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아 !
소식은 자주 전ㅎ지 못해도
늘 곁에 있거니,
그래서 언젠가 맘 캥길때는 만날 수 있으려니
혹은 안부나 전해 들으며
그렇게 늘 살아 왔건만 . . . .
어느날 문득
반가운 목소리 이후
너는 훌쩍 멀리 있구나.
눈발이 휘날리는 회색의 창공에서
네온이 번쩍이는 시내의 가로에서
저녁 식사 후 T.V를 넋을 잃고 보다가도
문득 문득 네가 생각 키운다.
어떤 고장 일까?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일까?
거기에도
포장마차며, 니나노 술집이며
연탄 화덕에 곱창 익혀 가며
인생을 씹어보는 낭만 같은 건 있는지 . . . . .
인석아!
여기는 한찬 겨울 이란다.
매연으로 뒤덮인 하늘일 망정
그래도 소담한 눈송이가 날리고
연말 연시의 들뜬 마음 들이 있는
그래서 온통 거리를 메우는 세밑이라네.
겨울이 없다는 열하의 고장에서
너는 계절 하나를
꿀꺽 집어 삼키고 있는게야.
너 불현히 동키호테 되어
내 앞에 스는 날
그날은 우리 허리 띠 풀고
네 추억을 듣자.
그리고 고단했던 요즘의
내 삶도
조금은 네게 보이고 싶다.
말 없이 훌쩍 곁을 떠난 놈아!
그리운 벗아!
무척이나 네가 그리웁다.
-삼익건설 사우디 출장에 가솔을 이끌고 홀연히 떠난 강호린에게 보낸 글 -
Fairchild EM 시절. S . S . Oh 에게.
왜 그토록 미웠을까?
네 사람이 꽉차게 차지한 회식 Table에
내가 끼울 수 없다는 옹졸이 하도 미워
길 위에 내 던저진 뼈다귀의 슬픔으로
그날 나는 줄곧 걸었다.
길거리 마다, 골목 마다
크리스 마스의 흥겨움이 술렁이는 때
왜 그토록 나는 화가 나야만 힜던가?
혹 그때 따라와만 줬더라면
"나가자" 할 때
같이 따라 나와만 주었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하늘에라도 올랐을 것을 . . . .
너무나 많이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너를 원망 하노라 잠 못 이루던 날들.
그 까짓 거. 철 없는 녀석.
한대 쥐어 박아 줘야지 . . . .
괘씸한 계집애.
건딜 수 없도록 옥죄어 오는 알콜의 고통 속에서도
그 보다 더 크게 쿵쾅 거리는 미움이
왼 밤을
나를 들어 올리곤 했다.
그리움 이라느니
보고품 이라느니
사랑 같은 건 더더구나 아닌
오직 미움 만으로만 치닷는 외로움이
왜 이토록 크단 말인가?
마냥 선 머슴애 같기만 하던
자연 스러움 속에서 그래도 그녀는 여자 였던가?
어쩌면 아무도 몰래 쪼금씩 자란
情들이,
그 둑을 넘어 나를 휩쓸고 있는가?
아! 도시 내마음
나도 몰라라!
- Fairchild TEM Aied. 오 세숙. 7년 여, 내 곁에서 나를 도와 주던 여자애 -
" 감 원 " - 1986. 2. 21 -
바람이 분다,
내가 어쩌는 수 없게
또 바람이 불어 온다.
해일과 함께, 뇌성과 함께
그리서 설 자리도
육척도 안 되는 이 한 몸이 휘도록
바람이 분다.
짧지도 않은 심년 여를,
오직 한 곬으로만 치달아 온 직장인데
그렇게 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입사 후 얻은 제영이가
벌써 국민하교 3학년이 되는데
선영이는 4학년이 되고 . . . .
어쩌면 안정 되어야 하고
쬐금은 긍지를 갖어야 할 나이인데
또 한번 불어닥친 회오리는
이젠 정말 크기만 하다.
27명의 Member 中에
12명이나 해당되는 전자부서.
서로 얼굴만 본다. 퇴출 . . . . .
하나 같이 그리운 얼굴들 . . . .
어제는 일요일 이었고
입춘 추위에 묶여, 왼 종일 방안에 틀어 밖혀
세상 일을 잊었었고,
오늘은 월요일.
출근 하자마자 이 엄청난 소식이
도사리고 있었을 줄이야 . . . .
Fairchild Semiconductor LTD.
Korea Plant.
Test Equipment Maintenance.
750532. Badge No.
역시 예년 대로 Badge No 서열 順으로
명단이 작성되고
15명 밑으로 빨간 줄이 그어젔다.
이렇게 태풍은
또 한번 내 곁을 스처
온 하늘과 들판 전부를 휘 저어 놓고
소리없이 사라져 갔다.
일말의 끈적한 여운을 남기고 . . . .
P.S : 결국 나는 1988. 8. 5일. 내 스스로의 의사대로 사표를 던지고
서창영의 InSuh Engineering으로 옯기다.
1975년 532번째로 입사하여 13년만인 1988년 8월에 퇴사한 것이다.
결국 Fairchild는 1989년 봄에 회사를 처분하고 남은 직원에게
1.800%의 퇴직금을 지급했단다. 잠간의 착오가 엄청난 손해를 가저오다.
