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모임에 다녀와서 / 이임순
2024년 5월 11일, 3750지구(안양 일대)에서 하는 자전거 타기 모임에 참석했다. 지난해 안양지역 로타리 동호회에서 왔을 때 내가 소속한 동백로타리클럽에서 그들을 대접해 줘서 그 보답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얼마 전, 골프대회를 치르고 나서 마무리가 미흡했던 것 같아 어떻게 하는지 볼 겸 주말에 나들이를 했다.
행사는 1박2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번거로움을 줄이려고 출발부터 한 차량을 이용했다. 회원 자녀의 결혼식이 있어 결혼식장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지역의 지구협의회와 겹쳐 대회장인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으로 갔다. 등록부에 서명하고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 서둘러 약속장소로 갔다.
우리 클럽에서 여섯 명, 순천만 클럽에서 네 명이 함께했다. 저전거를 타는 사람이 다섯 명이라 자전거 다섯 대를 싣고 차량 두 대로 이동했다. 지구협의회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으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가는데 처음 자전거를 배운 날의 기억이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게 떠올랐다.
올해 마흔 살의 딸아이가 태어난 해였다. 단손에 세 아이를 키우며 과수원을 일구느라 일에 묻혀 살았다. 시장에 가려면 갓난아이는 업고 두 아이는 걸리고 20여 분쯤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 그렇지 않으면 일곱 살인 큰 녀석한테 두 아이를 맡기고 가기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대문을 나서면 달리고 버스에서 내리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동생이 자전거를 배우라고 권했다. 아는 지인이 자전거를 주었다며 그것을 갖고 왔다. 토요일 오후, 남편한테 자전거를 배우겠다며 넘어지지 않게 잡아달라고 했다. 자전거가 출발하기도 전에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졌다. 어쩌다 출발을 해도 한 발자국도 가지 못했다. 남편은 넘어지는 쪽으로 몸을 기울라고 하는데 반대로 되었다. 그러니까 넘어진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나 고함을 지르는지 더 타다가는 부부싸움을 할 것 같아 연습을 포기했다.
다음 날, 간식거리를 챙겨두고 남편한테 세 아이를 맡겼다. 이웃에 초등학교 4학년인 경애를 데리고 광양서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아이에게 뒤에서 잡아달라 하고 자전거에 앉았다.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일어나 자전거를 세우고 또 페달에 발을 올렸다. 넘어지면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한 발자국 가던 것이 두 발자국으로 늘어나고, 두 발자국이 세 발자국이 되었다. 악착같이 일어서서 또 자전거에 앉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경애를 쉬게 하고 혼자 술 취한 취객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운동하던 사람들이 사방에서 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이어 했다. 넘어지는 수에 비례하여 거리가 늘어났다. 그때부터 재미가 났다. 뒤에서 소리만 지르던 남편이 생각났고 보란 듯이 그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고 싶었다. 비틀거리면서도 운동장 반 바퀴를 돌고 나니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그때부터는 재미도 났다. 운동장을 빙빙 돌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아줌마요 아가씨요?” 하고 물었다. 옆에서 보면 아줌마인데 넘어져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아가씨 같다는 것이었다. 철봉과 미끄럼틀에 페인트칠하던 아저씨가 "당신처럼 지독하게 자전거를 배운 사람은 처음 보요?" 하며 혀를 내둘렀다. 넘어질 때는 배울 욕심에 아픔 줄을 몰랐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었는데 여기저기가 아팠다. 살펴보니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하여튼 한나절에 자전거를 배워 반대편의 길로 타고 오다 자동차가 멀리서 오면 미리 내려 기다렸다 지나가고 나면 또 탔다. 차츰 익숙해진 자전거는 승용차를 운전하기 전까지 내 애마였다.
이듬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새마을 어머니회에서 자전거 타기 대회가 있었다. 경기용 자전거로 출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 자전거를 빌려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내 자전거는 낡아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골인 지점을 제일 먼저 통과한 사람은 나였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자전거에 올라앉던 그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이번 자전거 라운딩에 참여하여 새로운 것을 알고 경험도 했다. 오가는 차 안에서 회원 간의 정보를 나누고 암투병하는 사람을 격려하는 반가운 소식에 박수를 보냈다. 서로 간에 끈끈한 정을 쌓고 배려도 하는 것이 운동이 아닌가 싶다. 즐기면서 체력을 관리하고 봉사까지 하는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되새겨본다. 하나같이 친절하게 식사며 휴식 시간에 호의를 베풀어 준 안양지역 로타리안이 고맙다. 받은 즐거움을 누구에겐가 되돌려주고 싶다. 늦은 밤 귀갓길에 그러면서 빚을 갚는 것이 아닐까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