도 있습니다.
미국 교회는 12월 중순 쯤, 모든 교인들의 헌금 봉투 52개를 각 개인이 갖고 가도록 비치해 놓고, 교회에 잘 출석하지 못하는 환자들이나, 잘 나오지 않은 교인들에게는 우송합니다. 교회 올 때 그 주일에 해당하는 봉투에 헌금을 넣어와 헌금 시간에 내고, 입구에 있는 헌금 통에 넣기도 합니다.
만일 출타를 하거나, 장기간 집을 떠날 때는 헌금 봉투에 헌금을 넣어 미리 교회에 내거나 갖다 와서 한꺼번에 내기도 합니다. 만일 병이 나서 장기간 입원이나 자택 가료를 하는 경우는 가족들을 통해 헌금을 교회가 가져가게 하거나, 우송을 합니다. 물론 홀로 사는 이들이 사정이 생겨 교회에 나오지 못하면 우편으로 헌금을 보내지요.
미국 교인들 특히 신앙이 돈독한 교인들은 몸은 교회에 나가지 못해도 헌금은 꼭 냅니다. 이것은 교인의 의무고, 하나님과 관계가 유지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목회했던 인디아나 북쪽 지방은 겨울에 무척 춥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내리지요. 눈이 많이 와도 free way나 큰 길은 모두 치우지만 작은 길은 다 치우지 못해 가끔 아이들 학교도 쉬고, 관공서도 휴무를 하며,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때가 가끔 있습니다.
1980년대 초 2월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온은 많이 내려갔지만 날씨는 청명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물론 내일 주일 설교와 주보까지 다 만들어 놓고 예배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더니 밤에까지 계속 내렸습니다. 주일 아침에 밖을 내다보니 눈이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감적으로 오늘은 예배를 드리지 못하겠구나라고 예상 했습니다. 작은 길까지 눈을 치우지 못하기 때문에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주일은 그냥 집에서 가족들끼리 예배를 드리고 끝냈습니다. 월요일부터 또 날씨가 맑게 개었습니다. 한 주 내내 맑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또 다시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밤까지 눈이 계속 내리는 것을 보고 내일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근심하면서 잠을 잤습니다.
주일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눈이 역시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었습니다. 물론 그 주일 예배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월요일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에 태양은 찬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물론 기온은 내려가 있었지요. 금요일 밤까지 맑은 날씨였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내리고 밤까지 눈이 계속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내일도 또 예배를 드리지 못하겠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주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전히 눈은 무릎 높이까지 쌓였고, 그 주일 역시 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2월에 내리 세 주일 예배를 드리지 못한 것이었죠.
다행히 네 번째 주일은 눈이 내리지 않아 약 한 달 만에 교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민 교회 특히 시골 교회 교인들은 대체로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교회 문전에도 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교회에 나오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 만나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 사람이 그리워서 나오는 교인들이 상당수지요. 따라서 신앙생활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교회에 나오면 헌금을 하고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물론 헌금을 하지 않았지요. 헌금이라야 겨우 1달러 정도에 그쳤지만요. 따라서 지난 석 주 동안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물론 세 주일 치 헌금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2월은 완전히 적자가 났습니다. 본디 우리 교회가 개척 교회여서 헌금이 많이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한 달에 석 주를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헌금을 걷지 못 했으니 교회 재정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여러분이 짐작을 하고도 남겠지요.
미국 교회는 이런 경우에 예배를 드리지 못했지만 교인들이 교회에 나 올 때, 지난 석 주 치 헌금을 가지고 와서 냅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게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조상적부터 그런 신앙 훈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헌금은 하나님과의 약속이요 교회와의 약속입니다. 내가 금년에는 주정헌금으로 얼마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은 나 온자 작정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과 교회와 작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눈이 와서 몇 주 교회를 가지 못했어도 헌금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훈련을 받았기에 주저하지 않고 밀린 헌금을 합니다. 각 주에 배당된 헌금 봉투에 각각 현금이나 개인 수표 Personal Check를 헌금합니다.
내가 교회에 출석하지 못해도 교회는 여전히 같은 지출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자기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앙의 기초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 선생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네가 어려서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딤후 3:15)고 말씀하였습니다. 디모데가 어려서부터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로부터 철저한 신앙 훈련을 받았기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맡겨진 사명에 충성을 다 한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 교회 역사를 가진 미국 교회와 서구 교회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해야 합니다. 헌금을 잘 내는 것은 교인의 의무이고 또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입니다.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비록 사정이 있어 교회에 출석하지 못해도 헌금은 꼭 해야 합니다. 당신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교회는 여전히 같은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주님 안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세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