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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이그니스*
호숫가에 있었어요 그날
뭔가에 쫓기듯
붉은빛 가득 짊어진 산이 다급히 뛰어들었죠
도무지 꺼지지 않던, 물속 불
순식간에 붉은 비명으로 범람했어요 호수는
불길해진 나의 주말이 흐렸다 갰다 하는 사이에도
도심 안쪽 야근의 피로를 벗던 방화복이 긴급 출동하는 사이에도
번졌어요 계속, 북동쪽으로
저게 실화인가요? 사이렌 소리와 헬기의 다급함이 귓속에서 녹아내렸죠
뭉크의 절규로 뒤엉킨 수많은 새 둥지 곤충 나무 네 발 가진 눈빛들
살려달라는
간신히 혐의를 벗을 수 있었죠 그때 체포된
담배꽁초로부터
별안간을 뒤집어쓴 바람은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어요
결혼을 한 주 앞두고 있었다고 해요 새까맣게 그을린
텐트 안에서는
신입 방열복이 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여 온수가 되어 가는 물병을 더듬었어요
화염화상인가요 산산조각 난 저들의 숨소리
심하게 타버린, 불에 갇혀 아주 순식간이었죠
호수에 비치는
이쯤에서 건너편 산을 향해 야호-, 하면
신화처럼 걸어 나오던 전나무와 풀꽃들
너와집과 굴피집을 닮은 그 무수한, 웃음소리들은 어디에서 만날까요 이제
제발 그만,
젖은 감정으로 들여다보았어요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물속 깊이 누워 신음하는 산을
한동안
*이그니스(Ignis) : 라틴어로 불을 의미.
CS 피시*
어릴 적 너의 주머니 속엔 유리구슬을 닮은 지구별 하나 있었어
어느 날부턴가 너는 담장 밖 우주를 동경했고
그때 네가 풀숲 저쪽으로 던져버린 구슬처럼 오래 버려진 지구는 시름시름 빛을 잃어갔지
언젠가부터, 폐비닐에 칭칭 감긴 밤하늘은 곳곳에서 질식사하고 있었어
그럴 때마다 녹슨 지붕과 동구 밖 당산나무들은
아침이 되어도 유정란 같은 태양을 공중에 내걸지 않는 날이
늘어 갔지
어두컴컴한 수평선 어디쯤으로 끌려간 섬들은 연신 거품을 게워냈어
그렇게 또 백 년이 지나갔지
불길함이 겹겹 쌓여가는 동안 진화는 완벽히 진행되었어
심장을 버리고도 영원히 헤엄치도록 설계된 너, 이번 생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막 눈을 뜨자 둥둥 떠다니던 일회용 불만 일회용 질문 일회용 눈초리들이 산더미처럼 너를 에워쌌어 분명 이건 인간적이지 않은 생명체,
모두 수군거렸지 네가 캡슐 속에서 창백하게 누워있을 때 초침과 분침은 치어 떼 같은 시간을 끝없이 산란했어 미세플라스틱 알갱이처럼 어슬렁대는 안갯속에서 검푸른 바닷물이 유령처럼 과묵하게 다가와 너의 발목을 확! 끌고 갔지 그런데, 고래를 본 마지막 인종이 왜 너라고 기록된 걸까
죽지 않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 그것이 콘크리트 샐러드이거나 다이옥신 주스여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너는 혁신적인 포식자, 번식과 통각은 애초부터 삭제되었거든 특히 먹잇감의 숨통을 끊는 일보다 파르르 전율하는 비명을 시원한 푸딩처럼 파먹는 걸 너는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것은 어쩌면
기록에도 없는 변이, 붉고 딱딱한 통증이 만들어낸
더 이상 멸종될 지분이 없는, 영영 불이 꺼진 동공들은
미끄럽고 눈부신 숨통쯤 육포처럼 단번에 물어뜯는 법을 알고 있지
달빛도 플라스틱으로 내장이 가득 차 결국
희부옇게 조등을 내걸고 말았지만 그때부터였어 너의 입으로 USB를 초코칩처럼 오독오독 깨물어 먹을 때 너의 양철 지느러미는
벌겋게
충전되었어 날카롭고 딱딱한 통증이 만들어낸, 이것은 어쩌면
그렇지만 지금도 너는 밤마다 악몽을 꾸곤 하지
이때까지 주문처럼 익혀온 기계어 그 반대쪽, 꿈속을 몽유병처럼 걸어 다니는
의문의 단어 하나
어― 머― 니―
.
.
.
.
어머니?
* CS 피시 : Clear Sea Fish - 가상 AI 물고기.
