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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비닐우산 쓰고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는 사용과 주연.
말없이 어색하게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두 사람.
주 연
(사이) .... 프로야구 선수들은 다 바람둥이라던데.... 사실이군요...
친구가 그러드라구요. 운동선수들은 여자 좋아한다구....
사 용
(멍하니) ‘왕포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 예? 뭐라 그랬죠?
이때, 두 사람 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고여 있던 물이 휙~ 튕겨진다.
순간적으로 비닐우산을 펴는 사용... 비닐에 쫘악 달라붙는 물...!
의기양양해져 옆을 보는 사용.
돌아보면, 주연은 옷과 얼굴에 물이 잔뜩 묻은 채 멍하니 서 있다.
주 연
역시 운동선수라 순발력이 좋네요...
허겁지겁 뒷주머니에서 닦을 것을 꺼내는 사용. 주연의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준다.
물을 닦아주는 사용의 자상한 손길에 부끄러운 듯 시선을 아래로 떨구는,
주 연
(손수건을 잡으며) 괜찮아요. 제가 닦을게요.
얼굴을 닦다 말고 손수건을 잠깐 본 주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주연의 표정을 보곤 손수건을 보는 사용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사용과 주연이 보고 있는 손수건은... 호봉이 부적으로 줬던 바로 그 여자 팬티다!
사 용
(횡설수설) 그...그게... 이게 말이죠... 호봉이 형인데...
자기 마누라 꺼니까.... 변태는 아니거든요...
그 형이 특별히 선물로 준 건데...
주 연
(앞에 서는 버스를 보며) 버스 왔다. 저 먼저 갈게요..
사 용
으... 주연씨... 그...그게요...
재빨리 버스에 올라타는 주연. 한손에 팬티를 든 채 출발하는 버스를 바라보는 사용.
사 용
(혼잣말) 그...그게... 부적...인...데...
짜증나는 듯 옆에 있는 나무를 발로 꽝 차버리는 사용.
‘후두둑~’ 머리 위로 빗방울이 마구 떨어진다.
49. 인천구장 (실외/오후)
화면 앞으로 날아오는 공...
삼미 타자(허운)의 헛스윙과 함께 해태 포수, 공을 잡아 잽싸게 던진다.
파팍! 튀기는 흙먼지... 아웃! 3루 도루 실패. 먼지를 툭툭 터는 흥운.
달려와 위로하는 삼미 캐릭터 인형을 발로 찬다. 넘어지는 캐릭터 인형...
전광판... 7회말 해태 7 : 삼미 1.
INSERT>> 도심 어느 곳 - 전자 대리점 가판대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 안~타!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
1루에 여유 있게 진출하는 해태 타자. 이제 주자는 노아웃에 1,2루 상황.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삼미 투수(재현). 난감한 표정이다.
각 루에 진출해 있는 상대팀 해태 선수들...
포수와 싸인을 교환하는 투수. 긴장된다.
피칭하는 투수. 강하게 쳐내는 타자. 큰 포물선을 그리며 공 날아간다.
- 덕아웃에 앉아 있는 사용. 입안에 바람 넣어 깊은 한숨 내쉰다.
- 관중석의 팬들(직장동료들)은 삼미 모자를 땅바닥에 던지며 괴로워한다.
CUT TO
- 침울한 삼미 덕아웃... 선수들 풀이 죽어 있다.
화가 난 승관, 분을 못 참았는지 앞에 있는 물통을 차버린다.
재현, 사용 등 투수들 앞으로 쏟아지는 물...
승 관
짜증나서 못해 먹겠네. 지는 것두 이젠 지겹다.
씨발... 무슨 매 게임마다 10점씩 줘. 이런데 어떻게 우리가 따라가냐구.
재 현
너, 나 들으라구 그러는 거야? 난 뭐 맞구 싶어 맞는 줄 알아?
상대 팀 타자들이 잘 치는 거지.
나두 너네 같은 타자들이었으면 이러지두 않아.
“뭐라구?” 승관 및 몇몇 선수들 일제히 재현 쪽을 쳐다본다.
호 봉
(재현을 편들듯)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무슨... 게임에 지는 걸 맨날 투수 탓으로만 돌려?
