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26 손님 (6)
사흘째 되는 날이다.
죠셉은 아침마다 커피를 열심히 갈아준다. 금방 갈아낸 커피는 정말 맛과 향이 좋다.
아침을 먹고 나서 커피와 과일의 후식을 즐기며 느긋하게 출발해도 좋다.
Cafe Amadeo에 지역의 특산품을 사고 싶다고 한다. 오후 4시면 문을 닫아 버리는 곳이라 88온천으로 떠나는 길에 먼저 들리기로 한다.
커피, 야생꿀, 오가닉 설탕, 타머린이란 열매로 만든 사탕 절임, 등등...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하다 싶을 만큼 선물을 정신없이 사는 것 같다.
나를 위해 사향 커피 하나를 사 준다. 내일 아침에는 사향커피를 내려서 함께 마셔 봐야겠다.
팍상한 가는 길을 따라 깔람바 끝자락에 88온천이 있다. 팍상한보다야 훨씬 가깝지만 그래도 좀 멀다.
뜨거운 물, 따뜻한 물, 미지근한 물, 시원한 물, 온천 탕의 종류도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큰 수영장부터 꼬마가 좋아할 미끄럼틀이 있는 곳도 있고 아기자기한 온천탕과 조용하고 한적한 곳도 있다.
들어서면서부터 좋아하더니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그야말로 즐기는 시간이다. 그곳에서 먹는 점심 또한 푸짐하고 가격도 괜찮다.
무엇보다도 일행은 매우 긍정적이다. 어느 상황이나 어느 경우에나 그들은 있는 그대로 포용한다.
속으로야 다소라도 불만이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밝고 너무나 즐거워하고 너무나 넉넉하다. 그래서 나 또한 행복하다.
정말 많은 손님들이 나를 찾아 이곳을 다녀갔다.
나를 믿고 나를 보고 싶어 하고 나에게 와 주겠다는 친구, 친척, 지인을 이곳에서 만나는 것이 어디 예삿일일까?
때로는 전혀 모르는 분이 누구의 소개로 온 적도 있지만 나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맞이한다.
손님이 올 때마다 그들보다 내가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직접 입장료를 내고 직접 과일을 사들인다. 심지어 밴을 빌리는 돈까지 손님이 쓰니까 나는 늘 미안하지만 우리 두 식구가 승용차 한 대밖에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나는 그저 재워주고 아침과 빨래만 도와 줄 뿐이다.
그래도 모두들 고마워하고 뭘 주고 싶어하고 바리바리 싸들고 오니 오히려 내가 늘 빚을 지는 느낌이다.
이 번엔 내 골프옷까지 선물로 받으니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간혹 날씨가 나쁘거나 비가 오거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나는 미안해서 허둥거리게 된다. 그래서 늘 노심초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결같이 마냥 웃고 즐거운 표정만 지어주는 이 분들을 보며 나는 또 엄청난 긍정의 힘과 지혜로움을 배우게 된다.
그들이 즐거우면 내가 더 즐겁다. 내가 여기 있어 누군가 찾아오고 즐거워 한다면 나도 고맙고 행복하다.
이렇게 사흗 날이 지난다.
첫댓글 항상 마음을 다해 하는 안내에
손님들은 너무 즐겁고 고마웠을 것 같아요.
필자의 사진을 확인해 주면
글을 더욱 정덥게 정독하며 즐갈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