" 딸 선영이의 결혼날자를 받고 . . . "
엊저녁. 마누라는 봄소풍의 흥분에 들떠 있었다.
모처럼 재복氏가 영월의 '榮華寺'에 가는데 자리가 비어 끼어 간다는 거였다.
신랑 조사장과 언니랑 연례행사로 가는 길에 주지로 있는 사촌 오빠를 맞나는 길에
영월 골짜기의 절에 그냥 덤으로 가게 되었다며 내내 좋아했다.
내가 시간이 되여 같이 가 주었다면 오즉 좋아 하랴만 그렇지 못하니
"누구는 좋겠네!" 손벽만 처 줄 수 밖에.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마누라가 휜 봉투 하나를 불쑥 내미는 거였다.
선영이의 혼인 날자를 택일 해온 봉투였다.
어제 영화사 주지의 선물이란다.
내심 놀라고 반가웠으나 "당신 수고했구랴" 한마디를 하지 못한 채
무심한 척 봉투를 열어보니 양력 9월30일 토요일이다.
"네 년 날 잡아 왔다!"
불현듯이 마누라는 선영이에게 무심한 듯 한마디 던진다.
왜 그랬을까. 애써 받아온 날자를 좋은 말로 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자기 엄마가 자기에게 했음직한 푸념을 지금 마느라는 딸에게 되풀이 하고 있는 걸까?
28년 곱게 키워 남에게 넘겨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다 표현하랴.
시간내어 선영이에게 좋른 말로 일러야 겠다.
"너 엄마에게 <고맙습니다.> 해라!"
- 2000. 4. 27. 봄비 내리는 날. 신대방동 357 ~ 17. -
- 유림 주유소 현금 도난사건 -
황사가 뿌옇게 휘날리는
이천년 새 봄 어느날.
신림 2동 주유소 건물 2층에 서서
바짝 말라버린 대학천의 개울물과 우람한 현대 APT의 회색 건물을 바라본다.
어쩌다가 어드메를 굴러 다니다가
문득 이곳에 서게 되었는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들이 다만 나를 긴장ㅎ게 한다.
부디 용기를 주소서.
칼날 같은 지혜와 한 없는 사랑으로 내 이웃을 용서하게 하소서.
남을 의심하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만 살 수 있도록
부디 힘을 주소서.
더불어 같이 살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神이여 축복하소서.
- 현금 70만원을 잃은 날. 2000. 3. 28. -
"어느 택배기사에 대한 小考"
"식사 하셨습니까?"
"오늘은 세게만 부탁드립니다,"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덮수룩한 인상의 택배 기사가 오늘도 문에 들어서며
연달아 내 뱉는 인사의 말이다.
그 기사의 일상적인 인사말을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척이나 인사성 바르고 모범적인 택배기사인 것 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그게 아닌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 조의 경비 셋 모두가 지나치리 만큼 그 기사를 싫어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인사하는 표정이나 언어의 톤이 전혀 내용과 맞지 않는 것이다.
무성의가 철철 흘러 넘친다고나 할까?
좌우지간 우리 조의 반장은 그 친구가 멀리서 보이면 화장길로 라도 피하곤 한다.
만나면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좋지 않은 느낌은 마찬가지다,
우선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그 친구가 들어슬 때 마침 식사라도 하고 있다면
한 마디 더 듣는다. "식사 맛있게 드십시요!"
줄 잡아 20여명 쯤 되는 택배기사가 매일 들락이는 아파트 경비실에
유독 친절한 그 사람이 왜 그토록 싫어 보일까?
서로가 뻔히 아는 답답한 일상에서 뾰죽한 일탈을 거부 하는 것은 아닐까?
특별히 튀어 보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안쓰러워 일까?
진심이 뭍어 있지 않고, 그래서 정감이 섞이지 않은 매마른 단어의 고리들이
따로따로 굴러 다니는 황량한 느낌.
그래서 모두들 그를 재수 없어 하고 보기 싫어 하는가 보다.
그러던 어느날. 그 기사 대신 다른 젋은이가 들어 섰다.
물량이 많아 오늘만 자기가 추가 투입되어 이쪽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이든 혹시나 재수 없는 기사를 앞으로는 보지 않아도 되나 했다가
실망은 했지만. 지나는 말로 한마디 물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는 기사는 몇 살이나 됬나? " "혹시 아슈?"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 Aircon이 쌩쌩도는 실내에 들어와서
쉴 양인지 젋은 녀석은 묻지도 않은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그 양반 20년 군속에다 우리 현대에서 모범사원으로 유명해요.
인사성 바르구 일도 열심히 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앞으로 정년이 3년 밖에 안 남았는데 그 양반 아무 걱정 없어요.
집도 관명에 큰 것 있구, 아주 잘 살아요.
아들두 두 명이나 있구요."
"택배 회사도 정년이 있수?"
"그럼요, 58세면 옷 벗어야 해요."
아, 그 양반 나이가 55세 로구나 했다.
나이보다 무척 젊어 보인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서 일까?
젋은 기사로 부터 우연히 전해 들은 귀 동냥이 그 재수 없는 택배기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친절을 생활화 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이 어떠한 상황이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든 의무적으로 그는 대사를 외듯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뇌일 것이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아주 무 표정 하게나마 . . . . .
- 2009. 7. 31. 레미안 2차 아파트 정문 경비실에서. -