너네들도 그럴 자격 없어!
승 관
말 너무 막하는 거 아냐?
난 3할 1푼 5리. 타격 6위야. 흥운이 형도 3할대고...
형 생각해봐. 명색이 에이스라면서 몇 승이나 했는지?
(사용 쪽 보며) 그리구 이름만 투수면 다 투수야? 던져야 투수지..
왼손잡이 투수 없다구 뽑질 않나...
승관의 말에 기분 나쁜 듯 쳐다보는 사용... 그리고 투수들...
호 봉
(열받은) 너 말 다했어?
열 받은 호봉이 승관에게 달려들자 중간에서 말리는 사용과 선수들...
INSERT>> 도심 어느 곳 -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조용해진 덕아웃 분위기.
마운드에선 좌절한 재현이 보이고 투수 교체를 하려는 듯 올라가는 박감독.
사용의 시선으로 보이는 박감독의 모습... 박감독의 싸인 받고 덕아웃 쪽으로 다가오는,
이코치
(사용 앞에 다가서서) 감사용! 준비해라.
사 용
(갑작스런 말에 놀라며) 예?
호 봉
(의아한) 코치님... 이 경긴 끝난 거나 다름없는데...
이코치
재현이가 많이 지쳤어. 가서 재현이 좀 도와줘라.
덩~ 머리에 뭔가 강하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의 사용.
- [이 장면은 사용의 일인칭 시점으로 보여진다.]
마운드로 올라가는 사용. 자신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용의 시점으로 보이는 투구 판의 모습... 마치 언덕처럼 유난히 높아 보인다.
마운드 위의 사용, 주변을 둘러본다.
게임을 포기한 삼미 덕아웃 선수들... 짐 챙기기 시작하고...
관중들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9회초 10:1이라는 전광판의 스코어...
포수 광옥이 달려온다.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광옥.
하지만,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들린다.
어깨를 툭 치고 돌아가는 광옥...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들리기 시작하는 소리들...
빠져나가는 관중들 사이로 원경으로 보이는 사용의 연습 투구...
해설자 (O.S)
아... 삼미... 경기를 포기하는군요...
감사용 선수... 첫 등판인데요... 패전 처리로 나가는 군요...
50. 해변길 (실외/황혼)
멍한 표정으로 해변길을 걷는 사용 얼굴 위로 울려 퍼지는... 해설자 멘트...
“패전 처리로..” “패전 처리로” “ 패전 처리로 나가는 군요...”
사용, 걸음을 멈추면, 길 한쪽으로 아이 한 명이 나무 위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 나무 위에 있는 방패연을 내리려는 모양이다.
사용이 쳐다보자 도와달라는 듯 사용과 연을 번갈아 쳐다보는 아이.
나무 위에 걸려있는 방패연을 바라보는 사용...
나무를 타고 올라가긴 힘들어 보이고...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여유 있게 점프하는 사용... 하지만 턱없이 모자르다.
아이에게 창피한지 헛기침하는 사용...
달려오는 사용... 점프! 점프! 점프!... 런닝 점프! 점프! 하고...
하지만, 작은 키의 사용... 손이 닫지 않는다.
안 되겠다는 듯 주욱~ 뒤로 한참 물러서는 사용.
심호흡을 하고 전력으로 질주한다.
멀리서 달려오는 그 탄력 그대로 사력을 다해 회심의 점프...!
아슬아슬 손끝을 스치듯 빗나가는 방패연.
사용, 쪽 팔린지 뛴 탄력을 받아 뒤도 안 보고 그대로 달려간다.
나무 아래 있는 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하니 달려가는 사용을 바라본다.
달려가는 사용의 얼굴... 쪽팔리고 짜증나고... 복잡 미묘한 표정이다.
51. 타격연습장 (실외/밤)
죽 늘어서 있는 야구공들... 하나씩 떨어지고 반타원형 홈을 따라 굴러간다.
딱! 주걱 같은 기구에 공이 올려진다.
슝! 슝! 슝! 발사되는 야구공... 땅! 땅! 땅! 장작 패듯 배트 휘두르는 사용.
미친 듯이 타격에 열중하고 있는 사용의 얼굴...