그늘은 수직으로 자란다
골목을 탕진한 사람들이 허공을 허문다
오후가 되자 곧바로 잘려 나가는 새소리, 갑자기 확 줄어든 나비의 반경, 저녁이 포클레인을 타고 오자 손톱처럼 가볍게 깎여나가는 냇물, 온도가 높아질수록 상한 벌레알처럼 태양이 부푼다 오래전 엽록의 본거지였던 여기, '푸른'이, 전기톱질 몇 번으로 단번에 베어지고 희고 부드러웠던 수액들이 딱딱한 콘크리트에 안전하게 매몰된다
펜처포클레인 굉음이 숲의 동맥을 툭, 끊자
가볍게 멸종되는 새벽공기
유리 파편처럼 깨진 진달래와 폐기물 자루에 숨긴 계절의 너무 많은 사체들
제 힘으로 난민이 될 수 없는 목록들은 죄다 무덤이 되었고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메아리가 귀신처럼 신축 상가를 서성였다
고층의 정수리가 된다는 건 낮은 것들로부터 난민이 되는 것
타워에 입주한 마네킹 몇, 간밤 창밖으로 투신했을 때
행인들은 그것을 누군가 던진 담배꽁초로 착각했다
나뭇잎 대신 수입 대리석이 깔린 거실에서
고가의 혼잣말들이 명품 죽음을 완성해갔다
주말, 종교를 대신할 능선 하나 찾기 위해
타워를 나선 사내는 며칠째 실종을 이어갔다
가파른 구름의 영토를 장만할수록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
서로에게서 재빨리 삭제되기 좋은 지분을 장만하기 위해
저마다 다크서클을 벽돌처럼 쌓아갔다
오솔길이 새 둥지처럼 헐리자 뿔뿔이 흩어지는 발자국들
푸름은 한때 반영구적이라는 말과 동의어였지만
나무와 새의 이동로에 금이 가고
나비들의 휴게소가 붕괴할 때마다
속수무책보다 먼저 밤하늘 별들이 앞 다투어 목을 맸다
어느 날 혼자서 당신을 찾아갔을 때
(어쩌다살아남은생명체들은빠르게진화해갔다예상할수없는곳에서발견되는변이종들)
하마를 닮아 엉덩이가 커다란 금속이 허우적댄다
웅덩이에 빠져
(지구에서 멸종된 최후의 인류는 그것을, 오토바이크라 불렀다)
간밤에는 서늘한 유성우가 내렸고 안개 속에서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부드럽게 번식했다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움켜쥐는 도심 으슥한 공터,
공포영화처럼 오래된 쓰레기더미 속 서로 으르렁대는 육식성 줄기들
엉키기 직전이다
가시 돋친 환삼덩굴이 하이에나처럼 썩은 시신을 핥는다
풀숲 반쯤 보이는 우산 손잡이는 무참히 물어뜯긴 가젤 뒷다리, 찌그러진 생수병이 시쳇더미 속에서 죽은 몽구스처럼 말라간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낡은 코팅장갑은 47분 전 사자가 뜯어버린 피 묻은 영양의 뿔
(바람에서 피비린내가 묻어난다 그렇다면…… 이곳 풀숲 어딘가에 잠복한 놈이 지금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공터 담장 밑에 살던 늙은 그늘도 방금 습격당했는지
검은 급소를 뜯긴 채, 마지막 숨을 파르르 떨었다
엇, 뭐지?
내 앞을 가로막는 검은 실오라기
맨드라미 씨앗보다 작은 불개미 떼가 줄지어 컨베이어벨트처럼 움직인다
맞다 이 갈기
아까 영양의 깊은 폐부를 찢어 던졌던, 그놈이다
육중한 사자의 오른뺨을 잘게 뜯어 굴속에 저장 중인 불개미들의 치밀한 생산라인
맹수의 살점을 쉬지 않고 운반하는 개미의 허벅지 근육들이
보디빌더처럼 툭- 툭- 불거진다
건기가 우글거리는 도심 외곽,
짙은 먹구름이 주린 배를 채우려 상공을 내달렸다
그때, 근처 웅덩이 속에서 필사의 움직임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탈출하기엔 너무 큰, 물의 아가리…… 쯧쯧쯧
무리에서 이탈한 새끼 구름이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하다가 결국 팔다리를 잃고 천천히 가라앉았다
거칠게 공터에 휘몰아치는 비바람
풀밭 한쪽 무성한 강아지풀들이 4/4박자 빠른 비트에 관절을 흔들며 테크노를 추기 시작했다
무더위를 침범한 소나기가 사냥을 시작하려는 걸까
사바나가 일제히 긴장했다
누군가 먹다 버린 한약 비닐 파우치 속에서
문득 걸어 나오는 웅성거림, 불을 발견한 신종 원시인들이
나뭇가지를 꿴 사슴을 어깨에 메고 신나게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공터를 벗어나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산업폐기물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순간 초록 보행신호를 마비시키며 지나갔다
놀라 뒷걸음치다 발에 밟힌 종이 하나,
구겨진 활자 속에서 참숯처럼 검게 탄 헤드라인이
작살처럼 날아와 내게 꽂혔다
물에 잠기는 섬나라 투발루, 지구 온난화 해결책은?