52. 사용의 집 (마루) (실내/밤)
불 켜진 사용의 집 전경. 둥그렇게 모여앉아 밥 먹고 있는 가족들...
어머니
(찌게 냄비를 내오며) 아참... 형 취직했댄다. 내일부터 출근이래...!
사 용
(신문 보며 밥 먹으며) 형이 갈 수 있는 직장이 다 있어?
미 자
(스트레칭 체조 자세로) 택시운전이래.
삼 용
지금 빨리 와서 일하라고 난리다 난리야...
나 운전 하난 끝내 주잖아.
미 자
(여전히 체조 자세로) 오빠, 운전면허 10번 떨어졌잖아!
인상을 구기는 삼용... 참는다.
어머니
(사용을 보며) 넌 직장 관두고 야구해서 좋냐?
그렇게 반대하는 엄마 말 안 듣구 야구하니까 좋아?
삼 용
엄마, 무슨 소리야? 사용이가 요즘 얼마나 잘 하는데...
(사용 어깨를 툭 치며) 사용인 팀의 보배예요.
얘가 워낙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원래 잘하는 애들은 말이 없는 법이야.
나 봐... 묵묵히 있다가 한 건 해내잖아...!
삼용의 오바에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다 이내 표정 바꾸는 사용.
미 자
오빠, 박철순이 젤 잘 던지지 않아?
삼 용
(쏘아보며) 이게... 좀 조용히 안 할래? 어른끼리 얘기하는데...
넌 절루 찌그러져서 줄넘기나 해!
살 좀 빼라! 빼! 그러니까 남자가 없지...
삼용에게 ‘메롱’ 혀 내미는 미자.
삼 용
... 암튼 사용이가 던지면 뭐 아무도 못 치는 거야.
(흉내 내며) 헛스윙만 열라 하다 내려오는 거지.
(사용을 보며) 안 그러냐. 사용아?
사 용
(당황하는) 뭐. 그렇지 뭐...
당황하는 사용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주는 삼용.
이내 어렵게 말 꺼내는,
사 용
그...그게... 그래두 인간적으로 가끔은 칠 때도 있지.
(마침 신문 광고면에 보이는 백인천의 ‘게브랄티’ 광고를 보며)
어...! 엄마! 백인천 알지? 그 백인천 있잖아!
미 자
개부랄~티!... 말하는 거지? 개부랄티?
어머니
아니 저 기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사 용
그래, 맞아! 어제 말이야... 타자로 백인천이 나왔거든...
백인천이 나오니까 던질 데가 없는 거야.
역시 일본에서 와서 다르더라고...
어머니 앞에서 거짓말하는 사용의 모습...
53. 몽타쥬
[사용의 패전 처리 나날과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리듬감 있게 보여진다.]
9회초 MBC 7 : 삼미 1의 경기 상황에서 백인천에게 안타 맞는 사용.
시장 앞 거리 >> 사 용
(투구 포즈 취하며) 엄마. 어제 내가 구원투수로 나갔거든..
그런데 유난히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더라구.. 던지는 것 마다 착착 꽂히는데...
8회초 OB 9 : 삼미 2의 경기 상황에서 고개 푹 숙이고 마운드로 걸어 올라가는 사용.
수산시장>> 사 용
내가 삼구 째 던지는데 정확히 받아치는 거야.
쫙 날아가더라구. 정말 아찔하드라.
근데 펜스 바로 앞에서 우리 팀 호인이가 다이빙을 해서...
날아가는 공... 삼미 좌익수 호인이 에러하며 외야 구석으로 굴러가는 공...
모자를 꾹 눌러쓰는 사용의 모습.. 9회초 해태 11 : 삼미 3
집 (마루)>> 사 용
9회말 투스트라익 스리볼이었어.
내가 커브를 던졌는데...
(야구공을 들며) 엄마. 커브가 어떻게 던지는 거냐면...
사용의 거짓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그 뒤로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은 듯 멍하니 사용의 거짓말을 듣는 삼용.
TV 중계>> 사용이 8, 9회에 마운드로 올라가는 다양한 경기 모습과 화면 밑으로 흐르는
“시간 관계상 중계를 못 해드리오니...” 쫓기듯 올라가는 자막...!
문방구 앞>> 화면 가득 보이는 오락 “갤러그”
조그만 오락 기계 앞에서 쪼그려 앉아 오락을 하고 있는 사용의 뒷모습...
기계보다 더 큰 사용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54. 주연의 집 (실내/밤)
TV 화면>>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주인공이 아들과 헤어지는 슬픈 장면...
TV를 보는 주연과 혜영, 훌쩍 훌쩍 소리내어 울고 있다.
이때, 화면 하단으로 급히 흐르는 자막,
'AB형 혈액형 가지신분을 급하게 찾습니다.
방송을 보고 계신 분 중에 AB형 혈액형인 분은 지금 즉시 영동 세브란스 병원으로~ ’
주 연
(훌쩍 훌쩍 울며 혜영에게) 너 AB형 아냐?
혜 영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니야.
주 연
(울먹이며) 너 저번에 나한테 AB형이라고 그랬잖아.
혜 영
(약간 뜨끔대지만 계속 울먹이며) 아니...래...두...
주 연
(휴지로 눈물 닦으며) 아냐... 너 분명히 AB형 맞아.
벌써 당황해 하잖아. 그건 니가 AB형임을 나타내는 증거야.
혜 영
(더 격하게 울먹이며) 아니래니깐~
(울먹이며 화낸다) 너 내가 AB형인지 아닌지 확인 해봤어?
(옆에 있는 커터칼을 짚어 손목에 대며) 한번 확인해 볼래?
이때, 따르르릉! 울리는 전화 벨소리(E).
주연, 두루마리 휴지를 끊어 코를 팡~ 풀곤 전화를 받으러 간다.
주 연
아니면 아니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AB형이라는 증거야.
(큰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목소리 분위기 바꿔) 예? 아... 안녕하세요...
주연의 행동에 재수 없다는 표정 짓는 혜영...
주연,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에이...비...형”하며 메롱 혀 내민다.
주 연
예. 잘 지내죠? 그럼요.
(사이) 부산이에요? 좋겠다. 나 부산 한번도 안 가봤는데...
(사이) 예... (사이) 올라오면 봐요.
(사이) 내일 어때요?
55. 구장 내 복도 공중전화 (부산) (실내/밤)
사 용
내일이요? (사이) 내일 저녁 8시쯤 어때요?
(사이) 예.. 그럼 지난 번 타격연습장에서 보죠.
(사이) 예... 잘자요...
기분 좋게 전화를 끊는 사용. 푸후~ 한숨 내쉬곤 복도를 걸어간다.
56. 구단버스 안 / 국도 (실내외/해질녘)
INSERT>> 일상적인 국도 풍경... ‘서울 OOKm’라는 이정표.
가라앉은 분위기... 느슨하게 기대앉아 잠을 청하는 선수들의 지친 표정, 표정들...
통기타 나직하게 튕기며 노래 부르는 허운.(이범용, 한명훈의 “꿈의 대화“)
♬조용한 호숫가에 / 아무도 없는 곳에 / 우리에 나루 집을 / 둘이서 짓는다 /
흰눈이 온 세상을 / 깨끗히 덮으면 / 작은불 피워놓고 / 사랑을 하리라♪♬
순간, 펑! 하는 타이어 터지는 소리(E)와 함께 띠잉! 끊어지는 기타줄.
동시에 출렁! 한편으로 기우는 구단버스... 우왕좌왕하는 선수들...
CUT TO
버스 밖으로 나오는 선수들...
타이어가 터져 너덜너덜해져 있는 버스... 국도 아래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아래쪽 보며 죽을 뻔 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 내쉬는 선수들...
아래를 쳐다보던 사용,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본다. 그만 아득해지는 사용.
57. 타격연습장 (실외/저녁)
연습장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주연.
손목시계를 보면... 약속 시간인 여덟 시를 가리키고 있다.
몇몇 행인들이 주연의 앞을 지나가고... 가만히 서 있는 주연.
[이하 장면이 천천히 디졸브되어 보여진다.]
- 우두커니 서 있는 주연.
- 연습장 앞에 앉아 있는 주연.
- 다시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주연.
- 혼자 돌을 주워 앞에 놓여 있는 캔을 맞추고 있다. 하나도 맞지 않는다.