건너편 사무실
업무를 마친 태양 씨가 서머타임제를 지키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전등 하나 단속하듯, 한 시간 일찍 지구를 끄고
암전 쪽으로 퇴근을 서둘렀다
어느 날 혼자서 당신을 찾아갔을 때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사항】
농촌에 거주하는 본인은 농사일과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미력하나마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고 노력하는 것들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훼손된 지구환경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로 지금, 나부터,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 생활 속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출발합니다.
○ 일상생활 속 실천사항 :
- 1회용 플라스틱과 종이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텀블러 이용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안 하기
-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생수보다는 가능한 수돗물 끓여 마시기
-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용기 배출이 많은 배달음식 주문 안 하기
-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시장가방 사용하기
- 포장 문제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가능한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 야외 활동 시 발생 쓰레기 되가져오기
- 생활 속 소비 습관을 살펴보고 자원순환을 고려 분리배출 잘하기
- 불필요한 전원 끄기, 디지털 데이터(메일, 사진 등) 지우기
- 절수 실천 : 빗물저수조 설치로 정원수와 밭작물 물주기에 이용하고, 샤워는 가능한 5분 이내로 짧게, 양변기는 절수용으로 설치하기
- 가전제품은 가능한 소비전력이 적고 자동 절전모드 장착제품 이용
- 세척용 세제는 리필용기로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수질오염을 적게 일으키는 생분해성 물질을 사용한 제품을 이용
- 가정용 램프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LED 전구 등)으로 사용
- 산불 방지를 위해 농작물 쓰레기 및 농지 주변 잡풀은 소각하지 않고 베어 퇴비화하기
- 복사 용지 등 종이류 최대한 아껴 쓰기 : 가능한 고지배합률이 높고 백색도가 낮은 제품을 이용하고, 프린터 기능은 기본적으로 자동양면복사 기능에 맞춰 이용
- 집주변 나무 위 새집 만들어 걸어주기
○ 적극적인 시민사회 연대와 국가정책 참여 :
개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 즉 리사이클 공간배치를 위한 도시계획반영과 방사능물질 관리·검사 등과 같은 공적영역의 문제는 시민사회와 소통·연대하여 해결하도록 하고, 국가정책 수립 시 반영되도록 관심과 참여를 통해 적극 노력한다. 특히 선거를 통해 자원재생,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탄소배출 저감 등 지구환경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이 등장하도록 투표권 적극 활용하고 일상 속 지구환경 살리기 위한 생활용품(공산품)에 관심 기울이기
【수상소감】
늦었지만 지금부터
10월 세 번째 주를 지나는 날이었습니다. 창밖 푸른 공중을 배경으로 점점이 박힌 감빛이 참 곱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뜻밖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절로 앞가슴 깨로 모아지는 두 손, 어찌나 가슴 뛰었던 지요. 갑자기 눈시울이 시큰해졌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를 외면하지 않은 하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간 시 쓰기를
그간 시 쓰기를 해오면서 주저앉기를 여러 번, 내 문학 여정에 큰 이정표를 세우는 오늘을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아직 많이 헐거운 글을 당선작으로 의견을 모아주신 심사자분들과 『시산맥』 관계자님께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영광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도록 더욱 분발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늦었지만 허둥대지 않고 좋은 시로 보답하겠습니다.
돌이켜 보니 환경문제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중죄인이란 생각을 합니다. 좀 더 맑고 밝고 깨끗한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이제는 경각심을 넘어 행동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써가는 내 시가 환경보호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한 알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잠깐 사이에 많은 감정들이 순서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어느 순간 모니터 안에서 우연히 접한 ‘K 문학TV’ 강의는 이렇게 내 인생을 바꾸어버렸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 마음 무의식 한편에 성처럼 떠 있는 ‘ING7'을 떠올립니다. 그곳은 제게 문학의 씨앗을 심어주고 가꿔준 신기루 같은 별입니다. 시 세계를 새롭게 눈 뜨게 한 길잡이였습니다.
특별히 지금 이 시각에도 시의 조각을 위해 혼을 불사르는 문우들이 떠오릅니다.
다락방(多樂房), 시시각각(詩視刻各)'과 '다줌(多ZOOM)' 도반님들의 열정을 기억합니다. 무수한 말들을 세우고 허물면서 막막한 시간을 견디는데 적잖은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지금은 별이 되셨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늘 살아계신 부모님, 세상 누구보다 기뻐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아내를 떠올립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성인 되어 든든한 두 아들 진이와 대진 이에게도 이 기쁨의 크기를 통째로 알려주고 싶습니다.
고백하건대 시는 나에게 화해요, 치유요, 꿈이요, 사랑이었습니다. 이 순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지금껏 시를 신앙처럼 붙들고 지켜온 스스로를 꼬옥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지금부터야.”
김재환
- 1960년 전북 고창 출생
- 전, 성남시청 안양시청 근무
- 제7회 성호 신인문학상, 제14회 오산 신인문학상 수상
- 제1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우수상으로 『시산맥』 등단
- 현재 안산시 대부도에서 수석&들꽃 갤러리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