- 타격연습장에 들어가 공을 치는 주연.
- 다시 밖에 나와 두리번거리는 주연.
- 앉아 있는 주연. 캔에 돌을 던진다. 정확히 캔에 명중되는 돌... ‘오...예!’ 좋아하는 주연.
- 깡!깡! 날아오는 공을 잘도 맞추는 주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음 공을 기다린다.
주 연
(아무리 기다려도 공이 나오지 않자) 아줌마! 공이 아홉 개 밖에 안 나와요!
아줌마 (O.S)
무슨 소리야? 공이 나오는 갯수는 항상 똑같애.
한 번 더 치려는 듯 주머니를 뒤지는 주연... 동전이 없는 듯...
아줌마
벌써 두 시간 째야. 나야 돈벌어서 좋지만... 힘들지도 않아?
주 연
벌써 그렇게 됐어요? 좋은데요, 뭘... 운동도 되고.
(자신의 옷을 보며) 와...! 이 땀 봐라! 땀...
CUT TO
(시간 경과 후)
헉헉헉! 타격연습장 옆 코너를 돌아 달려오는 사용의 모습...
턱 끝까지 차오른 숨 토하며 뒤늦게야 연습장 앞에 도착한다.
하지만, 타격연습장 안을 둘러보면... 텅 비어 있다.
가쁜 호흡에 들썩대는 어깨로 터벅터벅 돌아서는 사용.
이때, 걸어오는 누군가의 인기척...
뒤편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사용이 돌아보면...
양손 가득 백 원짜리 동전을 들고 서 있는 주연의 모습...!
사 용
(힘겹게 입 열어) .... 내가... 너무 늦었죠...?
주 연
(사이) .... 사용씨.... 여기요....
원래 공이 아홉 개 밖에 안 나와요...?
그런 주연 보며 엷게 웃음 짓는 사용.
58. 타격연습장 앞 거리 (실외/밤)
나란히 걷는 두 사람...
사 용
미안해요. 버스가 고장이 나서...
주 연
괜찮아요. 덕분에 운동 좀 했네요. 뭐...
오늘 시합은 어땠어요?
사 용
(당황하며) 어...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삼진 두 개밖에 못 잡았어요.
주 연
참, 그러고 보니까 사용씨 시합 하는 거 한번도 본 적이 없네.
시합 나가는 날 미리 얘기해 줘요. 꼭 응원할께요.
사 용
(주저하다) 사실 전 마무리거든요.
시두 때도 없이 나가니까 미리 얘기하기가 좀...
(사이) 근데, 주연씨가 응원해 주면 왠지 잘 던질 것 같은데요.
주 연
(새끼손가락 내밀며) 그럼 약속해요. 내가 응원하면 이긴다고...
사용 앞에 새끼손가락 내미는 주연... 주저하는 사용...
주 연
(미소 띤 채) 약속 잘 지키시는 편인가요?
사 용
글쎄요. 잘 지키는 편은 아니긴 한데...
(주저주저하다 손가락 걸며) 지킬려구 노력은 하는 편이죠.
(어색하게 손가락 풀며) 참! 예전에 연습장 보구 싶다 그랬었죠?
지금 볼래요? (시계 보며) 빨리 가면 문 닫기 전에 도착할 거예요.
주 연
좋아요. 우리 뛰어요...
(달려가며 사용을 보며) 빨리 뛰어요! 빨리 가야 된다면서요?
사 용
(그냥 서 있다) 근데... (반대쪽을 가리키며) 저쪽이에요.
주연, 쑥스러워 하며 사용 옆을 지나 반대쪽으로 뛰어가며,
주 연
가죠. (앞서가며) 뭐해요?
환하게 웃으며 주연 뒤따라 달리는 사용.
59. 실내 구단 연습장 (실외/밤)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텅 빈 실내 연습장...
주 연
와...! 여기가 연습장이구나... 좋다~
이곳저곳 주변을 둘러보는 주연. 주연의 시선에 어깨 단련 고무줄이 보이자 확 당겨본다.
으윽~ 강한 탄력에 전신이 휙 딸려가는 주연.
주연의 소리에 돌아보는 사용. 주연, 아무 일 아닌 듯 어설프게 철망에 기댄다.
사 용
아... 그거요. (손짓해보며) 투수 어깨 단련하는 거예요...
투수는 어깨가 생명이거든요. (주연을 보며) 한번 던져 볼래요?
사용을 쳐다보며 웃는 주연. 어깨를 한번 돌린다. CUT TO
와인드 업 자세를 취하는 주연... 사용의 야구모자를 거꾸로 쓴 주연의 모습이 귀엽다.
포수 자리에 앉아 있는 사용. 미트를 펑펑 친다.
고개를 끄덕이곤 와인드 업 던지는 주연. 펑! 사용의 미트에 들어오는 공...
수건을 건네는 사용.
주 연
(웃으며) 이건... 진짜 수건이네요...
사 용
(말 돌리듯) 와.. 정말 잘 던져요. 무슨 여자가 이렇게 잘 던져...
주 연
얘기했잖아요. 국민학교 때 운동 잘했다고...
릴레이 뛰면 늘 반대표였어요... 남자 같았다니까요!
사 용
아... 아니에요. 지금은... 이뻐요.
주 연
예? (고개 돌려 사용 보며) 이렇게 자세히 보면요?
금방이라도 닿을 듯 아주 가깝게 빤히 서로를 보는 사용과 주연.
사 용
(어색한지 일어서며) 주연씨 보면 즐거워요... 괜히 행복해지는 거 같구요.
그래서 주연씨 만나는 게 좋아요...
(몸둘 바를 몰라) 뭐 마실래요? 음료수 하나 뽑아 올게요.
오늘 왜 이렇게 더워.
주 연
(미소 지으며) 아무 거나요.
냉큼 달려가는 사용.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는 주연. 자신이 쓰고 있던 사용의 야구모자를 벗어 쳐다본다.
뭔가 생각 난 듯 품에서 싸인펜을 꺼내 드는 주연...
야구모자 안쪽에 뭔가 쓰려는 듯 고민하고 있다.
이때 연습장 한쪽 멀리 날아오르는 한줄기의 폭죽...!
폭죽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주연... 펑! 하고 조그맣게 터진다.
주 연
(폭죽을 보며) 에이 쪼그매...! 약하다....
60. 구단버스 안 (실내/낮)
행복한 표정으로 달리는 버스 밖을 쳐다보는 사용.
신문 INSERT>> 「박철순 쾌조의 19연승 달성... 20연승 재물은 꼴찌 삼미가 될 듯...」
사용 뒷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경 남
(신문을 보며) 박철순... 아주 승승장구네.
철 성
시팔 당연히 박철순이 이길 것처럼 써놨잖아...
아직 경기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한데...
이코치
야... 재현아. 니가 박철순 경기 선발 나갈래?
박감독의 “박철순”이란 말에 표정 바뀌는 선수들...
재 현
(괜히 오바하며) 뭐, 까짓 거 남자가 말이야.. 제가 던지죠. 저 요즘 컨디션 좋아요.
무 관
(졸린 목소리로)야.. 문현아 니가 던져라. 박철순이 뭐 별건가?
네가 3점 내로만 막아. 우리들이 4점 낼테니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미소만 짓는 문현.
호 인
(큐빅하며) 우리 한 번두 OB한테 이겨본 적 없잖아?
대체 몇 패야... 13팬가?
그 새끼들은 우리랑만 붙으면 아주 기를 쓴대니까...
이코치
너네들 나중에 내 빼기만 해봐. 분명히 다 던진 다 그랬어.
광 옥
근데... 누가 우리가 이기길 바라겠어? 스타가 기록을 세워야지.
우리가 1승 따내는 건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거라구...
선수들의 얘기를 들으며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는 사용...
61. 인천구장 (실외/오후)
화면 앞으로 날아오는 공... 깡! 정확히 맞아 날아가는 공... 펜스를 훌쩍 넘어간다.
바뀌는 전광판 스코어... 8회초 해태 8 : 삼미 2.
관중석>> 관중석의 팬들(직장동료들)은 삼미 모자를 땅바닥에 던지며 괴로워한다.
모자를 팽개친 걸로는 분이 안 풀리는 만취 상태의 삼용, 윗도리를 벗어제낀다.
때아닌 해프닝에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팬들.
내친 김에 바지까지 벗어 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그물을 오르는 삼용.
“사용이 내보내! 이 시키들아! 우리 사용이 내보내!”
난동 부리는 삼용의 모습 확인하고 고개를 푹 떨구는 덕아웃의 사용.
경기 중단을 선언하는 심판.
술취한 삼용을 향해 투입되는 의경과 운영진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
승 관
아주 잘 논다 놀아...
이젠 아주 화도 안 난다. 화도 안 나...
철 성
잘됐지, 뭐! 엎어진 김에 누워 간다고... 잠깐 쉬고... 좋잖아!
삼용, 속옷 차림으로 삼미 덕아웃까지 와서 소리치다
67. 사용의 집 앞 (실외/저녁)
어깨 축 늘어뜨리고 걸어오는 사용.
고개 숙인 채 초인종 꾸욱 누른다.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
“야...! 미자야!” 부르며 고개 드는데 대문에 뭐라고 쓰여진 메모!
「엄마가 아퍼. 엄마랑 병원에 간다. 오려면 사거리 도립 병원으로 와. -미자-」
68. 골목길 (실외/저녁)
골목길을 날듯이 뛰쳐나오는 사용... 울음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다.
미친 듯이 골목골목을 달리는 사용의 모습들...
69. 도립 병원 (병실 안) (실내/저녁)
복도를 달리는 사용 시점... 급하게 병실 문을 확 연다.
꽝! 열리는 문. 일제히 문 쪽을 보는 가족들...
땀범벅에 눈시울이 벌겋게 충혈된 사용이 문 앞에 서 있다.
헉헉~! 턱 끝까지 차오른 숨 뱉어내며 어머니를 보는 사용.
링거를 맞으며 병실 침대에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
삼 용
너 왜 그래? 싸웠냐?
사 용
(숨 몰아쉬며) 뭐야? 별로 아프지도 않잖아.
어머니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럼... 뭐 죽기라도 바랬냐?
(사과 들어 보이며) 어여... 사과나 먹어.
미 자
그냥 감기래... 이거 다 맞으면 퇴원할 거야.
(사용에게 아랑곳 않고 엄마에게) 그래서... 내가 그 남자한테 뭐라 그랬는줄 알아?
‘야. 너 내가 만만해 보여? 꺼져!’ 그랬다니까...
어머니
너 남자한테 그러면 못 써. 얘가 어떻게 결혼할려구?
사 용
에이... 씨... 한 여름에 무슨... 감기야...?
그러게 내가 일 그만 두랬잖아?!
어머니
얘가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내가 누굴 믿고 일을 그만둬?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너희 둘 장가도 보내고... 미자도...
사 용
또 돈 얘기야? 내...내가 돈 벌면 되잖아?!
그러다 쓰러지면... 누굴 원망할려구...?
흥분해서 다가서다가 침대 모서리에 무릎 찧고 통증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 용
에이... 씨... 진짜...
무슨 병원이 이래... 이 모서리... 씨발 진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얼굴까지 뻘개져서)
아우... 씨이...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는 야구로 돈 벌잖아!
삼 용
짜식... 말 하는 싸가지하곤... 저 빙신.... 괜히 신경질이야..?
엄마 걱정 마. 내가 돈 벌어다 줄게.
사 용
(싹싹 무릎 비벼대며) 그깟 택시일 해서 얼마나 버는데?
삼 용
(사용의 멱살 틀어쥐며) 보자보자 하니까 이 자식이...
사 용
어휴... 씨이... 미치겠네...
(계속 무릎을 비비며) 형은 아무 말 하지마.
툭하면 술 먹고 노름이나 하는 주제에.... 뻑하면 빌려 달라, 꿔 달라...
내가 봉이야? 형이 나한테 무슨 말할 처지나 돼?
어머니
그만 두지 못해? 너네들 왜 그래?
사 용
(열불이 뻗치는 듯) 쫌 나한테 신경 줌 쓰지마.. 신경 줌...
제발... 나 좀 내버려 두라구...
확! 삼용을 밀쳐내는 사용. 문을 꽝 닫고 그대로 병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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